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5000만 인구 대국… 대형공연 개최로 시장성 확인

"한국에서도 듣기 어려운 떼창을 여기서 듣네요."

지난달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심가 간다리아 시티몰에서 열린 K-POP 쇼케이스 '바간자 온 노벰버' 무대에 선 힙합그룹 팬텀 멤버 키겐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가 입은 티셔츠에는 '댐! 아이 러브 인도네시아(Damn! I love Indonesia)'라고 적혀 있었다. 22일 입국 당시 팬에게서 받은 선물이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를 첫 방문한 팬텀에게 이번 공연은 두 번째 무대다. 1년 사이 팬층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에 가장 놀란 것은 본인들이다.

"1년 사이 잊혀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많은 팬들이 자생적으로 생겨서 놀랐다. 음악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키겐)

이날 무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젊은 뮤지션 교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렸다. K-POP의 주류를 이룬 댄스 아이돌이 아닌 팬텀고 긱스 등 힙합 뮤지션이 무대를 채워 눈길을 끌었다. '버닝' '신세계' '팬텀 시티' 등을 부른 팬텀과 '오피셜리 미싱 유' '어때' '플라이' 등을 부른 긱스의 무대는 현지 팬들의 합창이 이어져 현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현지 공연기획사 BIG엔터테인먼트 아디 이르완 대표는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던 팬들의 상당수가 다양한 장르의 한국 대중음악 전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힙합과 발라드는 다시 한류 열기를 끌어올릴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특이할 점은 K-POP 제작 시스템에서 양성된 현지인 그룹 SOS와 S4가 이날 무대의 오프닝과 피날레를 장식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국토 대부분이 섬으로 이뤄졌다. 그런 까닭인지 타 문화를 흡수해서 받아들이는 적응력이 남다르다. K-POP마저도 자국만의 분위기로 흡수해서 소화하는 특수성이 이날 무대에서 단적으로 확인됐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레인보우브릿지 김진우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인접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베트남까지 4억 인구를 포괄할 수 있는 큰 시장이다. 한국 가수들의 현지 진출은 물론 한국 제작 시스템 수출과 현지 인재 발굴 등 다양한 한류의 모델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고 내다봤다.

인도네시아는 K-POP의 블루오션이다. 인구 세계 4위 국가로 2억50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대국이다. 풍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G20에 속한 경제 강국이며 최근 전세계에 불어닥친 경제 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로 서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와 '빅뱅 월드투어' 등 대형 공연이 지난해 잇따라 열리면서 인도네시아의 시장성은 이미 확인됐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의 문화 투자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도네시아판 '슈퍼스타K'인 '갤럭시 슈퍼스타'를 후원했다.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 프로그램은 최근 시즌 2로 이어졌다.

이 프로그램은 현지인을 발굴해 K-POP의 제작시스템으로 양성하는 한류 3.0시대의 롤모델로 꼽히고 있다. 쇼케이스에 등장한 S4와 SOS 등 현지에서 정상급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한 이들이 이 프로그램 출신이다. 이같은 모델은 인접 국가로 이어진다. 내년 3월 베트남의 공영방송 VTV에서 '롯데 VK-POP 페스티벌'을 개최해 K-POP 제작 시스템과 현지 문화의 융합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론칭된다. 태국도 준비 중이다.

레인보우브릿지 김진우 대표는 "제작시스템 수출로 한류의 현지화 전략이 뿌리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갤럭시 슈퍼스타'의 성공을 발판으로 베트남 태국 등에서 현지인을 발굴해서 K-POP 제작 시스템으로 양성하는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이 답보상태에 빠진 한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성한기자 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