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일 아티스트 소미 역 맡아

올해 26세. 그보다 더 어려보이는 앳된 외모를 보면 결혼을 생각하는 건 아직 일러 보인다. 하지만 배우 이연희는 영화 '결혼전야'(감독 홍지영, 제작 수필름)에 출연하며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이젠 사랑보다 정과 의리로 부부의 인연을 맺으려는 남자,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앞에 나타난 가슴 뛰게 만드는 남자. 두 남자 사이에 놓인 여성 소미 역을 맡은 이연희는 결코 행복할 수만은 없는 고민에 빠진 한 여성의 마음을 온 몸으로 표현해냈다.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를 보고 '저런 역을 맡아 보고 싶다'는 찰나에 '결혼전야'의 섭외 제안을 받았다. 일반적인 사랑의 형태가 아닌 만큼 재미있을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다.

▲결혼을 일주일 앞둔 여자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마냥 판타지로만 볼 순 없다. 요즘은 정말 영화 같은 일들이 많이 벌어지지 않나. 생각과 관점을 바꾼다면 '결혼전야'의 에피소드 역시 드물지만 현실에도 있을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정다감한 오랜 연인과 자신을 들뜨게 만나는 뉴 페이스, 이연희라면 누굴 선택하겠나.

=두 사람의 매력이 너무 달라 고르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극중 결혼을 앞둔 원철(옥택연)은 네일 아티스트로 일하는 소미의 직업도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경수(주지훈)는 소미를 응원해준다. 정말 사랑한다면 상대방의 일까지 보듬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로 둘 중 하나를 고르라 하면 결국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유치한 질문 하나 하겠다. 만약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연기 활동을 원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나.

=내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만나지도 않을 것 같다. 물론 같은 업계에 종사하지 않으면 다른 배우와 사랑을 나누는 연기를 나누는 연인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사랑한다면 결국 서로를 이해시키며 맞춰가면 되지 않을까.

▲질문을 바꿔서 원철과 경수가 아닌, 옥택연과 주지훈의 매력은 어떻게 다르던가.

=택연은 굉장히 에너지가 넘친다. 어떤 상황에서도 힘든 내색 없이 일을 즐긴다. 반면 주지훈은 나이가 더 많은 오빠다 보니 여유가 있다. 동생들도 잘 챙기고 배려해준다. 두 사람 모두 스타일은 다르지만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가 배경이었다. 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에 이어 '결혼전야'까지 제주도와 남다른 인연이 있는 것 같다.

=배경이 워낙 예뻐 화면도 잘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제주도 촬영은 생각보다 힘들다. 바람이 강하고 날씨 변동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동거리가 꽤 멀다. 각각 장ㆍ단점이 있더라.

▲제주도 여행을 마친 후 경수와 가진 술자리에서 취기 오른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원래는 소주를 안 마시는데 촬영 전 실제 소주 4,5잔을 마셨다. 취기가 오르고 알딸딸하더라. 실제로 소주를 마신 것이 확실히 연기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웃음) 평소에는 맥주나 와인을 마신다. 주량은 와인 1병 정도다.

▲여성 감독과 일한 건 처음 아닌가? 홍지영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남자 감독님과는 확실히 다르더라. 여배우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기 때문인지 여자의 마음으로 캐릭터에 대해 잘 설명해주셨다. 내가 캐릭터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감독님과 내 의견을 각각 내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많았다.

▲이번 영화 속 이연희의 연기에 대한 평을 해달라.

=기존 로맨틱 코미디 속 연기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하지만 풋풋한 사랑이 아니라 오래된 연인이 느끼는 갈등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물론 연기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많다. 하지만 영화 속에 네 커플이 등장하기 때문에 각 커플의 매력이 잘 어우러진 것 같다.

▲올해 초 방송된 드라마 '구가의 서'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대중은 이연희의 어떤 연기에 열광하는 것 같나.

=글쎄… 내 팬들은 뭐든 다 좋아해주긴 한다.(웃음) 다작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각 작품마다 캐릭터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팬들이 어떤 것에 열광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연희는 고아라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배우다. 이런 수식어에 대한 부담은 없나.

=SM에 오래 몸담고 있으면서 부담보다는 '나를 잘 서포트해준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 회사에 있지 않았으면 얻지 못했을 것들을 많이 얻어가는 것 같다.

▲최근 고아라가 tvN '응답하라 1994'로 재조명받고 있다. 경쟁의식이 들진 않나.

=고아라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동생이다. 경쟁 의식은 전혀 없다. 고아라가 잘 돼가는 것을 보는 것이 기쁘다.

▲마지막 질문이다. 영화 제목대로 실제 '결혼전야'에는 무엇을 하고 싶나.

=결혼 바로 전날 밤에는 무언가를 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보다는 결혼을 앞두고 시간이 된다면 지인들을 모두 모아서 파티를 열고 싶다. (웃으며)여행가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건 상대방이 허락해줬을 때 가능하지 않겠나.

@ㆍ사진=이혜영기자 @hankooki.com



안진용기자 real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