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통해 이미지 변신스타 이면 궁금한 대중 입맛에 맞춰진실성 상처 입으면 치명적

사진='레인 이펙트'의 한장면
비, 엑소, 위너… 한국 가요계를 쥐락펴락하는 스타들이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배우 이승기는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등 '누나'들을 이끌고 유럽 여행에 나섰다. 멋지게 차려입은 스타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헝클어지고, 풀어진 모습이지만 시청자 반응은 뜨겁다. 이른바 관찰형 리얼리티 프로그램 전성시대다.

현재 방영 중인 리얼리티 프로그램만 해도 다수다. 지상파 3사의 '아빠 어디가' '진짜사나이' '나 혼자 산다' '정글의 법칙' 등을 비롯해 케이블, 종편까지 뛰어들며 매주 수십 편이 안방극장을 수 놓고 있다. 이제 리얼을 제외하면 연예 프로그램 기획조차 하기 힘들다.

▲ 관찰형 리얼리티의 노림수

우선 거부감 없이 시청자에 친숙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 최근 제대한 비의 첫 행보는 Mnet 리얼리티 프로그램 '레인 이펙트'였다. 프로그램 속 비의 모습은 파격적이다. 무대 위에서의 화려함이 아닌 스태프와 잡담을 나누고 침대 위에서 빈둥 거리는 모습, 맛있는 라면을 끓이는 방법을 공개하는 모습이 담겼다. 때로는 전에 하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도 남겼다.

비는 전에 보지 못한 모습을 공개하며 대중에 한 발짝 다가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김태희와의 열애 사실이 알려진 후 군 복무 규율위반 논란 등 구설에 휘말렸던 것에도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시청자는 박수를 보냈고 발표한 앨범 '레인이펙트' 역시 사랑받으며 컴백 연착륙했다.

사진='꽃보다 누나'의 한장면
신인들의 매력도 담는다. SM의 엑소와 YG의 위너는 촉망받는 신인 그룹이지만 아직 대중에 알려진 것은 적다. 현재 방영 중인 MBC에브리원 '엑소 쇼타임'과 Mnet '위너TV'는 멤버들의 매력을 부각하는 데 주력 중이다. 브라운관을 통해 신비주의를 벗고 멤버 각자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녹여 생성되기 시작한 팬덤에 촉매제를 던졌다.

FNC엔터테인먼트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tvN '청담동111'을 통해 소속사 이미지 격상에 성공했다. FT아일랜드, 씨엔블루, 주니엘, 송은이, 이동건 등 대형스타들이 즐비하지만, 소속사 인지도 자체는 낮았다. 하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친숙한 이미지로 대중에 다가서는 데 성공했다. SM, YG, JYP에 이은 4강 구도를 형성하는 데도 일조했다.

▲ 스타의 뒷모습이 궁금하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것은 무엇보다 스타의 이면을 궁금해하는 팬들의 호기심 덕이다. MBC '나 혼자 산다'의 성공이 대표적이다. 혼자 사는 남자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은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은 평소 어떤 모습으로 지낼까"에 대한 해답을 시청자들에게 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인기리에 종방한 tvN '꽃보다 누나'는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였을 때 드러나는 모습을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이승기 등 연예인을 통해 풀어 놓았다. 여배우의 화려함이 아닌 친근한 누나, 그리고 동생 같은 모습이 공감을 샀다. MBC '진짜사나이'는 군대로 향한 스타들을 통해 남성 시청자에겐 공감을, 여성 시청자들에겐 '군대'라는 생소한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사진='청담동111'의 한 장면
▲ 야누스의 얼굴 가진 '리얼'

솔직함을 무기로 하는 만큼 위험요소도 많다.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만큼 대본 논란 등 진실성에 상처를 입는 것은 치명적이다. 출연진의 이미지도 실추되기 일쑤다. 군대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짜사나이'가 "오디션을 통해 출연 일반병사들을 결정한다"고 알려진 후 논란을 겪은 것과 SBS '정글의 법칙' 조작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시청자의 눈 밖에 날 경우 거센 비난 여론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TV리얼리티 쇼에 출연 중이던 주인공의 남편이 자살했다. 방송 중 아내를 구타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여론의 먹잇감이 됐다. 사생활이 공개되고 이에 따른 대중의 반응에서 정신적인 불안 증세를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출연진끼리 게임을 통해 서바이벌 경쟁을 벌이는 tvN '더 지니어스 : 룰브레이커' 역시 비슷하다. 일반인 출연자 이두희를 놓고 노홍철, 조유영, 은지원 등이 신분증을 훔치는 속임수를 썼고 이는 시청자의 반발로 이어졌다. 현재 프로그램 방영 반대 청원이 일어날 정도로 심각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관찰형 리얼리티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프로그램들이 갑작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출연진의 민감한 부분까지 방송될 수 있는 만큼 제작진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시청자 역시 민감 이슈에 반응하기보다 진솔한 모습을 보이려는 출연진의 노력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현 기자 sei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