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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근 탁재훈 토니안 등 조사받아

● 연예계 '도박 쓰나미', 그 속살은 무엇일까?
연예계에 '도박 쓰나미'가 들이닥쳤다.

10일 방송인 이수근 탁재훈이 거액의 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아이돌 가수 출신인 토니안과 앤디, 방송인 붐과 양세형 등의 이름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들은 대부분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며 자숙할 뜻을 밝혔다. 이수근 탁재훈 붐 등 이름이 거론된 연예인들이 현재 출연 중인 TV와 라디오 프로그램만 10여개. 이들이 일제히 하차할 뜻을 밝히면서 각 프로그램 제작진에는 비상이 걸렸고 이를 지켜보는 팬들은 망연자실했다.

#왜 맞대기인가?

이수근 탁재훈 등은 속칭 '맞대기'라 불리는 불법 도박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휴대폰을 이용한 사설 도박 시스템을 뜻한다. 프로그램 운영자가 특정 경기를 공지하면 참가자들이 승리가 예상되는 팀에 돈을 건 후 경기 결과에 따라 배당받는 형식의 도박이다.

  • 이수근
올해 중순 불법 도박 혐의로 입건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방송인 김용만 역시 맞대기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연예인들은 맞대기 도박에 빠질까?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의 경우 공개된 장소에서 도박을 하기 어렵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 내에서는 도박이 합법이지만 공연히 게임장을 드나들다 소문이 나기 십상이라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반면 맞대기는 휴대폰만 있으면 언제나 참여할 수 있다. 국내 유일한 합법 게임 산업인 스포츠토토의 경우 실시간으로 즐길 수 없는 반면 세계 모든 나라에서 열리는 경기를 대상으로 한 맞대기는 신분을 노출하지 않을 상태에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인은 "이번에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한 연예인이 녹화 중간 중간 휴대폰을 이용해 베팅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금액이 그리 크니 않아 단순한 취미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렇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줄은 몰랐다"고 귀띔했다.

입건된 연예인들은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수 백 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걸고 게임을 즐겼다. 하지만 그들은 결과적으로 수 억 원대의 도박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베팅 금액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1년 동안 매일 하루에 30만원씩 게임을 했다면 약 1억원(30만원X365일) 규모의 도박을 한 셈이 된다. 지난 6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용만이 3년 동안 13억원 규모의 도박을 한 혐의를 받은 이유다.

  • 탁재훈
한 검찰 관계자는 "도박 규모는 누적 금액을 통해 산출한다. 그 규모와 상습성 여부가 양형의 기준이 된다. 이번에 적발된 연예인들은 모두 장기간에 걸쳐 수 억 원 가량의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축구와 연예병사

이번 도박 사건에 연루된 이들은 두 가지 키워드로 묶인다. '축구'와 '연예병사'다. 평소 연예인 축구단에서 활동하던 이수근 탁재훈 뿐만 아니라 김용만 역시 축구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해당 연예인들은 국내 경기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열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돈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홀로 혹은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시간으로 베팅을 할 수 있는 맞대기 도박 사이트에 수시로 접속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이수근과 탁재훈은 평소에도 항상 축구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처음에는 단순한 친분 도모와 재미를 위해 맞대기를 시작했다가 습관화되고 누적 금액이 커지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토니안 앤디 붐 양세형 등은 모두 연예병사 출신이다. 비슷한 시기에 복무한 이들은 연예병사로 근무하던 당시 이 도박 사이트를 처음 알게 된 후 함께 정보를 공유하며 각종 스포츠 경기에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맞대기 도박이 휴대폰을 매개로 이루어진다는 것. 때문에 이들이 연예병사로 복무하던 도중에도 계속 휴대폰을 사용했는지 여부가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올랐다. 연예병사의 휴대폰 사용 등 파행적인 근무 행태는 이미 문제가 불거져 연예병사 폐지로 이어졌지만, 이번 도박 사건이 연예병사의 폐해가 예상보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11월 괴담인가?

연예계 도박 사건이 터지자 '11월 괴담'을 운운하는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독 11월에 연예계 사건 사고가 많아 언론 역시 이 시기에는 촉각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연예인 도박 수사는 올해 중순부터 진행됐다. 이번 도박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들의 이름은 지난 8월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이미 거론되기도 했다. 대중에 공개된 시점이 11월일 뿐, 11월에 갑작스럽게 터진 사건은 아니라는 의미다.

  • 앤디
게다가 이번에 적발된 연예인 중 다수는 주로 2010년을 전후해 맞대기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도박을 해 온 연예인은 많지 않지만 검찰이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브로커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과거 도박을 해 온 이들의 혐의가 드러났다.

앞서 언급한 검찰 관계자는 "도박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5년이다. 현재 혐의를 받고 있는 연예인들은 아직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도박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난 과오까지 지울 순 없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11월 괴담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11월 괴담과 불거진 또 하나의 이야기는 연예계 사건을 정권의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다. 연예계 도박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시끌시끌하던 11일 검찰은 김학의 전(前)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했다. 물론 두 사건에 직접적인 상관 관계는 없다. 굵직한 연예계 사건이 터질 때가 되면 으레 나오는 의혹이 또 다시 나왔을 뿐이다. 하지만 연예계 도박 사건으로 인해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사건이 대중의 관심사에서 조금이나마 멀어졌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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