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POP '연습생 멘토링' 눈 뜨다긴 연습생활로 인한 사회성 결여·정서 불안정부·기획사 해결 나서JYP 엔터테인먼트 심리학 박사 고문 초빙주기적 상담 진행 눈길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 엔터테인먼트 멘토링 캠프'에서 가수지망생들이 한 기획사 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가족과 친구들 대신 연습생끼리 어울리기는 하지만 경쟁자라는 생각에 속을 터놓고 지내지는 않는다. 혹여 데뷔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다 보니 깊게 잠을 청한 적이 별로 없다." 대형기획사S 연습생 A양

"팀 구성이 완성될 만하면 연습생 한 두 명이 그만 두겠다고 떠난다. 데뷔를 앞두고는 적당한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몇몇은 정도가 심한데 데뷔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하기는 부담스러워 고민이다."대형기획사B 임원C

해외 시장을 향해 양적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K-POP이 멘토링을 필요로 하고 있다. 멘토링이란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이 스승 역할을 하여 지도와 조언으로 대상자의 잠재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물론 어린 나이부터 경쟁을 거듭하며 몸과 마음이 황폐해지고 있는 연습생과 미성년의 가수들이 멘토링의 대상이다.

멘토링의 부재는 10년 넘게 연습생 제도를 갖추고 강도 높은 훈련을 바탕으로 양질의 가수를 양성해 온 K-POP 시스템의 짙은 그림자로 지적받았다. 최근 정부단체와 일부 기획사에서 늦게나마 그 필요성을 감지하고 지원책과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멘토링에 눈을 뜬 K-POP의 오늘을 짚었다.

▲왜 멘토링인가?

'2013 엔터테인먼트 멘토링 캠프' 세미나 배우 이종수
연습생 준비 기간 평균 1년5개월, 대형기획사 연습생 경쟁률 평균 200:1, 데뷔 준비기간 1년3개월…. 201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연습생의 데뷔과정은 무척이나 험난하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고 경쟁에 압박감을 느끼며 불투명한 내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거나 지속적인 상담을 실시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인성교육을 받지 못하고 기계적인 훈련을 거듭하는데 급급한 연습생들이 부모와 회사의 관심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습생이 되기 전인 지망생의 경우 제대로 된 정보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어 각종 불미스러운 일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세계 수준의 음악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국내 가요계가 그 원동력이자 원천콘텐트인 연습생과 가수들의 마음을 챙기지 못한 것은 산업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한다.

▲회사가 나섰다

연습생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국내 기획사는 대략 10여 개 정도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최근까지 멘토링의 역할은 매니저나 주변 스태프가 해왔다. 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지고 본연의 일이 있기 때문에 멘토링의 효율성은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유교사상을 배경으로 한 상명하복의 분위기로 인해 회사 직원과 연습생은 원활한 대화를 하기 어렵다.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은 2010년부터다. 전속분쟁을 비롯한 각종 사건사고가 터져나오면서 대형기획사를 중심으로 인성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를 실천하는 기획사가 등장했다. 청소년상담학이나 심리학 과정을 이수한 상담전문가나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JYP엔터테인먼트의 멘탈케어 프로그램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심리학 박사를 고문으로 초빙해 연습생과 연예인, 여기에 직원까지 직무에 따라 다른 주기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JYP 한 소속 가수는 "개인적으로 심리학을 전공해서 후배들에게 멘토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정부단체도 나섰다

K-POP이 국가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행정 부처와 담당 기관도 멘토링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과 함께 지난해에 이어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3 엔터테인먼트 멘토링 캠프'를 열었다. 지망생이나 연습생 그리고 이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진로 상담과 컨설팅, 모의 오디션 등을 키이스트, IHQ, JYP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등을 포함한 10여 개의 기획사들과 함께 진행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실무적인 내용이 추가됐다. 세미나를 통해서는 ▲아역배우 데뷔 방법 및 유의사항 ▲연예계 범죄의 실태 및 예방법 ▲기획사 선택 방법 및 기획사의 역할과 책임 등의 주제로 진행됐다. 여기에는 배우 이종수가 '연예인으로서의 생활 및 마음가짐'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고 이무영 감독은 내년 개봉 예정인 영화'마이 크리스마스 스토리'(가제)에 출연할 배우 오디션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콘진원은 2011년부터 대중문화예술인 대상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자살예방협회 소속 정신과 전문의를 배정해 1:1로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콘진원 담당자는 "연습생 및 청소년 연예인들의 고립된 연습 생활로 인한 사회성 결여와 정서적인 문제들을 염려하여 심리 상담에 대한 기획사들의 관심과 신청이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고 답했다.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