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생태계 조성' 음반불황 돌파유럽 등지서 교역대상에서 공동작업 파트너로 K_POP 격상브랜드 지원·전문인력 양성 등 주변산업과 협업 통해 판로 개척

사흘 간의 전 세계 음악을 사고 파는 장터, 미뎀(MIDEM)이 4일(현지시간)로 끝났다. 1일 프랑스 칸의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개막한 미뎀은 '성장 반등의 때는 오는가? 지속 가능의 시대를 열자'는 주제로 75개 국가에서 3,000개 업체, 6,400명이 참가했다. 전시장에는 35개 국가관이 마련돼 성황을 이뤘다.

수요와 공급이 한데 모이면 흐름을 알 수 있다.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간 품목에는 이유가 있고 그렇지 않는 것들에도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K-POP은 여전히 세계 음악 시장에서 핫한 아이템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K-POP 나이트 아웃' 쇼케이스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미스틱89, 아메바컬쳐,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하이파이브 등 33개 업체가 참여한 국가 공동관도 기간 내내 해외 관계자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한해 장사를 잘했다고 내년이 보장되지 않는다. 꼼꼼하게 판매 및 재고목록을 들여다봐야 한다. 신상품 개발과 함께 다음을 기약하는 판매전략을 살펴야 할 때다. 미뎀이 알려준 K-POP의 오늘과 내일을 짚어봤다.

▲유럽의 K-POP 활용기, 사고팔기에서 공동작업으로

2005년 이후 뜸했던 미뎀의 한국 전시공동관이 다시 설치된 것은 2013년부터다. 댄스 아이돌을 주축으로 한 K-POP 열기가 뜨거웠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에 울려 퍼진 시기다. 혹자는 K-POP의 정점이었으며 이제 내리막이 기다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2014년 미뎀을 지켜본 이라면 그 판단을 유보해야 할지도 모른다. K-POP의 위상이 상승하며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건을 사고파는 교역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만들고 즐기는 협업의 결과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유럽 내 관심이 예사롭지 않았다. 현지 작곡가들이 K-POP 맞춤형 곡을 만들어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서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한국 자체 시장은 규모가 작지만 K-POP 작업 이력을 추가하면 아시아를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 주목을 받는다는 이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유럽 음반시장이 붕괴되면서 현지 음악회사들이 'K-POP과의 협업'을 불황을 뚫는 돌파구로 여기고 있다. 국내 일부 레이블은 졸지에 귀한 바이어가 돼 대접받는 위치가 됐다.

일례로 빅스의 히트곡 '다칠 준비가 돼 있어'의 공동작곡가인 영국의 리키 핸리는 2일 열린 빅스와 다이나믹듀오의 콘퍼런스에 찾아와 "빅스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가수와 작업했다. 내가 K-POP의 작곡가라는 사실이 영국에 알려지면서 유명해졌고, 곡 의뢰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미뎀을 찾은 씨스타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서현주 이사는 "미팅을 위해 만난 이탈리아 프로듀서는 씨스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국내 아이돌 그룹을 위해 작곡했다며 노래를 들려줬는데 신선하면서도 멜로디가 우리 정서와 맞아떨어져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올해 미뎀에 설치된 한국의 국가공동관의 분위기는 이를 잘 보여준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비 아시아계의 음악 관계자들이 방문이 늘어난 것. 비즈매칭 요청이 전년 대비 30%이상 늘었다. 한국 전시관 담당자는 "과거에는 아티스트, 레이블에 관심을 뒀다면 올해는 작곡가 등 협업 대상과 방식으로 확장됐다. 지난해에는 싸이가 주목받으며 호기심이 컸다면 올해는 실질적인 수요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룹 다이나믹듀오가 2일 오후 8시(현지시간) 프랑스 칸 매직 미러 공연장에서 열린'K-POP 나이트 아웃'쇼케이스에 참석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쇼케이스는 미뎀의 부대행사인 미뎀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미뎀이 주는 충고, 음악생태계 조성

국내 대중음악산업은 2000년대 들어 디지털화에 울고 웃었다. 음반시장이 속수무책으로 초토화되는 것을 경험했고 우여곡절 끝에 합법화된 음원시장의 급성장을 끌어내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음악 시장 변화의 최전선에는 언제나 한국 시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세계 음악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유명 브랜드를 비롯해 연관 산업과의 협업에는 어쩐지 소극적이고 주저하는 곳이 한국의 음악 산업이다.

최근 미뎀은 글로벌기업 펩시와 미디어그룹 비방디의 스폰서로 운영됐다. 이 같은 음악 연관 기업들은 음악 산업을 지원하고 협업을 진행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여기에 미뎀의 연구프로그램 미뎀랩을 지원하고 연계해 미뎀아카데미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미뎀 한국대표부 써니 김 대표는 "음악은 디지털화를 겪으며 이제 그 자체로 생존하기 보다 결합되고 첨부된 상태로 살아남았다. 브랜드와 광고를 비롯해 다양한 주변 산업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게 된 셈이다. 이제 그 어떤 광고도 음악 없이 힘을 낼 수 없다. 그런 이유로 광고ㆍ게임ㆍ전자 업계에서 음악 산업을 지원하고 종사자를 육성하는데 참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급변하는 세계 음악 시장에서 K-POP의 싹을 겨우 틔운 국내 음악계의 움직임은 여전히 둔하기만 하다. 배타적인 자세로 다른 분야와 콜래보레이션을 벌이는 것이 낯선 국내 분위기와는 상반된다. 보컬 위주의 실용음악과가 대학가를 휩쓸면서 실무를 담당하며 산업을 떠받칠 뮤직비즈니스 전문인력을 양성할 곳이 태부족인 것도 비교되는 부분이다.

가수와 제작자는 시장의 독점적 위치를 차지한 거대 유통사와 방송사의 눈치를 보는 것이 현실이고 작곡가와 작사가 그리고 연주자 등을 비롯해 산업 종사자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할 만한 생계 수단은 불투명하다. 아티스트부터 소비자까지 음악 콘텐츠가 전달되는 과정에 놓인 모든 종사자들이 함께 번성해야 한다는 '음악 생태계'는 남의 이야기다.

여기에 2013년 2,100억원(IFPI 기준) 시장에 불과한 협소한 내수 시장과 기형적인 산업구조 등 극복해야 할 대상이 여전히 산적했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산업 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양산하지 않으면 그리고 주변 산업과의 협업에 박차를 가하지 않는다면 K-POP의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고 미뎀의 오늘은 충고하고 있다.



글ㆍ사진=칸(프랑스) 김성한기자 wi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