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권 목판화전 '화각인'2일부터 60여점 전시한국·일본·중국 기술 습득… 동양적인 다색 목판화 실현자연의 아름다움 통해 인간의 내면 담아

성산 일출봉
김준권의 목판화는 그리고, 새기고, 찍는 작업으로 끝나지 않는다. 단순하게 예술적인 기능으로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다 마침표를 찍는다. 푸른 대나무나 점층적으로 다가오는 산, 푸른 바다 위에 떠있는 섬들이 그 자체로 예술적 영감으로 다가와 사람들의 이야기와 접목된다.

하나의 작업을 마무리하기까지 몸을 통한 노동은 물론 깊은 사색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그림이 되고, 칼 끝에서 새김이 되고, 다색 수성 물감으로 찍어 나간다.

김준권은 동양적인 다색 목판화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의 전통적인 수성 다색목판화, 일본의 우키요에, 중국의 수인 목판화를 두루 익혔다. 이처럼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면서 어려운 프린팅 기법과 기술을 능숙하게 구사됐다. 그리고 장인의 기술을 넘어 문인화적인 품격과 감성을 표현해내기에 이르렀다. 우리 현대 목판화의 폭과 깊이를 한층 풍부하게 이끌고 있다.

김준권은 이번 전시에 앞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긴 시간 독도, 울릉도, 제주도와 신안 앞 바다를 거쳐 거제도까지 스케치 여행을 했다. 화선지로 담아낼 농묵과 담묵의 여운을 고스란히 몸과 마음과 눈에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푸른 바다 위에 아스라이 떠있는 섬, 바닷가의 갯벌을 모두 화면 속에 구현했다.

"나에게 현장 사생을 한다는 것은 잠녀가 물질을 하다 수면으로 올라와 큰 숨을 쉬는 것과 같다. 작업을 한다는 것은 산소를 소비하는 일이고, 사생을 하는 것은 내 몸에 산소를 보충하는 것이다."

산에서
이제 이순(耳順)을 앞둔 중견 작가 김준권은 머리로 하는 사생, 마음으로 하는 사생, 눈으로 하는 사생, 발로 하는 사생, 손으로 하는 사생을 두루 거치는 동안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색이 적당히 감춰진 새벽이나 이른 아침의 사생을 통해 수묵 목판기법의 아름다움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하고 있다.

김준권은 '청죽(靑竹)' 연작으로 내면의 감성과 정서를 표현하는데 주력하다 산과 바다, 섬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사시사철 푸른 빛을 잃지 않고 아우성치는 모습에서 인간의 내면을 읽어냈다.

충북 진천에서 오직 목판화 작업만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내면 세계를 찾아가고 있는 김준권은 이번 전시에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작업한 수묵과 채묵 목판화 60여점을 선보인다. 9월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팔레 드 서울 갤러리에서 목판화의 또 다른 매력을 체험할 수 있다.



이창호기자 cha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