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장수목장, 2020년까지 연간 200두 인공수정 지원사업 실시고급 품종 승용마도 함께

조만간 인공수정 기술을 통해 세계 최 고수준의 '한국형 승용마' 생산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이 2011년 국내 최초로 해외에서 들여온 승용마 동결 정액을 활용해 인공수정을 시도한 결과 씨암말의 첫 임신에 성공했다. 그동안 국산 동결 정액을 활용한 승용마 인공수정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해외 우수 품종 승용마의 동결 정액을 활용한 인공 수정 성공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공인 씨암말은 경주용 말로 흔히 쓰이는 장수목장 소유 '서러브레드(thoroughbred)'. 동결 정액의 주인이 마차용 승용마로 애용되는 '클라이즈데일(Clydesdale)'인 것을 감안할 때 교잡을 통한 우수한 '한국형 승용마'의 개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성과는 앞으로 진행될 대규모 승용마 인공 수정 지원 사업의 작은 시작이다. 한국마사회는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 계획에 발 맞춰, 민간 승용마에 대한 인공 수정 지원을 2013년 30마리에서 2020년 200마리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다양한 교잡시험 및 시범 생산을 통해 국내에서 생산 보급되는 '한국형 승용마'의 생산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형 승용마'의 품종 개발 및 정착을 위해 한국마사회는 장수목장을 말 인공수정 사업 수행을 위한 헤드쿼터로 지정하고, 한국마사회 승마단의 우수 씨암말, 경주 퇴역 암말을 비롯해 등 다양한 품종의 씨암말들을 활용하여 매년 20마리 이상의 승용마 시범 생산을 진행해 나간다.

말 인공수정 장면
이와 더불어 ▲승용마 생산기술 표준화 연구 ▲신선 정액 민간 보급 ▲수의사·승용마 생산자 등 승용마 생산 전문 인력 양성 ▲경매를 통한 승용마 거래시장 조성을 통해 국내 승용마 생산 기반 구축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고급 품종 승용마의 대중화'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국내 대부분의 승마장에서는 경주 퇴역마를 승용마로 전환해 활용해온 반면 세계적인 승용마로서 능력이 입증된 최고급 품종인 '웜블러드'의 활용은 12.2%(2010년 국내 238개 승마장 기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누구나 우수한 품종의 승용마를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장수목장은 민간 승용마 인공수정 지원을 위해 지난 3월 '웜블러드' 2마리의 정액을 채취해 동결 정액으로 제조하는 작업을 완료한 상태다. '웜블러드' 중심의 해외 동결 정액 수입 및 승용 씨수말 도입도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준비 중이다.

한국마사회 장수목장 홍순욱 목장장은 "국내 승용마 생산 규모는 독일의 100분의 1, 일본의 4분의 1인 연간 330여마리로 경주마와 승용마간 생산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사업은 경주 퇴역 암말을 대상으로 한 인공수정을 통해 잉여 경주마 자원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며 "전방위적 노력을 통해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의 체계적인 이행을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수목장 측에서는 '웜블러드' 품종과 같은 높은 수준의 승용마들이 빠른 시간 안에 생산될 경우, 승마 인구 저변 확대는 물론 고비용·고위험 승용마 생산 구조를 변화시켜 승용마 생산 농가에 신규 소득 창출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나아가 품질 높은 승용마의 해외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호기자 cha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