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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뺨치는 힘찬 투구폼… 때로는 아찔한 '19금'으로 매력발산!

● 프로야구 31년 시구 발자취
  • /연합뉴스
19세 이하의 미성년자 이용 금지를 뜻하는 '19금(禁)'. 일반적으로 19금은 술, 담배를 비롯해 영화, 드라마, 인터넷 검색 등의 이용 제한을 의미할 때 쓰이는 용어다. 우스갯소리로 풀면 '애들은 가라!"다.

나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프로야구에 '19금' 바람이 불고 있다. 진원지는 방송인 강예빈과 배우 클라라. 섹시 스타로 브라운관을 누비는 두 스타가 최근 시구자로 나서 남성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강예빈은 지난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KIA전에 시구자로 나서 상의를 말아 올린 패션을 뽐냈다. 다음날인 3일에는 클라라가 LG-두산 경기의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라 배꼽이 보이는 상의와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레깅스 차림을 선보였다.

두 섹시 스타의 시구 후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19금 시구'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섹시 스타답게 화끈하고 신선했다"는 반응과 함께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야구장에서까지 저런 차림을 해야 하냐"는 비판도 쏟아졌다. '19금 시구'를 통해서 대한민국 프로야구 시구 역사를 되돌아봤다.

세 차례나 등판한 YS

  • 클라라
애국가 연주가 끝난 경기 시작 2, 3분 전, 누군가 만원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그라운드로 걸어온다. 더러 '당당히' 마운드에 서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주심의 수신호에 따라 마운드에서 서너 발짝 앞으로 내려온다. 일반인이 18.44m나 되는 마운드에서 홈까지 노 바운드로 던진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나름대로 개성 넘치는 와인드업을 한 뒤 힘차게 던지지만 공은 포수 앞에 떨어지거나 머리 위로 날아가기 일쑤다. 프로야구의 또 다른 볼거리 중 하나인 시구다. 시구가 끝나고 나면 비로소 경기는 시작된다. 시구는 경기 개시 선언이다.

시구의 역사는 프로야구 역사와 같이 한다. 31년 동안 프로야구가 변한 만큼 시구 역사도 변했다. 출범 초기에는 정치인이 주를 이뤘지만 90년대 이후에는 연예인이 대세였다. 또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일반인들이 초대되는 빈도도 잦아졌다.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이 열린 1982년 3월27일, 서울운동장 야구장 마운드에는 전두환 대통령이 섰다. 프로야구를 출범시킨 전 대통령은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며 프로야구의 역사적 출범을 알렸다.

스포츠광인 김영삼(YS) 대통령은 무려 세 차례나 시구자로 나섰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등판' 횟수로 따지면 YS가 단연 으뜸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4년과 1995년 한국시리즈 1차전과 1995년 잠실 개막전에서 시구를 했다.

  • 강예빈
가장 최근의 대통령 시구는 2003년 올스타전 때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전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선동열' 못지않은 역동적인 폼으로 힘차게 공을 뿌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개막전에서 시구를 하려 했으나 경호 문제 등으로 일정을 취소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서울시장 시절이던 2003년 개막전 때는 시구자로 나섰다. 국회의장 가운데는 이만섭 전 의장과 박관용 전 의장이 시구를 했다.

김연아·박태환도 섰다

1982년 7월1일 배우 이경진은 부산에서 열린 올스타 1차전에서 시구를 했다. 이틀 뒤 광주 2차전에서는 탤런트 정애리가 시구자로 나섰다. 또 4일 잠실 3차전에는 배우 정윤희가 마운드에 섰다. 이들 모두 시구를 통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야구공을 잡아보는 '영예'를 누렸다.

90년대 들어 정치인 바람이 잦아든 대신 연예인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강수연(89년), 한석규 김수미(이상 98년), 최민식(99년), 이휘재 이나영(이상 2000년) 최수종(2001년), 김원희 엄정화(이상 2003년) 김제동 비(이상 2004년) 등 웬만한 인기 연예인이라면 마운드서 서봤을 정도다.

  • 손연재
2000년대 이후 연예인이 단골 시구자로 나서면서 여성 연예인들의 투구 동작이나 그라운드 패션도 화제를 모았다. 여성 댄스그룹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의 멤버인 스테파니는 거침 없는 하이킥 시구로 선수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홍드로' 홍수아와 '랜디 신혜' 박신혜는 구위 면에서 역대 최고로 평가되고 있다. 왼손잡이인 박신혜는 메이저리그 전설의 왼손투수 랜디 존슨을 연상케 하는 투구폼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에는 당대 최고 스타인 김태희, 배우 겸 가수인 유이, 등도 마운드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뽐냈다. 김태희는 2011년 6월18일 잠실 LG-SK전 시구에 앞서 LG 투수 김광삼에게 특별개인지도를 받는 등 만반의 준비로도 화제가 됐다.

