● 새 야구대회 '프리미어 12' 2015년 개최폐지된 월드컵보다 격상된 4년 주기 국가대항전상위 12개 팀만 참가키로WBC보다 수준은 낮을 듯

2005년 5월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빅리그 선수들이 국가 대표로 참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야구 대회를 발족했다. 올해로 3회째를 치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국제야구연맹(IBAF)과 아마추어 선수 위주의 대회를 월드컵 축구처럼 세계 최고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는 국가대항전으로 격상시키자는 취지였다.

WBC는 2006년 초대 대회를 치른 뒤 3년 뒤인 2009년 2회 대회가 열렸지만 올림픽과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 3회 대회부터 4년 주기로 바뀌었다.

하지만 2008년 한국의 전승 금메달 신화를 끝으로 야구가 올림픽에서 퇴출된 뒤 세계 야구계는 저변 확대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 왔다. 결국 IBAF는 지난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27회 정기총회에서 'WBC급'의 새로운 대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일본의 주도로 논의가 이뤄진'프리미어 12'라는 국제 야구대회다. 정상급 야구 실력을 갖춘 12개국이 모여 2015년 초대 대회를 시작으로 WBC가 열리는 중간에 4년마다 개최한다는 것이다.

이는 IBAF 주최의 야구 월드컵이 2011년 파나마 대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상현 대한야구협회 사무처장은 "야구 월드컵이 없어지면서 국제야구연맹에서 고유의 가치 있는 대회를 창설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면서 "대회를 신설하되 야구 월드컵보다 더욱 스포츠계와 야구 팬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3회 대회에서 28개국이 참가했던 WBC보다 규모는 작다. 대회 명칭을 일찌감치'프리미어 12'로 정한 이유는 야구 팬과 야구계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전략이다. 이 처장은 "12개국보다 많아지면 기존의 야구 월드컵과 비슷한 대회가 될 가능성도 있어 '알짜배기'상위 국가들만 모아 대회를 치르자는 것이 여론 수렵을 거친 연맹의 판단이었다"면서 "참가국은 WBC 성적과 IBAF 랭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미어 12'는 일본의 적극적인 주도로 신설됐다. 일찌감치 개최를 신청해 초대 대회 주최국으로 확정된 일본은 WBC를 이끌고 있는 미국과 보이지 않는 마찰을 빚었다. 1, 2회 대회를 연거푸 제패한 일본이지만 미국 위주로 진행되는 개최 시기와 선수 구성, 수익금 분배 문제 등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야구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일본이 WBC에 버금 가는 자국 주도의 국제대회 신설을 꾸준히 준비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 때 WBC는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는 물론 한국과 일본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었다. 이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측이 한국과 일본에 대한 수익금 분배 비율을 대폭 높이고 스폰서 계약 체결 등에서도 해당국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면서 출범하게 된 것이다. 일본은 이미 3회 WBC 사령탑이었던 야마모토 고지 대표팀 감독에게 계약 연장을 요청했다. 당초 지난 3월까지였지만 1차 목표인 4강 진출에 성공한 데다 2년 뒤 개최할 '프리미어 12'까지 지금부터 착실하게 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야구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대회의 위상이다. 어떤 선수들이 출전하느냐다. 현재까지 논의된 내용과 분위기를 감안하면 메이저리거가 출전하는 WBC보다는 한 단계 아래이고, 프로 1.5군 선수가 출전했던 야구 월드컵보다는 높은 수준의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KBO는 "메이저리그는 일단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선수들로 구성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국제야구연맹의 논의 과정과 여론의 추이를 지켜본 뒤 프로 선수가 참가하는 대회라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KBO는 "올림픽 재진입을 위해 노력하는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새로운 국제 대회가 열리는 건 찬성"이라는 입장을 덧붙였다.

WBC에서 참패한 한국에겐 명예 회복의 기회다. WBC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준우승의 업적을 이룬 한국은 3회 대회에서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절치부심의 시간을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할 수도 있다. 국제 대회에서 남다른 애국심을 자랑하는 한국 야구와 한국에겐 분명 호재다.



성환희기자 hhsu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