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팝아트 새로운 문화 창조"다이나믹듀오 연일차트 1위… 오로지 콘텐츠 힘으로 일궈7년 만에 국내 힙합 선두… 레이블 합동공연 업그레이드페스티벌로 격상 작업 추진… 해외서도 경쟁력 갖춰

분열을 거듭하며 개체를 늘리는 아메바. 떨어져 나온 새로운 개체는 한 부분이 아니다. 온전한 한 몸으로 또 다른 개체를 창조하는 기반이 된다. 단순하지만 무시할 수 없고 시작은 하나지만 그 끝은 모르는 아메바의 기묘함이 K-POP 신에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다이나믹듀오를 필두로 슈프림팀 리듬파워 프라이머리 자이언티 얀키 플래닛시버 필터 DJ프리즈 등 실력파 뮤지션을 다수 보유한 아메바컬처의 이야기다. 장맛비가 끝없이 쏟아지던 7월의 어느 날 마주한 아메바컬처의 수장 고경민 대표에게 연일 차트 1위를 휩쓸고 있는 다이나믹듀오 7집에 대한 축하로 인사를 건넸다.

"참 감사한 일이죠. 대형 기획사도 아니고 오로지 콘텐츠의 힘으로 일궈낸 일이라 저 스스로도 많이 놀라고 있어요. 같은 처지의 동료 제작자들이나 주변 지인들도 그런 차원에서 감정 이입이 되는 모양인지 축하 전화가 많이 왔답니다. 쉽지 않았던 시간을 보냈고 그걸 곁에서 봤던 분들이라 진심이 느껴졌어요. 만족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새롭게 도전할 힘을 얻었죠."

최근 공개된 다이나믹듀오의 7집은 전 수록곡을 음원차트 1위부터 차례대로 진입시켜 하나의 블록을 형성하는 기현상을 일으켰다. '씨스루''물음표'를 발표해 차트에서 파란을 일으킨 '천재 프로듀서' 프라이머리와 '베이베''레드라이트'등을 통해 독특한 음색으로 시장을 놀라게 한 자이언티도 아메바컬처에 속했다. 꾸준히 히트곡을 선보이는 슈프림팀은 이제 중견 팀이다. 기발하고 재치있는 랩과 퍼포먼스가 인상적인 리듬파워도 언제든 치고 올라갈 유망주다. 힙합을 기반으로 하나의 문화를 창조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탄생한 아메바컬처가 이름대로 세포분열을 거듭한 끝에 7년 만에 국내 힙합의 주요레이블로 우뚝 섰음을 확인시키는 대목이다. 가족과도 같은 끈끈한 유대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6년 9월 5명이 의기투합했어요. 그중에 2명이 다이나믹듀오 친구들이죠.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10.7평 사무실에서 시작했죠. 두 사람이 모로 지날 수도 없는 좁은 공간이었어요. 누가 대표고 누가 아티스트고 따질 겨를이 없었죠. 모두 우리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달려들었어요."

2011 아메바후드 전시
물론 시작부터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것은 아니다. 시작은 미약했고 과정은 험난했다. 가장 큰 위기는 다이나믹듀오 4집 발매 직전이었다. 근근이 가내수공업처럼 버텨왔던 회사의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광고를 한 편 찍으면 직원 모두가 나눠 가지고 마냥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죠.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이쪽 상황을 낙관했던 것이 판단 착오였어요. 바로 힘든 시기가 왔고 우리는 보릿고개를 넘어보자 했죠. 안 좋은 시기를 대비하고 보다 멀리 내다봐야 오늘을 살 수 있다는 수업료를 치른 셈이었어요."

고경민 대표는 개인의 삶 자체로도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아티스트를 뒤에서 지원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며 대외 활동을 꺼리는 탓에 오히려 그의 존재에 신비감이 부여될 정도다. 그의 시작도 다른 제작자들과 확연히 다르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고 대표는 1995년 우연한 기회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4집 스타일을 맡게 되며 업계에 발을 들였다. 스무살 시절부터 힙합과 그 스타일에 빠져있던 그는 '컴백홈'무대에서 당시로는 파격적인 스노보드 패션을 선보였다. 당대의 아이돌 H.O.T의 1,2집도 그의 손을 거치며 유행의 시작이 됐다. 스스로 재능을 가지기 보다 남의 재능을 알아보는 눈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그는 다이나믹듀오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힙합과 그 스타일이 막연하게 좋았어요. 스스로 힙합이 뭘까 되물어보기도 했죠. 음악 하나가 아니라 패션을 포함한 문화 전반으로 풀어낼 수 있겠다 싶었어요. 다듀 친구들과 맞았던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죠. 한 번은 회사 설립하기 전에 티셔츠 200장을 프린트해서 팔아보자고 했어요. 아무리 팔아도 50장이 넘게 남았어요. 물론 수익은 없었죠. 남은 재고를 각자 나눠서 집에 가져갔다가 걸레로도 못 쓸 것을 왜 가져왔냐고 어른들에게 혼쭐이 났어요.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추억이죠."

음악과 패션의 조합은 팝아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문화와 교류하는 독특한 아트작업을 해오던 아메바컬쳐는 아트토이인 피규어를 만들고 전시회 공연도 즐기는 문화사업을 하는 아메바후드(AMOEBAHOOD)를 2011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 열린 팝아트 전시회는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숱한 화제를 양산했다. 소속 레이블 아티스트와 음악을 소재로 팝아트 작가들에게 작품을 의뢰해 힙합 이상의 그 무엇이 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팝아트는 최근 가장 핫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재능있는 작가들에게 작품을 의뢰하고 나온 결과물을 모두 구매해서 소장하고 있어요. 기회를 주는 차원이 아니라 그들의 작업을 존중하고 지원하고 싶다는 뜻이죠. 함께 협업을 하면서 소속 뮤지션들에게도 좋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겠다는 아메바컬처의 도전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2012년 미국 콘서트를 열었던 다이나믹듀오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2년간 진행된 레이블의 합동 콘서트 아메바후드를 버전업시켜 아메바후드 페스티벌로 격상시키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음악이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고 대표의 발상이 현실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아메바후드 콘서트가 1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을 정도로 브랜드 파워를 갖췄어요. 이제는 음악과 팝아트를 접목시키면서 새로운 축제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죠. 더불어 국내 힙합이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해외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 계획입니다."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