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본을 맡은 는 17일 오후 경북 경주시 신평동 힐튼경주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아드라마컨퍼런스에서 '그겨울'에 얽힌 후일담과 리메이크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원작자인 타츠이 유카리 작가는 "'그겨울'은 전적으로 '노희경 월드'였다. 굉장히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라는 극찬을 더했다. 이날 발표와 질의응답을 재구성했다.
▲노희경이란 스타 작가가 리메이크 작품을 한다는 것으로 화제였다.
=처음에 거절했다. 나름 중견작가다. 일단 원작을 보라고 하더라. 잊혀지지 않았다. 두 인물의 아픔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작품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원작은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가 쓰고, 한국에도 일부 마니아 층이 있는 작품이다. 거기에 내가 무얼 보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원작이 지닌 일본 특유의 정서가 있다.
▲때문에 디테일을 파고든 것인가.
=원작을 계속 연구했다. 원작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조인성 송혜교 모두 15년 넘게 연기한 배우들이다. 그들이 원작 배우들과 비교될 수 있었다. 그들과 전혀 달라야 했다.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연습을 많이 했다. 송혜교는 실제 시각장애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일본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드라마로 본다. 우리나라는 드라마를 현실로 보는 경향이 있다. 공감하지 못하면 이질감을 느낀다.
▲리메이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당초 리메이크를 반대했던 사람이다. '그겨울'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논리가 필요했다. 세공기술이 뛰어나면 그 기술을 파는 게 맞다. 요즘 일본 드라마를 한국에서 수입해 가치를 높여 되팔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뛰어난 게 아니다. 어느 순간 중국 등에 세공기술을 빼앗길 수 있다. 한국은 아직 일본에 비해 드라마 원작 창작이 활발하다. 장점을 살려야 한다. 작가는 창작하고, 제작자는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가도록 해야 한다.
▲리메이크를 하면서 쓰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글은 매번 안 써진다. (웃음) 내 작품이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어질 때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창작자는 창작자를 이해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창작을 하든 재창작을 하든 똑같이 힘들다. 안 써지는 게 당연한 것이니 싶다. 중국 작가들은 우리보다 집필 시간도 짧고 작품을 완성해야 하다더라. 부럽다. 글을 못쓰는 저로썬 시간이 답이다. 고민하는 것밖에는.
▲일본 원작보다 한국 리메이크작이 타국에서 더 인기 있는 경우도 있다.
=판권을 되파는 일이 왜 생기겠나. 70~80억을 투자해 국내용으로만 만들기 힘들다. 해외 판권으로 수익을 남겨야 한다. 또 한국 사회가 겪어왔던 역경, 국내 드라마의 적극적인 캐릭터 등이 아시아 지역에 정치ㆍ사회ㆍ문화적으로 맞는 것 같다.
경주(경북)=김윤지기자 jay@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