김태희 시구를 지도했던 김광삼은 "사실 너무 떨려서 손을 잡은 줄도 몰랐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김광삼은 같은 해 4월5일에는 '체조요정' 손연재의 시구도 지도했던 터라 '미녀 전담 시구 코치' '로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은 2007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2004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배드민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동문이 마운드에 섰다.

88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인 현정화 감독도 2008년 5월 목동구장에서 시구를 했다. 한국계 미국프로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는 2006년 개막전에서 야구공을 잡았다.

'피겨여제' 김연아는 2008년 LG의 홈 개막전 시구의 영광을 누렸다. 당시 LG 양상문 투수코치에게 개인지도까지 받은 김연아는 시구 후 "열심히 준비했는데 연습 때보다 못 던졌다"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한화 눈물녀' 수소문 통해 등판

'일반인 시구 1호'는 1989년 OB의 성인회원 이국신씨다. 2001년에는 장애아동인 애덤 킹, 2004년에는 뇌성마비 장애우 배민호씨가 시구자로 나섰다.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는 현대 시절 수원구장 마운드에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가뭄에 콩 나듯 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일반인들이 마운드에 서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특히 2008년 출범한 넥센 히어로즈는 '스토리'가 있는 이웃들을 마운드로 자주 초대해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요즘에는 구단들이 팬들의 신청, 수소문 등을 통해 일반인들을 시구자로 선정하기도 한다. 한화는 지난 1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에 '한화 눈물녀'로 알려진 민효정씨를 시구자로 내세웠다.

민씨는 지난달 16일 한화의 시즌 첫승 당시 관중석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포착된 뒤 '한화 눈물녀'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한화는 SNS 등을 통해 '한화 눈물녀'를 수소문했다는 후문이다.

이종범 "시구는 절대 안쳐요"


2002년 '장나라 사건'당시 깜짝 이벤트로 살짝 쳤는데 아찔

최경호기자




'야구 천재' 이종범(한화 코치)에게는 '장나라 시구 사건'이라는 썩 유쾌하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일부 장나라의 팬들은 이종범에 대해 오해 아닌 오해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시즌 개막 직전 KIA에서 선수 생활을 접은 이종범은 같은 해 6월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에 출연해 '장나라 시구 사건'의 진실을 공개했다.

이종범은 2002년 7월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시구자로 초대된 장나라의 공을 툭 받아 쳤다. 그런데 그 공이 장나라의 얼굴 왼쪽을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종범이 시구를 받아 친 것도 예의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조금만 공의 각도가 틀어졌다면 장나라는 큰 부상을 입을 상황이었다. 일부 장나라 팬들 사이에서 이종범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반면 다른 시각도 있었다. 당시 장나라는 외야에서 마운드까지 승용차를 타고 이동했고 그 바람에 행사가 지연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종범이 장나라에게 '겁'을 주려고 했던 게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에서 이종범은 "올스타전이라 깜짝 이벤트로 시구를 살짝 치려고 했다. 그러나 원래 공을 보내려고 생각했던 곳에 카메라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앞쪽으로 공을 민 것이 장나라가 있는 방향으로 가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종범은 이어 "아직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장나라 아버님(배우 주호성)께 따로 연락을 드려 사과했다"면서 "그 이후로는 시구는 절대 치지 않았다"며 웃었다.


'시구 여왕' 손연재


야구 이어 농구까지 섭렵 눈길
농구 김태술 "류현진 같은 슬라이더!"

최경호기자




시구는 프로야구에만 있는 게 아니다. 프로축구에서는 시축(始蹴), 프로농구에는 시구가 있다. 종목 특성상 형태만 조금 다를 뿐 경기의 개시를 알린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종목을 두루 넘나들며 시구를 한 손연재는 명실상부한 '시구의 여왕'이다. 손연재는 지난해 12월25일 전주에서 열린 전주 KCC-서울 삼성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섰고, 2011~12시즌 개막전 때도 전주를 찾아 시구를 했다.

프로농구 신인왕 출신인 김태술(안양 KGC)은 지난 5월10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SK전에서 시구자로 나서 팬들에게 인상적인 투구를 선사했다. 시구 전 김태술은 "LA 다저스 류현진의 멋진 슬라이더를 보여주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채널인 SBS ESPN 신아영 아나운서는 지난 3월9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2 K-리그 클래식' FC서울-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에 시축자로 나섰다. 신 아나운서는 축구 전문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팬들과 친숙해졌다.

야구와 마찬가지로 농구에도 시구, 축구에는 시축이 있지만 아무래도 재미가 야구만은 못한 게 사실이다. 야구는 마운드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는 동작을 펼칠 수 있는 반면 점프볼을 올려주는 농구의 시구나 하프라인에서 공을 차는 축구의 시축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따라서 대체로 여자 연예인들은 야구장, 특히 3만 관중이 모이는 잠실구장에서 시구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긴다. 홍수아 박신혜 등은 다이내믹한 폼으로 두고두고 화제가 됐고, 본업보다 부업으로 더 유명세를 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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