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물폭탄 세리머니' 논란선수 인터뷰 방해는 물론 전기 흐르는 방송장비 위험임찬규 논란 뒤 도넛 등장MLB도 '게토레이 샤워' 리포터 온몸 흠뻑 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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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LG)의 물폭탄 세리머니 논란에 야구계가 몸살을 앓았다.

임찬규는 지난 26일 잠실서 열린 SK와의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정의윤에게 물세례 세리머니를 했다. 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인터뷰를 진행하던 정인영 KBSN 아나운서가 물벼락을 맞았다. <사진1>

짓궂은 장난에 불과했던 이날의 세리머니는 방송 관계자의 분노, 선수협회의 강경 대응, 팬들의 갑론을박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야구계 전체를 흔들었다.

결국 LG 사령탑 김기태 감독이 "자식 잘못은 부모의 책임이듯, 선수 잘못은 내 책임이 크다"고 진화에 나서면서 격렬함이 사그라졌다.

▲승리 세리머니가 뭐길래

사진2/연합뉴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과도한 세리머니를 자제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이번 일과 같은 세리머니가 일어나 방소사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이 있어 올해는 아예 문서로 공식화했다.

KBO가 발행한 올 시즌 프로야구 대회요강 중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에는 '끝내기 홈런, 안타 등을 기록한 선수에게 물통, 물병, 쓰레기통 등을 사용하는 행위의 자제'를 명시하고 있다.

선수들이 경기에 이긴 후 벌이는 승리 세리머니에 대해 반응은 찬반으로 나뉜다. 과한 행동이었다는 의견과 기꺼이 즐길 수 있는 반응이 팽팽하다.

과한 행동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방송 중 안전사고 우려와 시청자를 위한 인터뷰 방해를 들고 있다. 임찬규의 사례에서 보듯 방송 중에는 마이크, 헤드폰(이어폰), 조명 등 다양한 장비들이 쓰인다. 이들 대부분은 전기가 흐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물이 튀겨 자칫 감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상극인 물 세리머니는 자제하자는 의견이다.

실제로 임찬규 세리머니 이후 KBSN 관계자들은 안전 사고를 이유로 들며 당사자를 비난하고 나섰다. 시청 방해도 세리머니에 회의적인 요소다. 경기에 수훈을 세운 선수의 입을 통해 소감을 듣고 싶은 시청자들은 방송 자체에 집중하고픈 마음이 크다. 세리머니는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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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앞선 지난 23일 두산은 넥센과 연장 승부 끝에 승리한 뒤 그라운드에서 물놀이를 벌이며 관중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었다.<사진2> 선수들끼리만의 자축이었기에 별 말 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임찬규 사건 이후 경기에 나서는 각 구단 선수들은 승리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물 세례로 LG와 갈등을 빚었던 KBSN이 중계한 롯데-두산전에는 도넛과 주스 세리머니가 등장해 오히려 큰 웃음을 전달했다. 롯데 황재균은 28일 경기 후 인터뷰하는 정훈의 입에 도넛을 물렸고<>, 29일 이재곤의 인터뷰 때는 오렌지주스가 담긴 종이 컵을 가져와 직접 먹였다. 물 폭탄 세리머니에 놀란 야구 팬들을 달래려는 재치 있는 행동이었다. LG와 한화의 수훈 선수들은 SBS ESPN과의 경기 후 인터뷰 때 질문과 대답에만 집중했다.

▲이온 음료에 맥주까지… 해외도 수난

승리 세리머니에 물을 들이붓는 행동은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유래했다. 물 벼락 세리머니의 정식 명칭은 '게토레이 샤워((Gatorade shower)', '게토레이 덩크'로도 불리지만 정확한 기원은 확실치 않다. 다만 1980년대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이 공식 음료인 게토레이를 감독에게 부으면서 시작이 됐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NFL 이후 메이저리그(MLB), 미프로농구(NBA)에도 영향을 미쳤고, 바다 건너 국내에도 들어와 다양한 스포츠 종목 외에 아마추어 스포츠에서도 승리 세리머니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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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세리머니와 관련한 담당 아나운서의 수난은 해외 야구에도 존재한다. '게토레이 샤워'에 애꿎게 봉변을 당하는 이들은 선수 가까이에서 취재하던 리포터들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관련 동영상만 찾아봐도 임찬규의 물 폭탄이 오히려 애교로 느껴질 정도다.

지난 26~27일 메이저리그 워싱턴과 신시내티를 취재하던 지역 방송 MASN의 리포터 줄리 알렉산드리아는 수훈 선수를 인터뷰하다 이들 연속 오렌지색 이온 음료로 온 몸이 흠뻑 젖었다.<> 임찬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선수가 음료를 리포터의 얼굴에 가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MLB 세리머니에는 물을 뿌릴 때 얼굴 대신 머리 위, 등쪽으로 뿌리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야구에서는 2009년 요미우리의 재팬시리즈 우승 당시 일화가 유명하다. TV도쿄 여성 아나운서는 라커 룸에 들어갔다가 선수들로부터 '맥주 폭탄'을 맞았다. 흰 맥주 거품을 뒤집어쓴 여성 아나운서의 모습은 고스란히 TV 전파를 타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었다.



이현아기자 lalala@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