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뮤지컬·영화 맹활약

요즘 연예계에서는 '대세'라는 표현을 참 많이 쓴다. 사전적 의미는 '일이 진행되어 가는 결정적인 형세' 혹은 '큰 권세'다. 통상적으로 소위 '잘 나가는' 스타에게 붙여주는 수식어다. 그렇다면 배우 주원 역시 '대세'라 불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올해 드라마 '7급 공무원'과 '굿 닥터'를 성공시켰고 연말 뮤지컬 시장에서는 '완판남'으로 불리는 블루칩이다. 게다가 영화 '캐치미'(감독 이현종, 제작 소넷엔터테인먼트, 심엔터테인먼트)로 스크린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의 나이 이제 갓 28세. 하지만 주원은 이미 만개했다.

▲데뷔 후 첫 영화 주연을 맡았다. 주연과 조연은 다르던가.

=일단 촬영 분량이 엄청 많았다.(웃음) 드라마 '각시탈'에서 처음으로 타이틀롤을 맡아 본 후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캐치미'는 로맨틱 코미디다. 때문에 여주인공과 내가 50%씩 역할을 맡아 자연스럽게 섞이는 것이 중요했다. 드라마 '7급 공무원'에 출연하며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매력을 느꼈는데 '캐치미'에서 만끽한 것 같다.

▲김아중을 비롯해 최강희 문채원 등 주로 연상녀와 호흡을 맞췄다.

=김아중과 연기하며 '정말 잘 한다'고 느꼈다. 이런 장르에 출연한 경험이 많아서 확실히 느낌을 알더라. 김아중의 섬세한 연기에 새삼 놀랐다. 난 좋아 보이는 장면도 '다시 찍자'고 했다. 촬영 후 모니터로 비교해보니 왜 그런 주문을 했는지 알겠더라. 현실 속 나이는 연기하는데 큰 의미는 없다. 결국 작품 속 배역으로 소통하는 거 아닌가.

▲영화 속 호태는 자신의 일을 포기할 정도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한다. 실제 주원은 어떤가.

=내가 호태를 이해하긴 어렵지만, 호태라는 인물이라면 가능한 사랑이었다. 정말 뜨겁게 사랑하는 인물이다. 현실 속 내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호태를 연기하며 대리만족을 느꼈다. 사실 나는 사랑을 할 때 그리 쿨하지 못하다. 서로 사랑했는데 막상 헤어졌다고 적으로 지내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첫 사랑과도 가끔 연락하며 지낸다. 고등학교 때 3년 간 같은 반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로의 소식을 들을 수밖에 업는 현실이다.

▲주원의 이상형은 어떤 여성인가?

치마보다는 바지를 잘 입는 여성이 좋다. 치마를 입으면 괜히 불편할 것 같다.(웃음) 무엇보다 어른들께 예의바른 사람이어야 한다. 평소에 화를 잘 안 내는데 누군가 부모님께 불손하게 행동하는 걸 보고 크게 화를 낸 적이 있다. 그리고 뱃살이 살짝 있는 여성이면 좋겠다. 뱃살이 처진 게 아니라 살짝 나온, 그런 거 있지 않나, 하하.

▲'굿 닥터'에 이어 곧바로 뮤지컬과 영화 촬영에 들어갔다. 체력적 부담은 없었나.

='굿 닥터'가 끝나고 다음 날 바로 연습을 시작했다. 걱정도 컸지만 다행히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별 문제는 없었다. 정말 재미있어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습했다. 성격상 크게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이다. 그래도 '각시탈'을 찍을 때 살짝 탈모 증세가 있었다. 그 때 '아~ 나도 스트레스를 받는구나'라고 느꼈다.

▲드라마 뮤지컬 영화, 어느 분야와 본인과 가장 잘 맞는가.

=나는 원래 뮤지컬을 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무대에 서려니 어색하더라. 무대라는 공간 안에서는 드라마나 영화 연기보다 과장되고 발성과 말투도 달라져야 한다. 때문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어느 하나가 더 좋다고 말할 순 없다. 각각의 매력이 다르다. 어느 분야에서 활동하건 집중해서 연기하는 그 순간이 행복하다.

▲전 분야에 걸쳐 활약이 대단하다. '대세'라는 평가에 만족하나.

=잘 모르겠다. 항상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다행히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무대에 선 나를 보러오는 분들도 더 많아졌다. 그만큼 내 책임감도 커졌다는 의미다. 이제 무대에 서서 객석을 보면 교복을 입은 친구들도 꽤 많아졌다. 가끔은 내가 '아이돌'이 된 기분이다.

▲오랫동안 출연하던 '1박2일'에서 하차했다. 아쉽지 않았나.

=난 항상 사람이 우선이다. 그래서 형들을 매주 만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지금도 단체 채팅방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솔직히 나는 1년 정도 지나면 예능을 잘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그 속에서 시청자의 입장처럼 형들을 보며 즐거워만 했다. 내 몫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하지만 내게는 형들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이 활력소였다.

▲주원의 2013년을 정리해달라.

=어느 때보다 바빴다. 체력적으로 무리가 따랐지만 모두 즐거운 작업이라 잘 버틸 수 있었다. 올해도 조금이나마 더 성장한 것 같다. 점점 내게도 여유가 생기더라. 이렇게 한 작품씩 마치다 보면 훌륭한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꿈에 한 발 더 나가가는 한 해였다.



안진용기자 realy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