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 신흥강자·차세대 두각
▲MC 명가, 유재석-강호동
구관이 명관이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건재하다. 두 사람은 지난해 지상파 3사의 연예대상을 사실상 무관으로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시상식 내내 자리를 지키며 후배들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때론 기립 박수로 기쁨을 함께 나눴다. 두 사람의 존재감이 대상 못지 않았던 이유다.
특히 유재석에겐 '1인자'라는 상징성이 있다. 많은 프로그램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지상파 3사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을 꿰차고 있다. 그것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말이다. 유재석 없는 '해피투게더 시즌3'(KBS 2TV)나 '무한도전'(MBC), '일요일이 좋다-러닝맨'(SBS)은 이제 상상할 수 없다. 그의 대상 불발에 일부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칠 정도로, 탄탄하고 고른 팬덤이 그의 강점이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스캔들이나 루머가 없다는 점에서 그의 '장기집권'을 전망할 수 있다.
탈세 의혹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강호동도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출발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와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은 아쉽게 막을 내렸고, KBS 2TV '달빛프린스'는 리뉴얼 됐다. 하지만 강호동에겐 대체불가한 파워와 활력이 있다. 그가 있어 SBS '놀라운대회 스타킹'과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은 자리잡을 수 있었다.
▲재도약, 신동엽-김구라
방송인 신동엽과 김구라는 요즘 '24시간이 모자라'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두 사람의 특징은 유연성과 확고한 자기 영역이다. 두 사람은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종횡무진하는 다작 방송인이다. 또한 각각 '색드립'(야한농담)의 권위자와 독설의 대명사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한때 부침을 겪었지만 최근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한다는 점도 닮았다.
신동엽은 목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만날 수 있다.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SBS 'TV 동물농장' 케이블채널 Mnet '비틀즈 코드 3D' 케이블채널 E채널 '용감한 기자들' 종편 JTBC '마녀사냥' 종편 채널A '이영돈ㆍ신동엽 젠틀맨' 등 총7개 프로그램의 MC를 맡고 있다. 그는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에 "프로그램의 색깔이 다 다르다.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
김구라도 신동엽에 지지 않는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세바퀴' tvN '퍼펙트 싱어 VS' '택시' JTBC '썰전' 등으로 왕성한 활동 중이다. 주로 스튜디오 예능에서 두각을 보였던 그는 최근 MBC 야외 버라이어티 '사남일녀'에 출연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신흥세력, 김준호-김성주-김병만
개그맨 김준호와 김병만, 방송인 김성주는 지난해 각기 다른 지상파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쥔 이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프로그램의 성공에 있어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김준호는 KBS 2TV를 대표하는 '개그콘서트' '인간의 조건' '해피선데이-1박2일' 등에서 출연하고 있다. 때론 존재만으로 든든한 큰 형이자, 웃음을 선사하는 출연진으로 활약했다.
MBC '일밤-아빠!어디가?'에서 김성주는 유일한 방송인이다. 배우와 가수, 비연예인으로 구성된 아빠들 가운데 유려한 진행을 이끌어 낸다. 대본 없이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능력은 이미 Mnet '슈퍼스타K' 시리즈를 통해 입증됐다. 전 아나운서 출신인 그는 교양 프로그램까지 폭 넓게 소화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김병만은 SBS '정글의 법칙' 시리즈가 낳은 '정글의 달인'이다. 각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 프로그램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여전히 안정적인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그가 이끄는 '병만족'에 있다. 어떤 극한의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며, 끝내 역경을 이겨내는 그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여성-꿈나무 MC 발굴 절실
MC 춘추전국시대에 아쉬운 것은 여성 MC의 부재다. 박미선은 '2013 KBS 연예대상'과 '2013 MBC 연예대상'에서 여자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특히 MBC의 경우 6년 연속이다. 박미선이 그만큼 자신의 위치를 잘 지켜왔다는 의미이지만, 한편으론 그만한 여성 MC가 좀처럼 없단 뜻으로 풀이된다.
여성 MC로는 이미 오래 전 톱(TOP)의 자리에 오른 박미선과 이영자가 전부다. 송은이와 신봉선이 뒤를 잇고, 최근에는 개그우먼 맹승지가 두각을 보이고 있는 정도다. 한때는 여배우에게서 답을 찾았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한혜진이 그러하다. 현재는 프로그램 하차 후 연기에 매진하고 있다. 김원희를 제외하고는 연기와 MC를 병행하는 여배우들을 찾기 힘들다.
지난해에는 일부 MC들이 불법도박 혐의로 방송가에서 대거 퇴출됐다. 김용만을 포함해 탁재훈, 이수근, 붐 등이 떠나며 '허리라인'에 공백이 생겼다. 이에 방송가에선 빈 자리를 채울 'MC 꿈나무' 찾기에 여념이 없다.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을 시작으로 KBS 2TV '1박2일'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입담을 과시 중인 데프콘과 SBS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 JTBC '히든싱어'에서 매끄러운 진행을 보여주는 전현무 등이 차세대 MC로 주목 받고 있다.
김윤지기자 j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