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주년 '강남스타일'이 바꿔 놓은 것들천편일률 섹시·군무 대신 가수 개성 존중 시대로해외 관계자 편견도 변화… 협업 러브콜도 늘어나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바이럴 비디오 중의 하나인 '강남스타일'의 생일을 축하한다"(미국 방송사 ABC) "'강남스타일' 1주년 그리고 음악은 영원히 다르다"(미국 IT월간 와이어드) "유튜브에서 '강남스타일'로 시작된 K-POP의 중흥"(미국 IT전문지 더 버지)

15일 발표 1주년을 맞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 노래의 등장을 조명하는 것은 국내 매체만의 몫은 아니다. 해외 유수 매체들이 분주하게 평가와 분석을 내놓았다. '강남스타일'은 이미 노래 한 곡이 보여줬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일들을 세계 전역 무대에서 일으켰다.

'강남스타일'은 지난해 7월15일 발표된 싸이의 6집 '싸이6甲 파트1'의 타이틀곡이다. 양대 팝시장인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7주 연속 2위, 영국 UK 싱글 차트 1위 등을 차지하며 K-POP 역사를 다시 썼다. 세계 30여개국 아이튠스에서 1위에 올랐고 뮤직비디오는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 수 17억 건을 훌쩍 넘기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동영상' 기록을 경신 중이다.

물론 싸이는 세계 전역을 돌며 무대에 올랐고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중국과 프랑스 일대에는 그의 모방가수들이 등장할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다. 싸이와 그 주변의 모든 것을 바꿔놓은 '강남스타일'의 1년을 되돌아봤다.

'진출'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강남스타일'은 무엇보다 이전까지 숱하게 사용됐던 '진출'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 단어는 원더걸스가 '노바디'로 빌보드 싱글 핫100 차트에 진입하면서 혹은 보아와 세븐 등이 미국 기획사에 계약을 맺으면서 붙여졌다.

'인류의 달착륙'과 비슷한 어감이 돼 버린 진출은 새로운 시장에 호기롭게 도전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을 해외 시장에 비해 하위 개념으로 인식시켰고 스포츠 종목에서 국제대회에 출전하듯 성과 위주의 시각을 가지게 했다.

'수출용'이 아닌 '내수용'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 버린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이 같은 분위기에 반전을 가져왔다.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채널을 통해서 내수용도 콘텐츠의 질만 담보된다면 충분히 해외에서 승부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진출이라는 단어를 섣부르게 쓰는 대신 해외 뮤지션들과 공동작업을 벌이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것은 물론이다.

시장의 판도를 바꾸다

각종 사건사고의 중심에 올랐고 그 때문에 엽기 콘셉트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싸이. 별종으로 치부되던 그가 별안간 월드스타의 반열에 오르자 분석과 진단이 쏟아졌다. 주된 내용은 싸이가 준비된 이였다는 것. 각종 사건사고로 방송 출연이 여의치 않아 라이브 위주로 다양한 무대에서 강점을 키웠고 영어가 능통해 그 본연의 유머 코드를 현지에서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유튜브를 통해 세계 전역에 노래를 확산시키는 전략의 교과서로 남게 됐다.

이는 국내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칼군무'와 '섹시콘셉트'를 강점으로 내세우던 댄스아이돌이 약세로 돌아섰고 신선한 감각으로 무장한 버스커버스커 악동뮤지션 이하이 등 오디션 출신 가수들이 대거 시장에서 환영받았다. 에일리를 비롯한 가창력 위주의 가수들도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곡의 콘셉트를 명확하게 소개하는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각종 영상을 유튜브 채널로 공개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 돼 버렸다. 가수의 개성을 존중하고 홍보 전략의 차별성이 강조되는 풍토가 마련된 것이다.

'틈새'에서 '전면'으로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싸이 개인의 것만은 아니다. 그가 속한 K-POP 전체도 수혜를 맛보고 있다. 댄스아이돌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소비되던 K-POP은 싸이의 등장으로 세계 전역으로 입지를 넓혔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현아ㆍ가인 등이 유명세를 얻으면서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해외 음악 관계자들의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아시아용 혹은 소수 마니아를 노린 음악이라는 편견이 사라졌다. 콘텐츠의 질이 높고 협업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세계 음악시장을 이끌어갈 또 다른 축으로 주목하고 있다. 국내 가수와 곡을 주고 싶다는 러브콜은 물론이고 국내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물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싸이가 자리하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을 바라보는 해외 관계자들의 시각에 큰 변화가 생겼다"면서 "당장의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류를 넓히고 시장을 확대하는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