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그리워해요’ 선공개로 변화 예고

내년 정규 앨범 월드투어 등 대대적 활동 계획

변화무쌍이라는 단어만큼 이들을 잘 표현하는 단어가 있을까. 2009년 데뷔와 함께 섹시와 큐트라는 걸그룹의 전형을 파괴하고 당당한 여성의 힘있는 외침을 대변했던 2NE1. 기 센 언니들로만 이들의 이미지가 점철됐다면 아마도 음악의 생명력은 크게 단축됐을 것이다. ‘파이어’ ‘내가 잘 나가’ ‘캔트 노바디’ 등이 강렬한 리듬과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압도했다면 ‘론리’ ‘아이 돈트 케어’ ‘어글리’ 등은 감미로운 멜로디에 감성적인 가사로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최근 음원차트 1위에 오른 이들의 새 싱글 ‘그리워해요’는 후자에 속하지만 그 나름의 독특함은 여전하다. 강렬한 콘셉트를 벗어버린 이들의 음악은 화학조미료를 배제하고 날것 그대로 우려낸 곰국의 느낌이다. “진심을 담아 노래했다”는 멤버들 표현대로 그대로다. 싱거운 듯하지만 텁텁한 맛이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오랜만에 취재진과 마주한 이들은 정규 앨범 작업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고충과 월드투어를 앞둔 설렘 등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컴백 소감은.

씨엘=원래 계획은 한 달에 한 번씩 싱글을 내다가 정규 앨범을 들고 나오는 것이었다. 욕심을 부리다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요즘 날씨나 타이밍을 고려해 하루라도 빨리 ‘그리워해요’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나왔다. 정규 앨범은 계속 준비 중이다.

▲무대를 보면 퍼포먼스보다 목소리에 집중을 한 듯하다.

씨엘=이 노래는 가사가 중요하다. 평범한 남녀 간의 사랑 노래라기보다 큰 사랑을 노래한다. 모든 사랑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다. 졸업식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일 수도 있겠다. 쉽게 설명하자면 벌스(Verse)는 새롭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훅(Hook)이나 브리지(Bridge)는 예전 사람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어려 울 수 있지만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멤버들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멤버를 떠올리면서 불렀더라. 2NE1을 하지 않았을 때 이런 느낌이겠구나,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이런 느낌이겠다는 생각을 들었다.

산다라=똑같아서 놀랐다. 좀 더 애틋해졌다.

씨엘=이런 말을 하니까 우리 곧 해체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웃음) 투어를 진행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매순간 감사하게 되고 매순간 추억이 되더라. 멤버들은 우리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큰 걸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서로 더 각별해졌다. 데뷔한 지 5년이지만 실제로 연습생 생활을 함께해서 7, 8년 알고 지냈다. 그 사이에 같이 일했던 스태프 등 우리에게 왔다 간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걸 생각하니 더 큰 의미의 사랑을 이 노래에서 느낄 수 있었다.

▲월드투어를 통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됐나.

씨엘=데뷔하고 단 하루도 우리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월드투어를 하면 공연 앞뒤에 시간이 있기 때문에 우리끼리 새로운 팬을 만나거나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면서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 멤버들은 친구들끼리 함께 여행하듯이 추억을 만들다 보니까 조금 여유를 가지면서 우리가 더 단단해지자는 마음을 먹었고, 그게 계기가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씨엘=여러 나라를 돌면서 많은 사람들을 한 장소에 모아 우리 노래를 들려줬던 그 자체가 제일 큰 행복이다. 또 사실 짧은 기간에 여러 나라 여행하는 게 쉬운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무대 위에서 음악하시는 분들이 이런 느낌 때문에 계속 (음악을) 하는구나 싶었다.

▲월드투어 중에 멤버들끼리 쌓은 소소한 추억이 있다면.

산다라=정말 사소하다. 여러 가지 기내식도 접해보고 맛있으면 깨워서 먹으라고 한다.(웃음)

씨엘=나와 봄 언니는 방에만 있는 스타일이다. 산다라 언니는 전 세계의 한식당을 꿰뚫고 있다.(웃음) 대관람차도 좋아한다. 무조건 관광인의 모드로 돌입한다. 혼자는 심심하니까 우리를 억지로 데려간다. 당시에는 귀찮았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그게 추억이더라. 언제 내가 그걸 또 해볼까 싶다.

▲씨엘의 누드 장면이 뮤직비디오에 담겨서 상당한 화제가 됐다.

