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POP을 만드는 사람들전 세계 음악 시장 주름잡는 플랫폼사업자들의 공식 파트너비즈니스와 아티스트 상생 추구… 음악산업의 건전한 성장 도모

보급망을 확보하지 않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총과 칼로 벌이는 전쟁뿐 아니라 콘텐츠의 질로 맞붙는 뮤직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노래를 만들고 멋들어지게 불러도 이를 알리고 전할 방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경쟁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거침없이 해외 시장을 향하던 K-POP의 기세가 주춤한 것도 체계적인 유통망 구축의 미진함과 무관하지 않다. 아이튠즈와 구글뮤직을 비롯해 스포티파이 아마존 디저 KKBOX 등 전 세계 음악 시장을 주름잡는 플랫폼사업자들의 공식 파트너인 비손콘텐츠의 류호석 대표를 만난 것은 그 때문이다.

"음악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 경쟁이 되는 시대는 지났어요. 콘텐츠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는 이제 기술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IT와의 접목 여부가 산업 자체의 사활을 결정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보고 있어요. 음악 소비자뿐만 아니라 만드는 사람에게도 편리하고 효과적인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산업 전체의 화두가 될 거라 믿어요."

2002년부터 작곡가와 페스티벌 프로듀서, 밴드의 리더로 활동하던 류 대표는 2010년 7월 비손콘텐츠를 설립했다. 불법 다운로드 성행으로 음악 산업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던 시기부터 K-POP 붐이 태동할 때까지 산업에 뿌리를 내리며 내린 결론 때문이었다. 체계적인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 없이는 그 어떤 음악이나 뮤지션도 승산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 같은 그의 고민은 2010년 7월 비손콘텐츠의 설립과 함께 구체화되고 현실화됐다. 그가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것은 아이튠즈 음악 스토어 배급 사업이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었다.

"음악 콘텐츠 사업을 고민할수록 애플의 아이튠즈 시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준비에 착수했죠. 음악 유통 관련 코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매니저의 자격 요건을 갖추는 것이 가장 먼저였죠. 힘겹게 국제음악유통코드관리 자격증을 따냈고 다른 어려운 자격 요건을 갖췄지만 그때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두 차례 제안했지만 애플은 세계 음악 시장의 변방인 한국의 한 벤처기업과 손잡기를 꺼려했다. "한국은 계획이 없다"는 답만 반복해서 돌아왔다. 국내 아이튠즈 스토어가 없고 가까운 일본에 직배사가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콧대 높은 애플이 2년 만에 손을 내밀었다. 국내 아이폰 보급이 200만대를 넘긴 시점이었다. 애플직배사 자격을 얻으며 우리 음악을 해외에 유통할 합법적인 채널을 확보한 비손콘텐츠의 행보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음악은 만드는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번거로운 절차 없이 직접 음악 유통을 의뢰할 수 있는 온라인 음원유통 서비스 플랫폼 뮤직스프레이(www.musicspray.net)을 2011년 하반기 론칭했다.

이 서비스는 론칭과 함께 배급이나 마케팅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인디뮤지션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자우림, 후후, 글렌체크, 수퍼키드 등의 홍대음악문화의 대표적인 음악레이블 사운드홀릭의 카탈로그를 비롯해 한류스타 류시원, 015B, 알리, 마이네임, 한류드라마 OST 등 메이저 레이블의 음원 배급으로 점차 범위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까지 뮤직스프레이를 통해 500명 이상의 국내 아티스트들이 1만 곡 이상을 글로벌 음악 시장에 알렸다. 여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와 프랑스 툴루즈에 지사를 설립하고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했다. 국내외 음악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제가 음악을 해서 유통이나 마케팅에 대한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처음에는 정말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냐고 하던 친구들도 실제로 해외 유통이 되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자동으로 정산이 되는 걸 확인하면 놀라죠."

음악을 하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항상 마음을 다잡는다는 류 대표. 그는 온라인 음원유통 사업을 진행하며 인디뮤지션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다. 가능성 있는 신인뮤지션 발굴해서 프로모션을 지원하는 인디고스테이지를 진행하며 비즈니스와 아티스트의 상생을 추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매달 무료 쇼케이스를 지원하고 페이스북 기반의 프로모션도 기획 론칭했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CMJ 뮤직마라톤을 연수차 방문했을 때 이머징 아티스트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보고 느낀 바가 많았어요. 뮤지션이 성장해서 산업이 함께 커갈 수 있다는 평소 믿음을 확신할 수 있었죠."

뮤직스프레이가 시장에 안착하며 업계의 부러움을 받고 있지만 류 대표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내달부터 1년간 미국 UC Berkeley의 방문학자 초청으로 'K-POP을 중심으로 한 미국문화산업시장에서의 한류문화'에 대한 연구 활동이 예정됐다. 인근 실리콘밸리 지사를 중심으로 뮤직스프레이 이용 뮤지션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음악산업의 중심에 서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산업 전체를 건전한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내려고 해요. 지금은 국내 음악을 해외에 알리는 일이 중심이지만 곧 해외 아티스트의 음악을 국내에 소개하는 시대도 곧 올 거라 믿어요. 전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음악이 모이는 글로벌 배급 유통 서비스로 키워내는 것이 제 @hankooki.comㆍ사진=비손콘텐츠 제공



꿈입니다.”김성한기자 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