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스크린 키워드

2013 극장가는 유례 없이 풍성했다. 사상 최초 2억 관객을 끌어 모았으며, 다양한 장르의 화제작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때문에 2014년에 거는 기대도 상당하다. 한국영화 시장의 르네상스를 이어갈 2014 기대작들을 키워드로 만나봤다.

▲넘쳐나는 ‘19금’

충무로의 트렌드는 이른바 ‘19금’이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관객을 대상으로 한다. 그럼에도 IPTV 등 부가판권 시장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등급 판정 그 자체로 마케팅이 가능해 환영 받는 추세다. 그 가운데도 격정적인 멜로가 주를 이룬다. 여배우들에겐 노출이 가장 큰 난관이다. 가뜩이나 남성 중심 작품이 많은 요즘, 여배우에게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선 ‘방자전’ ‘음란서생’ 등을 연출한 김대우 감독은 ‘인간중독’(제작 아이언팩키지)을 촬영 중이다.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아가던 1969년,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맺어진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이야기를 담는다. 송승헌 임지연 조여정 등이 출연한다.

이 밖에도 ‘한국판 색계’를 표방하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ㆍ제작 화인웍스), 정우성 주연의 ‘마담뺑덕’(가제ㆍ감독 임필성ㆍ제작 영화사 동물의 왕국), 동명의 중국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감독 장철수ㆍ제작 토리픽쳐스) 등이 파격적인 멜로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판 섹스앤더시티’를 보여줄 ‘관능의 법칙’(감독 권칠인ㆍ제작 명필름)은 40대 여성들의 사랑과 성을 이야기한다. 오는 2월 개봉한다.

▲몰아치는 대형 사극

2014년 충무로가 가장 사랑하는 장르는 사극이다. 제작비 100억원 상당이 투입된 대형 사극이란 것이 공통점이다. 덕분에 사극에 첫 도전하는 스타들을 만날 수 있다.

하정우는 오는 여름 ‘군도:민란의시대’(감독 윤종빈ㆍ제작 영화사월광)로 돌아온다. 조선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도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다. 어리바리한 백정 돌무치 역을 맡은 하정우 외에도 강동원 이경영 마동석 조진웅 등이 출연한다.

현빈은 제대 후 복귀작 ‘역린’(감독 이재규ㆍ제작 초이스컷픽쳐스)을 촬영 중이다. 조선 시대 왕위에 오른 정조의 암살을 소재로 한다. ‘칸의 연인’ 전도연은 무협 사극 ‘협녀:칼의 기억’(감독 박흥식ㆍ제작 TPS컴퍼니)을 통해 이병헌 김고은과 호흡을 맞춘다.

바다는 주된 배경이 됐다. 최민식과 류승룡이 출연하는 ‘명량-회오리바다’(감독 김한민ㆍ제작 빅스톤 픽처스)는 1597년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명량해전을 모티브로 한다. 김남길과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해적:바다로간산적’(감독 이석훈ㆍ제작 하리마오픽쳐스)은 조선의 옥새를 삼켜버린 귀신고래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내려온 산적과 해적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 밖에도 한석규 주연의 ‘상의원’(감독 이원석ㆍ제작 비단길)이 2월 크랭크인한다.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드는 기관인 상의원을 배경으로 한다.

▲화제 원작, 스크린에 어떻게 옮겨질까

제작자들은 늘 새로움에 목말라 있다. 때론 인기 소설이나 웹툰에서 답을 찾는다. 이미 검증된 콘텐츠이고 기존의 팬 층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롤러코스터’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하정우는 내년 ‘허삼관 매혈기’(제작 두타연)로 또 한 번 메가폰을 잡는다. 주연도 겸한다. 중국소설 ‘허삼관 매혈기’(1996)는 가족을 위해 기꺼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원작자 위화는 이 작품으로 세계 각국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영화화 러브콜이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한국에서 최초로 영화화가 결정됐다. 현재 각색 단계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ㆍ제작 영화사집)은 발간 3개월 만에 14만부가 판매된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열 일곱 나이에 자식을 낳은 부모와 열 일곱을 앞두고 세상과 이별을 준비하는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강동원과 송혜교가 세련된 이미지를 벗고 젊은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상반기 크랭크인 한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패션왕’(감독 오기환ㆍ제작 와이랩)은 오래 전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주원이 출연을 확정하며 제작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돌아오는 영웅들

시네필들은 매년 돌아오는 영웅들을 손꼽아 기다린다. 2013년은 아이언맨과 슈퍼맨이 수놓았다면 2014년에는 로보캅과 스파이더맨, 엑스맨, 캡틴아메리카가 있다.

‘로보캅’(감독 호세 파딜라ㆍ수입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ㆍ개봉 2월13일)은 1987년 폴 버호벤 감독이 선보인 동명의 SF 걸작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혼란에 빠진 도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능력을 갖춘 로보캅의 탄생과 활약을 다룬다. 27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2014년형 로보캅이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마블코믹스 팬들에게 2014년은 ‘축복의 시간’이다. 3월에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감독 조 루소, 안소니 루소)가, 4월에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감독 마크 웹ㆍ수입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가 개봉한다. 그 다음 달에는 울버린이 합류한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감독 브라이언 싱어)가 북미에서 개봉된다.

신화 속 영웅 헤라클레스가 스크린으로 재탄생한다. 10일 북미에서 공개되는 ‘헤라클레스: 더 레전드 비긴즈’(감독 레니 할린)와 7월 개봉예정인 ‘헤라클레스’(감독 브랫 레트너) 모두 헤라클레스의 성장담을 다룬다.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힘이 세고 또 가장 유명한 영웅인 만큼 스펙타클한 장면과 역동적인 액션 장면이 예상된다.

돌아오는 인기 시리즈물도 있다. 새로운 주인공 마크 월버그가 이끄는 ‘트랜스포머4’가 6월 관객들을 만나고, ‘헝거게임:모킹 제이 - 파트1’와 ‘호빗:또 다른 시작’이 각각 11월과 12월에 개봉한다.



김윤지기자 j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