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나위 출신 김바다, 솔로앨범 발매'엔. 서프'는 '나이트 서프' 약자… 밤에 하는 서핑에서 영감 받아희망적 메시지·에너지 주고 싶어나가수 출연 직전까지 슬럼프 "모두 내려놓자" 생각하니 지나가

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야생마가 떠오른다. 거침없이 내달리는 열정이 그렇고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비장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비수와 같이 날카롭게 꽂히는 고음이 매력적이라면 무심한 듯 토해내는 중저음은 섹시하기까지 하다.

국내 록신의 유일무이한 존재로 통하는 시나위 출신의 김바다, 그가 돌아왔다. 시나위 이후 김바다는 나비효과ㆍ더 레이시오스ㆍ아트오브파티스 등의 밴드를 통해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음악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무대를 그리고 그의 인생을 거침없이 달려온 그가 18년 만에 첫 솔로앨범을 발매했다. 최근 공개된 솔로 앨범 파트1'엔, 서프'는 그의 음악 인생을 점검하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터닝 포인트와 같은 존재다.

타이틀곡'엔. 서프'는 넘실거리는 파도를 연상시키는 몽환적 사운드로 시작해 풍부한 악기 구성으로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낡은 꿈''갈증''소멸''소년''무지개'등의 단어를 포효하듯 외치는 김바다의 보컬이 매력적이다. 업템포의 베이스 리프가 인상적인 '서칭'은 선공개돼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소속사 문제로 정식으로 소개되지 못해서 팬들 사이에 '비운의 명곡'으로 통하는 '베인'도 담겼다.

지난해 MBC'일밤-나는 가수다' 시즌2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한층 끌어올린 그는 최근 JYJ 김재중의 솔로앨범에 참여하면서 주목 받았다. 거칠지만 멋스러운 중후함을 겸비한 로커 김바다를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에버모어 녹음실에서 만났다.

▲첫 솔로앨범을 냈다.

=솔로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마흔이 넘어서 할 얘기가 생기고 여러 가지가 정리되기 시작할 때 내 생각을 집어 넣어서 솔로 앨범을 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최근 소속사와 손을 잡고 솔로 제안을 받으면서 진행하게 됐다. 잠자고 있던 곡들도 많았던 터라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편곡이나 마스터링 같은 것들이 잘 나왔다.

▲앨범 타이틀이 특이하다.

='엔. 서프'는 '나이트 서프'의 약자다. 서핑하는 사람들에게 밤에 하는 서핑은 로망이라고 들었다. 달빛을 맞으면서 어두운 파도를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내가 던져주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다. 희망적인 기분으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었다. 누구든 꿈과 이상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다들 그걸 잃어버리고 늙어 죽어가는 것이 슬픈 일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삶에 치이다 보니 목적지만 생각하게 되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걷는다. 풍경을 볼 새가 없다. 조금 늦더라도 인생을 즐기는 것이 결국에는 온전한 삶이고 기분도 좋을 것이다. 그런 에너지들이 주변에도 전달되면 좋겠다.

▲'베인'에 대한 반응도 뜨겁더라.

='베인'은 사생아 같은 노래다. 계약한 회사가 없어지면서 음원 서비스가 안됐던 곡이다. 홍보를 안하고 서비스도 안되는데 신기하게 이 노래를 좋다고 하는 팬들이 많았다. 솔로 앨범 제안이 왔을 때 '베인'을 다시 살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편곡해서 완성해서 들어보니까 거기 숙성이 있더라. 3년간 노래 자체도 속상했을 거 아닌가. 그래서인지 깊어지고 와일드 해졌다. 노래가 완성된 느낌이다. 사생아로 보내게 한 기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조용필의 앨범과 동시에 발매됐다. 밴드 음악의 부흥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용필 선배님의 앨범과 동시에 발매된다고 들었을 때 좋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영광이다. 선배님의 세련된 음악이 후배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 하나의 새로운 신이 생길 것 같다. 기존 팬뿐만 아니라 젊은 친구들이 듣고 있는 것이 반갑다. 그러면서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갤럭시익스프레스나 아폴로18 같은 후배들의 음악도 대중적으로 인지되면 좋겠다. 그동안은 TV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음악이 아니라 연기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록밴드는 원초적인 걸 보여준다. 약속된 율동이 없다. 사람들이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공연장에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재미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후배들에게 아쉬운 부분은 없나.

=후배들에게 오히려 배우고 있다. 한가지 드는 생각은 1990년대 말에 인디ㆍ홍대 신이 지금에 비해 훨씬 실험정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홍대 신이 메이저로 가는 브릿지 같은 느낌이 든다. 록 밴드는 성향 자체가 트렌디하고 뜨거워야 하는데 그런 친구들이 안 보일 때가 있다. 밴드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해야 하는데 메이저로 올라가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발라드를 한다면 절대 승부가 나지 않을 것이다. 작품을 위해 뜨겁게 연주하다 보면 원하는 세상을 만날 것이다. 그대로 달려라.

▲'나가수'출연이 많은 화제를 낳았다.

='나가수'에 출연하기 직전이 슬럼프였다. 과연 무대에서 노래를 할 수 있을까 싶은 정도로 심각했다. 첫 무대 올라가면서 든 생각은 '모두 내려 놓자'였다. 무대에 서서 어떻게 해보자는 걸 버렸다. 그렇게 생각하니 예전에는 참 내가 복잡하게 생각했구나 싶었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구나. 미래를 오지 않았고 과거는 지나버린 걸 생각하는 게 미련이었구나 했다. 현재를 인정하고 1초를 즐기면 그게 좋은 인생이 아닌가 생각됐다.

▲'나가수' 출연 이후 바뀐 게 있다면.

=개인적으로 우선 팬들이 많이 생기고 알아보더라. 김바다라는 보컬리스트에 대한 관심을 받았다. 하나 알게 된 건 청중단 앞에서 공연하면서 일반 대중의 취향을 알게 됐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고음 위주의 스킬에 예민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나가수'자체로만 보면 일반 대중이 음악적으로 편곡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됐고 노래의 퀄리티를 어떻게 좌우하는지를 알게 했다. 음악을 듣는 귀를 향상시켰다는 건 좋은 요소다. 안타까운 것은 '나가수' 이후에 음악 프로그램이 많이 줄어들었다. 라이브가 가능한 음악 프로그램이 폐지됐고 순위 프로그램은 그 역할을 못한다. 조용필 선배와 들국화 여기에 2PM이 함께 나와서 라이브를 하는 다양성이 있으면 시청자의 반응도 따라오리라 본다.

▲자생적으로 생긴 해외 팬들이 많다고 들었다. 해외 활동 계획은 없나.

=시나위 시절부터 바랐던 일인데 기회가 없었다. 앞으로 꼭 하고 싶다. 후배들이 투어를 도는 걸 보면서 돈을 모아서 3년 내내 투어만 돌면 어떨까 생각했다.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은 뮤지션을 미리 꼽아보기도 했다.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