씨엘=이전에도 ‘아파’나 ‘론리’ 같은 템포가 느린 음악을 했다. 대신 2NE1의 모습을 지키고 싶어서 ‘아파’는 핼러윈, ‘론리’는 센 언니의 느낌을 담았다. 이번 곡은 듣자마자 힘을 빼고 싶다는 영감을 받았다. 어떤 옷도 이 음악이랑 안 어울리는 것 같고, 있는 그대로 날 것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감독님이랑 상의해서 내가 먼저 (누드를) 한다고 했다. 누가 먼저 하라고 그랬으면 절대 안 했을 것이다. 내가 먼저 영감을 얻고 그런 모습이 음악이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편함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다른 멤버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박봄=처음에는 넷이 다 누드를 하자면서 기대고 있는 거 찍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기겁을 했다.(웃음) 그건 좀 아닌 거 같다고 생각해서 (씨엘) 혼자하기로 결정했다. 산다라가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산다라=플러스가 될 것 같지 않았다.

민지=정말 놀랐다. 뮤직비디오를 위해서 그런 과감한 시도를 한다는 것이 뭔가 대단하다, 존경스러웠다. 나는 아직 막내 이미지라서 참여하지 못했다.

▲완성된 장면을 어떻게 봤나.

산다라=어떻게 나올지 정말 궁금했다. 완성된 걸 보니 정말 아름다웠다. 감동받았다.

박봄=나는 현장에 있었다. 씨엘이 혼자 앉아있고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는데 대단했다.

씨엘=누드의 개념보다는 노래를 조금 더 표현하는 느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감독님이 정말 잘 찍어주시고, 예술적으로 표현을 잘해주셔서 감사하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 할머니 돼서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드 장면에 대한 양현석 사장의 반응은.

씨엘=양 사장님뿐만 아니라 다들 걱정했다. ‘얘가 하겠다니까 시켜는 줘야겠지만 걱정은 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웃음) 오빠들이 걱정을 많이 했더라. 그전까지 아무 소리도 안 하다가 나오고 나서 “정말 다행이다. 걱정했는데 예술적으로 표현된 거 같다”고 말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야하지 않다는 말이 과연 좋은 말인지도 모르겠다.(웃음)

▲내년 3월부터 월드투어를 진행한다.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씨엘=정규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저번 투어에서 공연을 열심히 준비하고, 굉장한 분들이랑 콜라보레이션을 하면서 만족스러웠다. 아쉽게도 그때 앨범을 발표하지 않아 새로운 무대 없이 투어를 돌았다. 그 점이 아쉬워서 정규 앨범으로 꼭 활동을 하고 더 많은 분들에게 음악을 알린 다음에 새로운 무대로 투어를 하고 싶다.

▲정규앨범 발매 시기는 언제로 보나.

씨엘=앨범을 다 만들어 놓고도 언제 계획이 바뀔지 몰라서 미리 알려 드리는 것이 좋지 않더라. 준비 중이라고만 알려 드리고 싶다. 2년간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곡들이 많다. 다양한 모습과 확실한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어 욕심을 내고 있다.

▲정규 앨범에는 어떤 이미지로 나오고 싶나.

씨엘=다시 센 언니를 보여 주고 싶다. 근질근질하다. ‘그리워해요’로 이렇게 희석시켜야 중간점을 찾을 수 있다.(웃음)

▲‘그리워해요’ 활동으로 달성하고픈 목표가 있다면.

씨엘=많은 사람들이 듣는 것이 목표다. 이번 곡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가사 해석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연령층에 다양한 상황에 맞을 것 같다. 1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무의미한 1위보다 영향을 끼치고 영감을 주는 가수로 남고 싶다.

▲이번 ‘그리워해요’에서 놓치지 않고 들어야 하는 대목이 있다면.

박봄=진심을 담았다. 멜로디도 그렇고 특히 가사에서 ‘나의 젊은 날의 사랑은 이렇게 끝이 나네요’같은 부분이 굉장히 졸업식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녹음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 사실 잘 울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테디 오빠(작곡가)가 놀라기도 했다. 그 느낌을 마지막에 고스란히 담았다.

씨엘=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우리는 데뷔하고 나서도 ‘아파’ ‘론리’ 같은 느린 노래를 불렀다. 새로운 시도라기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불렀다고 말하고 싶다. 노래에 대한 믿음이 강했고, 애착이 많이 가는 곡이다.

민지=이전에는 녹음할 때 어리기 때문에 감정 전달이 어렵거나 표현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뒤돌아보며 멤버들이나 팬들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서 내 감정을 농도 있게 표출할 수 있는 방식을 연습했다.

씨엘=확실히 노래는 진심인 것과 아닐 때 차이가 많이 나더라. 예를 들면 민지가 만약 ‘그리워해요’를 남녀관계라고만 생각하고 불렀다면 연애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진실 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멤버들에게 빗대거나 큰 의미의 사랑을 빗대서 영감을 얻어서 노래를 했기 때문에 진심이 담겼다.

▲오늘(25일) 테디와 한예슬이 공식적으로 연애를 인정했는데.

씨엘=요즘 공개연애를 많이 하는데 나도 진심으로 하고 싶다.(웃음) 연애금지가 풀렸는데 안 되는 게 정말 답답하더라. 생기는 게 중요하다. 만약 생긴다면 꼭 알려드리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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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기자 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