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후남 수필집 '꽃도둑'작년 아르코 창작기금 수상작삶의 속살 있는 그대로 드러내

"수필은 체험의 문학이다. 그러나 체험의 단순한 기록만으론 부족하다. 자기를 객관화하면서 자신을 비추어보는 인간탐구의 문학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통찰을 통해 인생의 깨달음의 꽃을 피워내는 데서 수필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2013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부문 심사평이다. 심사위원을 맡았던 수필가 한후남 씨가 수필집 '꽃도둑'을 냈다. 48편의 수필과 한 편의 기행문으로 엮었다. 저자의 삶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작품들이다.

시댁에서 '명쾌, 상쾌, 통쾌'라는 호칭으로 불린다는 딸과의 일화, 동창의 어머니인 소설가 박완서와의 인연, 할머니 손잡고 구경 갔던 강릉 남대천 오월 단오제와 고향집 등 과거의 회상이 현재 삶을 통찰하고 깨달음의 꽃으로 건강하게 다가온다.

'어느 문학 장르보다도 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쓰는 저자가 '아직도 나는 수필 쓰는 일이 서툴다'는 고백에서는 겸손함마저 느껴진다.

1990년 '경남문학' 제1회 신인상 수필로 등단한 한후남 수필가는 "70년대 말 남편의 근무지 발령으로 서울에서 창원으로 내려갔다. 서울에 있었으면 글을 쓰려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창원은 나에게 문학을 선물해준 고향이다"라고 말한다. 1996년 수필집 '소나무'로 남명문학상 신인상, '시간의 켜'로 경남문학 우수작품상을 받은 그는 경남문인협회 수필분과 위원장으로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성선경 시인은 "누구에게나 삶은 고단하고 지난한 것이지만 이것을 긍정으로 치유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에너지로 환원하는 성찰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한후남 선생의 글을 읽는 내내 내 삶의 고단함이 따뜻이 녹여지는 훈훈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 인사동길 어느 음식점에서 만난 저자는 이번 수필집 '꽃도둑'의 표지 그림과 크로키를 그려준 친동생 한정실 화가에 대한 고마움과 뿌듯함을 말하며 환한 웃음을 보여 주었다. 이런 미소가 바로 삶을 긍정으로 치유하고 작품으로 녹여낼 수 있는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수필가 한후남은 경남문인협회에서 발간하는 경남문학 2013 여름호(103호) 집중조명 코너에 소개되기도 했다. 장성진 창원대 교수는 평설을 통해 "한후남 작가의 수필은 시간에 대한 상념이며, 그 출발과 귀착점은 일상이다. 상념이란 때때로 명상이라는 심층에서 충동이라는 표층에까지 걸쳐 있다. 일상의 출발은 대체로 주어진 상황이며, 귀착점은 그것을 시공간의 좌표 위에서 읽어내는 삶에 대한 해석이다"고 평했다.

수필집 '꽃도둑'은 2012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필부문 수상작이다.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은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조성ㆍ관리하고 운영하는 문예진흥기금 공모 대상 사업 중 하나다. 문학적 잠재력이 뛰어난 작가가 우리 문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작품을 집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황금알 펴냄. 1만5,0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