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노래하라."

케이블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의 모토다. 2009년 막을 연 이 축제의 첫 우승자는 서인국이었다. 그리고 그는 4년이 흐른 지금 기적을 노래하는 것을 넘어 기적을 연기하고 있다. 가수와 배우, 이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그의 기적만들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드라마 '사랑비'와 '주군의 태양' 등을 거치며 연기의 맛을 본 서인국은 영화 '노 브레싱'(감독 조영선, 제작 영화사수작)의 주인공으로 은막에 데뷔했다. '노 브레싱(no breathing)'이란 수면에 얼굴을 댄 채 숨을 쉬지 않고 수영하는 것을 뜻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젊은 청춘들이 수영을 매개로 고뇌하고 사랑하고, 그리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마치 '슈퍼스타K'를 통해 연예계에 첫 발을 디딘 후 성장해가고 있는 서인국처럼.

노래도 되고, 연기도 되는 차세대 만능 엔터테이너 서인국의 이야기를 키워드로 들어봤다.

#수영

가까이 마주앉은 서인국의 어깨는 깨나 넓고 단단해 보였다. 이미 수영으로 다져진 몸이라 '노 브레싱'에 캐스팅된 것일까. '노 브레싱'에서 다부진 어깨와 군살 하나 없는 몸매, 그리고 경기에 나서기 전 각오를 다지듯 매서워지는 눈초리를 선보인 서인국은 영락없는 수영 선수였다. 정작 서인국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며 손사래부터 친다.

"어깨는 원래 좀 넓었어요.(웃음) 제 자랑은 아니고요, 아버지의 어깨가 넓은 편이죠. 이번 영화를 촬영하기 전 수영 연습을 엄청나게 했어요. 노출도 있으니 몸도 만들고요. 수영선수를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세 하나하나에 굉장히 신경썼어요. 하루 종일 물에서 살아야 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가 가장 컸죠. 실제 수영선구 같은 매끈한 몸을 만들기 위해 식단조절까지 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어요. 이제는 물만 봐도 지겨워요."

#경상도

울산 출신인 서인국에게 경상도 사투리는 표준어보다 익숙하다. 그는 연기 데뷔작인 '사랑비'를 비롯해 '응답하라 1997'에서도 무뚝뚝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상남자'다운 면모를 뽐냈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 표준어를 부단히 연습했던 그가 사투리 때문에 더욱 각광받게 될 지는 꿈에도 몰랐다.

'노 브레싱' 속 서인국이 연기하는 원일은 강한 경상도 남자 보다는 부드러운 서울 남자에 가깝다. 그의 전매특허인 사투리도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작은 수영복 하나만 입고 물살을 가르는 서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남성미를 폴폴 풍긴다. 여성팬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실제 저 모습은 원일보다는 '응답하라 1997'의 윤재에 가까워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죠. 20년간 울산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물론 사투리가 편하고요. 사투리로 말할 때는 중저음의 묵직한 소리가 나오지만 서울말을 쓰면 톤이 떴어요. 때문에 '노 브레싱'을 준비할 때도 주변에 '어색하지 않냐'고 물으며 표준어 톤을 잡기 위해 노력했죠. 지금은 어색함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다행이에요."

#가수와 배우

시작은 가수였다. '슈퍼스타K'는 그가 가수로 데뷔하는 지름길이었다. 우승은 했으나 그 다음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지상파 출연은 요원했다. 신곡에 대한 반응도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연기를 시작하고 새롭게 조명받으면서 또 다른 길이 열렸다. 그의 음악에 귀를 열어주는 이들도 늘었다. 이 여세를 몰아 연말에는 단독 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두 마리 토끼는 이렇게 잡는 거다.

"이제 좀 배우로 인정해주시는 분들이 늘고 있어요. 연기와 노래, 둘 다 힘든 작업이에요. 무엇 하나 쉽게 생각할 수 없죠. 하지만 두 가지는 서로를 보완해준다고 생각해요. 무대 위 퍼포먼스 역시 하나의 연기라고 할 수 있거든요. 연기를 시작한 후 무대 위 동작들도 더 자연스러워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연예인

오디션은 연예인이 되기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진다. 수많은 '지망생'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내달리는 사이 '연예인'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성장과정을 일일이 지켜본 대중에게 참 익숙한 존재다. 이는 연예인으로서 신비감이 부족하다는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오디션 출신'이라는 수식어는 분명 양 날의 칼이다.

"처음에는 물론 선입견이 있었죠. '응답하라 1997' 이전까지는 서인국이라는 사람에 대해 검증된 게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요. '서인국에게 맡겨도 될까?'라는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해요. 그런 의구심을 깨는 것도 결국은 제 몫이 아닐까요? 단순히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지금은 모든 것을 대할 때 제 스스로 검증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1987년생

서인국은 1987년생, 올해 나이 27세다. 1987년생에는 유독 지구를 지나는 '스타(별)'의 기운이 강했나 보다. 요즘 연예계는 1987년생이 대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무로에서 '노 브레싱'과 한판 대결을 펼치는 영화 '동창생'의 주인공인 그룹 빅뱅의 멤버 탑(최승현)을 비롯해 배우 이민호 정일우 주원 이승기 장근석, 문근영, 한효주, 박하선 모두 동갑내기다.

"탑과 나이가 같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만난 적은 없어요. 제가 가수로 활동할 때도 빅뱅과 활동기간이 겹친 적이 없었죠. 탑 외에도 1987년생 동갑내기 연예인들과 별다른 친분이 없어요. 그보다는 함께 연기했던 형님들과 더 친한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동갑내기들과도 친해지고 싶어요."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