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별들의 잔치' 32년 발자취MVP 그해 최고인기 차 부상… 골든배트·상금 등 바뀌기도1989년 동군 승리 불구… MVP는 서군 차지올스타 휴식기 지휘봉 반납… 31년간 28차례 '감독 무덤'

2013 프로야구 '별들의 잔치'가 19일 포항구장에서 열렸다. 올스타전은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량을 뽐내고 팬들과 어우러져 벌이는 야구인의 축제다. 서른 두 살이라는 프로야구 나이와 함께 해온 올스타전의 발자취에 세월의 변화도 감지된다.

▲맵시나에서 소렌토까지

추억의 프로야구 사진첩을 들여다 보면 자동차 위에 걸터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프로야구 32년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가장 보기 좋은 지표는 올스타전 MVP의 부상 변천사다.

원년부터 17년간 미스터 올스타에게 주어진 부상은 부의 상징이던 승용차다. 1982년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된 김용희(롯데)가 당시 새한자동차에서 생산하던 '맵시나'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1998년 박정태(롯데)가 삼성 SM520을 받기까지 자동차가 부상으로 주어졌다.

차종도 초창기 소형차에서 점점 중형으로 커졌으며 늘 그 해의 최고 인기 차종이 주어졌다. 이후 10년 간 다양한 품목으로 대체됐던 부상은 2009년부터 추억의 자동차로 다시 바뀌었다. 2009년 MVP였던 안치홍(KIA)가 기아자동차의 포르테를 받았고, 2010년 홍성흔(롯데)과 2011년 이병규(LG)에게는 K5가 전달됐다. 그리고 지난해 MVP에 오른 황재균(롯데)은 뉴소렌토R을 부상으로 거머 쥐었다.

1982년 김용희-맵시나
부상은 프로야구 메인 스폰서에 따라 변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승용차는 올스타전 MVP의 상징으로 프로야구 역사와 함께 해 왔다.

외환 위기 이후 전 국민의 금 모으기 운동으로 인해 금이 귀해지자 1999년 박정태가 두 번째로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됐을 때부터는 부상이 금으로 바뀌었다. 750g(20냥쭝)의 골든볼이었고, 2000년 송지만(한화)과 2001년 우즈(두산)에게도 같은 무게의 골든 배트가 전달됐다.

2002년부터는 부상이 상금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2002년 박재홍(현대)과 2003년 이종범(KIA), 2004년 정수근(롯데)은 1,000만원씩을 받았다. 이어 삼성 PAVV가 메인 스폰서를 맡았던 2005년부터는 1,000만원과 함께 대형 PDP TV까지 부상으로 마련됐다.

▲올스타전 MVP 이런 일도

1989년 올스타전에서 동군은 연장 11회말 김용철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9-8로 승리했다. 그러나 MVP는 패배한 서군 한대화에게 돌아갔다. 동군 선수들은 시상식을 거부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2009년 안치홍-포르테/연합뉴스
올스타전 사상 최고의 깜짝 스타는 1995년 정경훈이었다. 삼성에서 뛰다 1995년 한화로 트레이드된 정경훈은 올스타에 뽑힌 홍현우가 불미스러운 일로 출장 정지 조치를 받는 바람에 대체 선수로 참가해 4타수 3안타 1득점 1도루로 맹활약하며 최고의 별로 떠올랐다.

2000년 올스타전도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1차전 마산에서 연장 15회를 치른 뒤 제주로 옮겨 치른 2차전도 마지막까지 승부를 점칠 수 없었다. 매직리그가 4-3으로 앞선 9회말 2사 만루. 매직리그 구대성은 드림리그 홍성흔을 상대로 폭투 2개를 던져 4-5, 끝내기 패배를 자초했다. 그런데 구대성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1차전에서 홈런 3개를 터뜨린 팀 동료 송지만의 MVP 수상을 돕기 위해 경쟁자 홍성흔의 끝내기 기회를 원천 봉쇄했다는 설이 있지만 구대성은 함구했다. 결국 그 해 MVP는 송지만에게 돌아갔다.

▲'올스타 괴담'도

선수와 팬, 모두가 즐거워하는 올스타전이지만 감독들만은 예외일 때가 많았다. 역대로 올스타전을 전후로 여러 감독들이 지휘봉을 반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긴 말이 '올스타 괴담'.

1987년 김동엽 MBC 감독(작고), 1996년 이광환 LG 감독, 1998년 강병철 한화 감독, 1999년 김성근 쌍방울 감독이 '괴담'의 희생양이 됐다. 꼭 올스타 브레이크가 아니더라도 그 시기를 전후로 지휘봉을 반납한 경우도 많았다. 2006년5월엔 이순철 LG 감독, 2003년 8월6일엔 백인천 롯데 감독, 2004년 7월26일엔 김성한 KIA 감독, 2005년 7월25일엔 유남호 KIA 감독이 해임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31년 동안 시즌 도중 감독이 물러난 횟수는 총 28차례. 공교롭게도 올스타 휴식기가 감독들에겐 무덤이 된 셈이다.

2010년 홍성흔-K5/연합뉴스

2011년 이병규-K5/연합뉴스

성환희기자 hhsu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