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선갤러리 ‘임만혁 초대전’

임만혁 작가의 작품을 특징짓는 요소 중 하나는 등장 인물의 눈망울이다. 크고 동그란 눈망울은 연민을 자아낸다. 때로는 슬프고, 냉소적인 눈망울로 관객의 가슴을 파고 든다.

그 눈망울은 임 작가의 세상을 보는 창(窓)이기도 하다. 그의 눈에 비친, 화면에 등장하는 인간군상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인간들은 시간 앞에서 풍화되고 무기력해지며 삶 속에서 허약해지고 손상되기 쉬운 인간들이다. 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겨서 무엇인가를 헛되이 기다리며 앉아 있거나 삶에 저항하기보다는 그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기에 길들여진 인간들이다.”

그러한 작품 속 인간들은 불안감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어떤 기대에 차 먼대로 시점을 돌린다.

그런데 최근 작가의 시선에, 작품에 뚜렷한 변화가 눈에 띈다. 한층 밝아졌고, 푸근해졌다. 오랫동안 천착해온 ‘가족 이야기’에 좀 더 다채롭고 울긋불긋 밝아진 색상이 덧입혀지고 이상적인 가족 이미지에 어울릴 법한 아기자기함과 아늑함이 더해졌다.

그러한 작가의 ‘변화’는 2월 5일부터 서울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열리는 ‘임만혁 초대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 작가는 동서양화를 모두 포괄하면서 구사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새로운 조형세계를 펼쳐 보인다. 화선지를 여러 겹 배접해서 사용하는 바탕에 붓 대신 목탄으로 대상을 구현하고 일정한 채색을 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주로 작가 자신과 주변 인물이나 모습을 대상으로 작업하며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미묘한 표정과 제스처 등을 세심하게 잡아내어 그들 사이의 드라마를 화폭 위에 기록한다. 작품은 우리들의 삶의 풍경이 반영돼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오며 부담 없이 느껴진다. 친근한 동물까지 포함시키면서 가족 공동체의 범위는 더욱 확대된다.

작가는 새해 처음 여는 전시 ‘말과 아이들’에서 말을 중심으로 가족 이야기를 전한다. ‘말과 소녀’ ‘말과 소년’ ‘말과 아이들’ 등 작품 속 말은 가족의 일원이다. 말은 놀이와 치유, 유대를 상징한다. 나아가 세상의 풍파로부터 가족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버팀목이기도 하다.

말의 표정, 색상, 구도는 따뜻하고 가족과 동화된 모습이다. 종래의 가라앉은 갈색 대신 노란색과 짙은 녹색으로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꿨다.

토종말은 정감이 가고 언제나 가족과 함께 있을 것처럼 튼튼하게 생겼다. 그리고 ‘흰말’이다. 흰색은 예로부터 우리의 삶과 인연이 깊다.

이는 임 작가가 외래 사조에 주눅 들지 않고 우리의 정서를 그만의 조형언어로 표현해 온 것의 연장선에 있다.

말은 ‘복(福)’을 상징한다고 전해진다. 올해 말의 해를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말 작품 20여 점은 관객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복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2월 22일까지 전시. 02-730-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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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기자 j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