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로시인 함동선 시집 '연백'총 4부·56편의 시 실려 '생태의식 세계관' 형상화정치·역사의식과 연결북녘 고향에 대한 그리움… 분단 극복하려는 소망 담겨

시집 '연백' 출간한 함동선 시인.
"시의 지성에는 심장 뛰는 소리가, 시의 감정에는 풍자ㆍ아이러니 등 주지적 사고가 받쳐 주어야 한다"며 "시란 가슴에서 머리로 가는 여행이다"라고 정의한 원로시인 함동선.

중앙대 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함동선 시인이 시집 '연백'을 출간했다. 세계사시인선 158번째 시집이다.

함동선 시인은 "이번 시집은 그간 발표한 작품 중에서 고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자라는 것 같기만 해 아쉽기 그지없다"며 "앞으로 우리 옛 종족이 자연과 사물과 그리고 삶에서 최초로 감동을 한 말들을 찾아 재구성해서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는 작품을 쓰겠다"는 의지를 이번 시집에 담았다.

함동선 시인의 시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이 시집은 총 4부로 나눠 56편의 시가 실려 있다. 생태학적 세계관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시들로 가득하다. 함동선 시인의 생태의식은 정치의식 및 역사의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학적 혈연관계를 맺고 있다는 문단의 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점은 1부 '연백'에서도 잘 드러난다. 연백은 함동선 시인의 고향으로 강화도에서 직선거리로 15km 정도 떨어진 황해도에 위치한 지역이다. 38선 기준으로 남쪽에 있고 휴전선 기준으로 하면 북쪽에 속한 땅으로 예성강 하류에 위치해 있다.

표제작 '연백'에서는 "새들은 38선 말뚝을 넘어가고 오지만 꽃과 나무와 풀은 이미 남과 북으로 갈라섰다. 내 고향은 '38선 이남'의 변방이 되었다"며 민족공동체의 분열, 가족의 해체, 자연과 사람간의 단절 등 생태의식이 역사의식 및 정치의식과 결합한 시어들로 표출된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송용구는 "시 '연백'이 제1연에서 '정치-생태학'의 관점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비판하고, 제2,3연에서는 고향을 향한 그리움의 불씨로부터 분단을 극복하려는 소망의 불을 지펴 올리고, 제4연에서 민족공동체의 결속과 생명공동체의 통합을 기다리려는 소망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확인시켜 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철학, 역사학, 문예학, 정치학, 생태학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사상과 지식들이 '통섭'하는 과정을 통해 시인 함동선은 튼실한 사상의 토대와 기둥을 갖추고서 '시'의 집을 세우고 있는 것"이라며 "그의 시세계가 '집다운 집'이 될 수 있는 것은 '집'을 찾아오는 손님인 독자들에게 토대와 기둥이 튼실하면서도 '아름답다'는 미적 신뢰감까지 주기 때문이다"라고 평했다.

함동선 시인은 1958년 '현대문학'에 시 '봄비'로 서정주 시인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등단했다. 1965년 첫 시집 '우후개화(雨後開花)' 이후 '꽃이 있던 자리'(1973), '눈감으면 보이는 어머니'(1979), '함동선 시선'(1981), '식민지'(1986), '밤섬의 숲'(2007) 등을 발간했다. 작가세계 펴냄. 9,0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