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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의 대중문화산책] 주찬권, 외길 음악인생 걸은 예술가

록밴드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대중은 가슴 뭉클하게 하는 감동적인 노래나 진지한 예술성을 담은 창작앨범에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그저 익숙한 멜로디나 유행에 민감한 트렌드 음악에만 호감을 드러낸다. 아이돌이 지배하는 지금의 한국 대중음악계에 '예술가'의 지위에 걸맞는 뮤지션은 몇이나 될까?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을 수상하며 거장의 존재감을 과시했던 주찬권은 거론할 가치가 충분하다. 한국대중음악사상 최고의 명반으로 공증된 '들국화' 1집에 참여했던 그는 데뷔 이래 지금까지 진지한 음악적 태도를 잃지 않고 외길 음악인생을 걸어온 대중음악 예술가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화려했던 밴드 '들국화' 시절은 그에게 대중적 인지도를 안겨준 영광의 빛이었지만 극복하기 힘든 그림자이기도 했다.

최근 재결성한 들국화의 일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였던 그는 6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중은 그를 록밴드 들국화의 드럼 주찬권으로만 기억한다. 많이 개선되었지만 가수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지는 왜곡된 대중음악계서 밴드의 드러머가 대중적으로 조명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넘치는 음악성을 담보했지만 주찬권이 들국화의 리드보컬 전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적 조명을 받지 못한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서 찾아야 한다. 탁월한 연주력과 음악성을 담보한 빛나는 솔로 앨범을 발표했지만 대중이 기억할 빅 히트곡의 부재가 빚어낸 필연적 결과일 수도 있다.

그의 솔로 음반들은 대중적 조명을 받지 못한 비운의 명반들이다. 1988년 발표한 솔로 1집은 '한국의 에릭 클랩튼'이란 평가를 이끌어낸 수작이다. 최고의 여성재즈보컬로 군림하는 나윤선이나 말로에게서나 경험할 스캣 애드리브를 그는 25년 전에 이미 시도했었다.

그는 내공 깊은 기타 리프에다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가창력으로 보컬리스트로서의 가능성을 첫 솔로 앨범에서 이미 웅변했었다. 하지만 어려운 마니아용으로 치부되어 폭넓은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는 치명적 한계를 그의 음반들도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 해 발표한 6집도 모든 곡을 작곡, 작사, 연주, 노래한 그는 더욱 원숙한 멀티 플레이어 역량을 과시했지만 대중적 성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주찬권은 록을 위해 태어난 뮤지션이다. 또래들이 한창 동요를 부를 나이인 5살 무렵부터 형에게서 기타를 배웠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드럼 스틱을 잡았다. 이후 1974년 '뉴스 보이스', 1978년 '믿음 소망 사랑', 1983년 '신중현과 세 나그네', 1985년 '들국화'에 이르는 동안 언제나 록과 함께했다. 묵직한 드럼 비트와 선 굵은 남성적 이미지가 매력적인 주찬권은 한국 드러머 계보에서 각별한 존재다. 최고의 연주력은 기본이고 창작, 노래, 프로듀싱, 편곡능력까지 보유한 멀티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3월 그와 통화를 꽤나 했었다. 그때 미러볼뮤직에 그의 신곡들을 주선해 6집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드린 기억이 난다. 음반이 나왔을 때 주찬권 형님은 "규성아 소주 한 잔 하자"라며 고마워하셨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떠나시니 바쁘다는 이유로 소주 한 잔 같이 못한 것이 아쉽고 미안할 따름이다.

그의 빈소가 마련되었던 날, 병원 인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는 그랜드민트페스티발이 열리고 있었다. 아마도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후배들의 음악을 듣고 싶었나보다. 지금 너무나 좋아하는 주찬권의 노래 '너에게'를 듣고 있다. 눈물이 흐른다. 왜 이리 노래가 슬픈지 모르겠다. 그가 마지막으로 참여한 들국화의 유작 앨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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