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속으로 편안히 다가가고 싶다""세월의 무게감이 싫어 '35주년 기념' 떼고'삼삼오오' 팬과 호흡할 것"

가수 인순이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18집 발매 기념 전국투어 콘서트'삼삼오오'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노래하고, 가슴으로 노래하는 그런 사람이 돼 있었다. 대중의 가슴에 파고들어 기쁠 때는 기쁨을 두 배로, 슬플 때는 슬픔을 반으로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데뷔 35주년을 맞은 가수 인순이(56)는 자신의 18집'엄브렐라'를 손에 쥐고 '대중가수'라는 말을 수 차례 반복했다. 무대 위에서 군림하기보다 소통하려고 했다는 고백이요 소외받고 힘겨운 이들이 흥얼거리며 위로받고 힘을 얻는 노래를 불러왔다는 자부심일 것이다.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18집 발표 기념 전국 투어 '삼삼오오' 제작발표회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목소리만큼이나 한결 편안해져 보였다. 스스로 노래가 늘었다는 주변 지인들에게 말할 정도로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 세대 가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가성을 쓰지 않고 진성으로 정박의 노래만 했지만, 요즘은 박자가 당겼다가 느렸다가 한다. 내가 요즘은 알앤비에서도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목소리 자체가 가벼워졌다."

단단한 공력의 가수는 데뷔 35주년을 맞이하고나서야 스스로의 노래가 늘었다고 했다. 기계적인 고음을 내는 요령을 터득한 것도 휘몰아치듯 무대를 울리는 기교가 생겼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었다. 박자를 온몸으로 느끼고 가사를 눈빛으로 전하며 가슴으로 노래한다는 의미를 새삼 알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17집 '아버지'는 내게도 사실 무거웠다. 아버지라는 단어가 가사에 들어가지 않는 조건으로 녹음에 참여할 정도였다. 전작에서 사람을 노래하기는 했지만, 그때보다 편안하고 사람들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노래들을 담았다."

대중 가수가 부르는 이번 앨범의 주제는 사람과 희망이다. "음반 처음부터 끝까지 한 곡도 그냥 넘겨버리고 싶지 않았다"는 그는 대중 속으로 파고들기를 작정했는지 서울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게릴라콘서트를 열고 이 장면을 뮤직비디오 장면에 담았다. 타이틀곡 '아름다운 걸(girl)'은 인순이의 시원한 가창력이 인상적 노래다. 프로듀싱팀 레드로켓이 만들었다.

"'아름다운 걸'은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여자들은 결혼을 하면 자신의 꿈은 접는다. 가족의 꿈에 모든 것을 맞춘다. 그 꿈을 놓지 말자는 내용의 노래다."

인순이는 이번 앨범 발표와 함께 전국투어와 해외 공연에 돌입한다. 사실 이번 공연은 올해 초까지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로 준비를 시작했다. 준비가 진행되며 35주년이라는 단어가 인순이의 요청으로 빠지게 됐다. 공연의 제목은 세월의 무게감이 싫어 팬들과 '삼삼오오' 모여 같이 가자는 의미를 담아 '삼삼오오'로 다시 명명됐다.

"어느 무대에서 나를 '데뷔한 지 35주년 되신 인순이 선생님'이라고 소개하더라. 어깨가 너무 무거워지고, 무대에서 제약을 받겠다 싶었다. 이번 공연에서 초 미니 스커트를 포함해서 여러 옷을 갈아입을 생각인데 35주년이라고 내 걸으면 내가 당당하게 무대에 나설 수 있을까 생각했다. 고심하던 끝에 35주년을 빼 달라고 했다."

정규 앨범만 18장을 내게 됐다며 자신을 '복많은 사람'으로 칭한 인순이는 다음 달 4-5일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을 시작으로 춘천·부산·창원 등을 아우르는 전국 투어 '삼삼오오'로 팬들을 만난다. 그는 내년 미국 워싱턴·뉴욕, 호주 시드니, 중국 베이징 등 해외에서 공연을 펼친 후 서울에서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다.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