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동창생’ 개봉

2009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배우 고현정은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로 빅뱅의 탑(최승현)을 꼽으며 “그 친구가 뭘 알아”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탑은 4년의 시간을 보내며 20대의 중턱을 넘었고, 이제는 ‘뭘 좀 더 아는 친구’가 됐다.

빅뱅과 GD&TOP의 멤버로 활동하는 탑은 잠시 ‘탑’이라는 예명을 내려놓고 ‘배우 최승현’으로 돌아왔다. 2010년 영화 ‘포화 속으로’에서 권상우 차승원 김승우 류승룡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최승현은 신작 ‘동창생’(감독 박홍수, 제작 더 램프)으로 첫 단독 주연에 도전한다.

강렬한 눈빛이 매력적인 최승현이지만 정작 인터뷰 자리에서 마주앉자 좀처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연신 배시시 웃었다. 소년 같은 수줍음과 남자 같은 강렬함이 공존하는 배우, 최승현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눈을 잘 맞추지 못 하는 것 같다. 카메라를 쏘아보는 빅뱅의 탑이랑 사뭇 다르다

“원래 좀 쑥스러움이 많다. 그래서 연애할 때는 연인의 눈도 잘 못 쳐다본다. 보기완 다르게 의외로 그런 부분이 많은 편이다. 아마도 이런 성향 때문에 연기를 할 때도 불안해보이는 소년과 같은 모습이 보인다고 하는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는 남파 공작원을 연기했다. 참고한 자료나 기존 캐릭터가 있나

“물론 남파 공작원을 직접 만나볼 순 없었다. 하지만 장교 출신 선생님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듣고 공부하며 그 인물이 되려고 노력했다. 끊임없이 나를 버려야 하는 작업이었다. 내가 실제로 남파 공작원 ‘리명훈’이 돼 남한의 고등학교에 전학온다면 어떤 느낌일까를 계속 고민했다”

▲한 박자 빠르고 절도 있는 액션이 인상적이더라

“촬영 전 액션스쿨에 다니며 5개월간 하루 4시간씩 연습했다. 덕분에 강도 높은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극중 유리창을 깨는 장면에서 손에 묻은 피는 분장이 아니라 실제 내 피다. 오른쪽 손등 살점이 꽤 크게 잘렸다. 리명훈이 손에 붕대를 감고 있는 것도 실제로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넣은 설정이었다”

▲액션은 ‘동창생’의 리명훈을 표현하는 관건이었나

“그렇진 않다. 액션은 연습을 통해 만들어갈 수 있었다. 그건 육체와의 싸움이었지만 그보다는 정신적 고통이 더 컸다. 허구의 인물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것을 연기하는 건 힘든 작업이었다. 내 생각이 맞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그 인물에 어떻게 진정성을 담느냐가 관건이었다. 관객들이 바라볼 때 리명훈이 꾸며진 인물같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고민에 대한 보상은 받은 것 같나?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편집에 있어서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영화가 개봉되고 관객들의 평가를 받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건 단순히 흥행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머릿속에 리명훈이라는 캐릭터가 남느냐, 남지 않느냐가 관건이다”

▲올해 중순 개봉된 ‘은밀하게 위대하게’랑 느낌이 비슷하다는 평도 있더라

“남파 공작원이라는 소재 때문인 것 같다. 사실 ‘동창생’은 지난해 촬영을 마치고 연말 개봉 예정이었으나 개봉 시기가 미뤄졌다. 이에 따른 손해가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와 출연 배우가 다른 만큼 ‘동창생’만의 장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포화 속으로 ’ 때는 한국군, ‘동창생’에서는 북한군이다. 연기할 때 어떤 차이가 있던가

“인물이 처한 상황화이 전혀 달랐기 때문에 두 캐릭터는 완전히 달랐다. ‘포화 속으로’에서는 전쟁의 참상 속에 놓인 소년병의 애환을 그렸고, ‘동창생’은 기형적으로 훈련된 스파이를 그렸다. 두 캐릭터가 가진 아픔과 감정 모두 달랐다”

▲연기할 때 발음과 발성이 상당히 좋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과분한 칭찬이다. 음악을 할 때 랩을 맡고 있기 때문에 발음과 발성은 평소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노래할 때는 두성을 쓰는데 연기할 때도 촬영 전 두성을 내며 목을 푼다. 이게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기할 때 분명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최승현이라는 배우의 눈빛이 좋다는 이야기는 워낙 많이 나왔다. 선천적인 것인가

“이런 말하긴 쑥스럽지만, 선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항상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결을 살리기 위해 고민의 시간을 많이 갖는다. 그 결과를 눈빛에 담으려 노력한다. 흔들림부터 강렬함까지 모두 눈빛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많이 지운 것 같나

“분명 나 역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연기할 때 스스로 ‘아이돌 출신’이라 생각하고 일한 적은 없다. 선입견 때문에 손해보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 역시 내가 실력을 통해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억울하진 않다. 내 운명 아니겠는가. 오히려 노래와 연기,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축복이라 생각한다. 얻는 게 있으면 감수해야 할 것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나를 채찍질하는 편이다”

▲노래하는 최승현과 연기하는 최승현, 어느 쪽이 더 편한가.

“아직은 무대 위가 더 편하다. 무대 위는 정답이 없다. 내가 무대 위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일지 예측 못하고 무대에 오를 때도 많다. 의외의 동작에 관객들의 피드백이 강한 것을 보면 희열이 느껴진다. 반면 연기는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정확하고 디테일한 연기를 펼쳐야 한다. 내게는 아직 연기가 더 어렵다”

▲빅뱅의 다른 멤버들이 부러워하지는 않나.

“내게 직접 표현하진 않지만 속은 모르지 않나.(웃음) 어쩌면 내가 다른 멤버들보다 형이기 때문에 직접 말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빅뱅의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질투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빅뱅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활동하며 각자의 활동을 지지해 주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빅뱅이 결성된 지 벌써 7년이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며 서로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에 질투하기보다는 진심으로 응원하며 서로를 지지한다”

▲요즘 1987년생 동갑내기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편인가.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내게 접근하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 하하. 물론 동갑내기 연예인들과 친해지고 싶지만 또래랑 같은 작품에 출연한 적이 없었다. 함께 연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친해질 거라 생각한다”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