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나병준 판타지오 대표장안의 화제 '방과 후 복불복' 서프라이즈 멤버 5명 탄생시켜"다양한 퍼포먼스 가능한 신인 발굴이 스타 영입보다 경쟁력 있다 판단홍보도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세상이 변했잖아요"

신인 배우 5명으로 구성된 서프라이즈 멤버들이 출연하는 드라마툰 '방과 후 복불복'(극본ㆍ연출 정정화, 제작 판타지오픽쳐스 그룹에이트)은 요즘 연예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서강준 이태환 유일 공명 강태오 등 '생초보'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나서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 드라마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름 아니라 이 실험적인 작품이 배우를 기반으로 한 연예매니지먼트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판타지오의 나병준 대표가 있다.

2001년 연예기획사 싸이더스에 입사 후 12년째 '엔터 밥'을 먹고 있는 나 대표. 2008년 NOA로 분사하며 대표로 취임한 후 최근 판타지오로 사명을 바꾸며 명맥을 이어오는 동안 그가 항상 염두에 둔 것은 변화와 실험이었다.

"배우의 역할이 '연기'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요즘 가수들은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예능에도 출연한다. 하지만 배우는 작품 외에 보여줄 것이 많지 않다. 때문에 보다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프라이즈 프로젝트는 그 시스템을 만드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나병준 대표는 "요즘 신인 배우들의 경쟁 상대는 배우가 아니라 아이돌"이라고 말한다. 이미 가수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아이돌이 대거 '연기돌'을 선언하며 신인 배우들의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 논리로 나 대표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가능한 신인을 육성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는 결코 무모한 도전이 아니다. 배우 장근석과 이민호 등은 이미 앨범을 내고 해외 프로모션에 나서면 가수 못지않은 무대를 꾸민다. 다양한 볼거리에 당연히 해외팬은 열광한다. 신비주의 전략으로 숨고 감추는 게 미덕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춤과 노래는 언어보다 소통하기 편하다. 해외 시장을 공략할 때 대화 만으로 팬미팅을 이끌어갈 순 없다.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반드시 앨범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퍼포먼스 요소가 담긴 작품을 기획해서 최적화된 배우들을 육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5명의 멤버를 뽑기 위해 나병준 대표는 3년을 투자했다. 판타지오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액터스 리그'를 통해 4,000명을 모니터했고 800:1의 경쟁률을 뚫은 5명이 서프라이즈라는 이름 아래 뭉쳤다. 아직 제대로 활동조차 하지 않았지만 신인 임에도 서강준은 SBS 새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에 캐스팅됐고 공명은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에 투입된다. 강태오는 CF 계약이 성사됐다. 나 대표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춤과 노래를 잘 하는 친구도 좋지만 서프라이즈 프로젝트의 개념을 분명히 알고 퍼포먼스에 관심이 있는 멤버를 우선적으로 영입했다. '연기만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도전자는 배제했다. 발상을 바꾸지 않으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씨앗을 뿌렸고 1년 안에 성과가 나올 거라 본다."

싸이더스 시절 5명의 배우를 묶어 '다섯 개의 별'로 이름을 알린 프로젝트가 있었다. 당시 멤버였던 정경호 정겨운 유하준 등이 현재 주연급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배우 5명을 묶는 것을 넘어 서프라이즈는 그들을 통한 시너지 효과에 초점을 맞춘다. 생소한 개념이지만 나병준 대표는 적극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며 탄탄한 밑그림을 완성했다.

나 대표의 발상의 전환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그는 "음반 업계에 답이 있더라"고 말했다. 아티스트를 조직하고 이미지를 관리하며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는 분명 '전략'이 있었다. 최근 음반을 기반으로 한 연예기획사들이 잇따라 상장하며 해외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데는 철저한 계산으로 통해 구축된 전략이 있었다.

나병준 대표는 이 과정을 직접 보기 위해 주저없이 움직였다. 가수 손담비 애프터스쿨 등이 속한 플레디스와 손잡고 걸그룹 헬로비너스를 론칭했다. 가까이서 음반 업계의 시스템을 경험하며 서프라이즈 프로젝트를 구체화시켰다.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끊임없이 신인을 발굴해야 발전이 있고, 우수한 신인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전략이 필수다. 이미 스타가 된 이들을 영입하는 건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체질 개선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답을 내렸다."

나병준 대표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에 주목했다. TV와 스크린 등 기존 매체가 아닌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툰 '방과 후 복불복'을 만든 이유다. 과거 신인의 프로필 사진을 한 장 건네며 홍보하던 시대는 지났다. PD와 작가, 감독을 만나면 곧바로 스마트폰을 통해 서프라이즈 멤버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줬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왔다.

"사진 한 장을 보여줄 때와는 반응이 전혀 달랐다. 따로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이미지와 연기력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변화는 반드시 콘텐츠 수용 방법의 변화를 가져온다. 서프라이즈 프로젝트는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 신중하게 준비했다."

나병준 대표는 궁극적으로 매니저의 이미지 자체가 바뀌길 원한다. 단순히 운전을 해주고 스케줄을 관리해주는 이들이 아니라 스타를 키우는 스페셜리스트로서 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회사인 판타지오 픽쳐스를 통해 영화 '도가니' '러브픽션'에 이어 오는 10월 개봉되는 '롤러코스터'와 내년 '앙드레 김'을 제작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나 대표는 "할 일이 너무 많다"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다. 꿈을 꾸며 희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매니저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정체성도 찾아주고 싶다. 전략을 통해 만든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그게 경쟁력이지 않겠나. 지금은 아무리 이야기 해도 소용없다. 2,3년 후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당분간 쉴 틈이 없을 것 같다."



안진용기자 realy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