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종편의 습격… 지상파 떨고 있니?tvN, '꽃보다…' '응답하라' 시리즈 '고공행진' 시청률 10%대 눈앞JTBC, 보도·교양·예능·드라마 균형… 일부 시간대 지상파보다 압도지상파 "시청률 경쟁 상상도 못했던 일"… '착한 콘텐츠' 개발 급선무

꽃보다 할배
케이블 tvN 비상, 종편 JTBC 연착륙 등으로 지상파 ‘빨간불’

tvN ‘꽃보다’’응답하라’ 시리즈 시청률 고공행진

JTBC 보도 교양 예능 드라마 균형 이루며 자리잡아

안방극장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변방으로 치부되던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종편)이 들썩이고 있는 것.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는 지상파의 심정도 예전과 다르다. 그만큼 케이블채널과 종편이 성장했단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이들을 대표하는 채널 tvN과 JTBC의 활약은 화려하다. 두 채널로 대표되는 케이블채널과 종편의 습격을 살펴봤다.

▲케이블채널의 비상, tvN의 르네상스

꽃보다 누나
케이블채널, 정확히 표현해 tvN은 최근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다. 예능이면 예능, 드라마면 드라마 너나 할 것 없이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고른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시리즈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이다.

현재 방영 중인 금토드라마 ‘’(극본 이우정ㆍ연출 신원호)는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2%대의 시청률로 첫 발을 뗀 후 점진적으로 상승한 시청률은 10% 돌파를 앞두고 있다. 체감시청률은 이미 실제시청률을 압도한다.

나영석PD의 배낭여행 시리즈 2탄인 ‘’는 더욱 뜨겁다. 지난 달 29일 첫 방송된 ‘’는 10.5%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기준)을 기록했다. 전작인 ‘’ 이후 시리즈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두터웠다는 증거다.

tvN의 도약이 단순히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tvN은 2006년 개국 이후 엔터테인먼트 채널로서 꾸준히 자체 콘텐츠를 개발해왔다. ‘막돼먹은 영애씨’ ‘롤러코스터’ ‘화성인 바이러스’ 등 개성 강한 예능프로그램을 선보였고, ‘로맨스가 필요해’ ‘인현왕후의 선택’ ‘나인’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드라마를 선보였다. 지난 7년 동안의 누적된 노하우, 우수 인력 영입, CJ E&M 내 채널 간의 협업 등이 함께 어우러졌고, ‘응답하라’와 ‘꽃보다’ 시리즈로 열매를 맺은 셈이다.

이는 광고로도 연결됐다. 케이블채널은 광고를 단위로 판매하지만 일부 인기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별로 광고를 판매한다. 지난해 ‘응답하라 1997’ 은 tvN이 본격적으로 별도 광고 판매를 할 수 있게끔 한 기폭제가 됐다. 현재 ‘’ 역시 광고를 완판시킨 상태다.

응답하라 1994
이덕재 tvN 상무는 주간한국과 전화통화에서 tvN의 저력을 콘텐츠에서 찾았다. 이 상무는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차별화밖에 없다. 그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상파와의 경쟁에 있어선 선 긋기를 한 이 상무는 “가장 ‘tvN’ 다운 콘텐츠로 시청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종편의 연착륙, JTBC의 부상

논란을 딛고 출범한 종편이 2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당초 논의된 종편의 모양새, 즉 보도 교양 예능 드라마가 고루 균형 잡힌 채널은 JTBC가 유일하다. 종편 출범 후 첫 방송통신위원회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이제는 인상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며 방송사로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시작은 드라마였다. 개국특집 ‘빠담빠담’을 시작으로 ‘아내의 자격’ ‘인수대비’ ‘꽃들의 전쟁’ 등 화제작들을 내놨다.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무자식 상팔자’는 시청률로 같은 시간대 방송된 지상파 주말 드라마를 압도했다.

다음 바통은 예능국이 잡았다. 개국 2년 차에 접어들며 ‘썰전’ ‘히든싱어’ ‘’ 등 신선한 포맷을 갖춘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한동안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떼토크’만이 종편의 정형화된 예능프로그램이었다. 안정적인 시청률을 거둬도 종편의 한계로 지적됐던 부분이다. 이를 벗어난 세 프로그램들은 종편의 위치를 십분 이용하되 새로움으로 젊은 시청자층을 흡수했다. 금요일 오후 시간대 방송되는 ‘’은 케이블채널 Mnet 인기 시리즈 ‘슈퍼스타K 5’ 시청률을 넘어섰다.

히든싱어2
화룡점정은 보도국이 찍었다. 사장으로 자리한 손석희 전 MBC 아나운서의 힘이다. 손 사장이 직접 ‘’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회의적 반응이었다. 손 사장을 중심으로 한 대담한 뉴스들이 빛을 보면서 시선은 달라졌다. 종편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시청자들이 JTBC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JTBC의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사람’이 있다. 송원섭 JTBC 홍보팀 부장은 주간한국과 전화통화에서 “지상파에서 검증된 PD들이 대거 JTBC로 이동했다. 이들은 역량이 내재화된 우수 인력들”이라며 “이처럼 검증된 인력들이 새로운 시장에 나와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종편 시장=정글’이란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콘텐츠 만이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도에 대해서는 “개인의 역량”이라고 말하며 “진행자가 손 사장이 아니라면 사실상 이런 포맷이 진행되기 힘들다. 뉴스 DNA가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상파 프리미엄 언제까지?

지상파의 72분 룰이 지난 10월 깨졌다. 72분룰이란 KBS MBC SBS 3사가 정한 드라마 시간 자율 규제로, 경쟁적으로 드라마 방송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지난 2008년 합의한 내용이다. 그랬던 지상파 3사가 67분(광고포함)으로 다시 합의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오후 11시 시간대의 부진이다. 72분룰로 인해 평일 심야 예능프로그램 시작은 거의 오후 11시30분 정도로 늦춰졌다.

대신 편성 시간대가 묘하게 맞물리는 케이블채널이나 종편에 시청자 층을 일부 빼앗겼다. 화요일 심야 시간대에는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과 JTBC ‘유자식 상팔자’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종편 출범 당시에만 해도 이와 같은 시청률 경쟁 구도는 상상도 못했다.

뉴스9
지상파의 흔들림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전체 광고시장은 성장했지만 지상파 광고는 7.1%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로, 처음으로 20% 밑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지상파의 품격이다. 경쟁에 쫓겨 손쉬운 해결을 택한다면 지상파 프리미엄은 더욱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MBC와 KBS 2TV는 올해 일일극을 추가 편성했다.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교양, 오락 프로그램 비율이 정해져 있음에도 이들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이유는 시청률 때문이다. 아울러 ‘오로라공주’ ‘루비반지’ 등 막장극의 유행을 이끌었다. 되려 B급 정서로 인식되던 케이블채널과 종편이 ‘착한 콘텐츠’를 생산하며 모양새는 더욱 민망해졌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뉴미디어와의 경쟁, 여기에 케이블채널과 종편까지 가세하면서 지상파는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지상파도 할말이 많다. 케이블채널과 종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규제와 시선이 그 예다. 한 지상파 예능국 관계자는 “케이블채널과 종편을 예전 보다 더 많이 의식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많은 제한에서 자유롭다면 지상파에서도 과감한 시도들을 해볼 수 있다. 공익성이란 지상파의 품위를 지키는 데는 어려움이 분명 있다. 하지만 아직도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끊임없이 콘텐츠를 개발시키는 것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


마녀사냥

김윤지기자 j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