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불법유통에 몸살 앓는 영화계 '겨울왕국' '넛잡' 등 인기작 영상파일 유출 온라인 급속 유통수백억원대 막대한 경제 손실"문화산업 막는 범죄행위 규정" 파일 유포자 등 상대 법적 대응

영화 '변호인' '넛잡' '건축학개론' '은교' '겨울왕국'.(왼쪽 하단부터 시계방향)
영화계가 불법유통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신 개봉작들이 줄줄이 온라인상에 불법유통되면서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이에 창작자들은 자신들의 노력과 권익이 보호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 인기작에 뒤따르는 고질병, 불법유통

애니메이션 '넛잡:땅콩 도둑들'의 제작사 레드로버 측은 29일 개봉에 앞서 불법 영상 배포를 경고했다. 해외에서 캠코더로 촬영된 불법 영상이 온라인에 유통되자 제작사 측은 이에 대해 "엄연히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해 창작 의욕을 떨어뜨리고 문화산업 발전을 막는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지난 달 17일 개봉한 '넛잡'은 2일까지 5024만 6000달러(한화 약 544억 원)의 극장 수입을 올린 화제작이다.

박스오피스를 장기집권 중인 '겨울왕국'과 '변호인' 역시 불법유통에 시달렸다. '겨울왕국'의 수입배급사인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이하 소니픽쳐스)는 지난 달 중순 불법 영상에 대해 사이버 수사 의뢰 및 저작권보호센터 조사 등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변호인'의 투자배급사 NEW는 불법유통이란 비상식적인 범죄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파일 유포자 및 유통사이트를 상대로 끝까지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 실제 영상 파일 유출-악성 바이러스로 2차 피해

캠코더나 휴대전화로 촬영된 이른바 '캠버전'이 아닌, 실제 영상파일이 유포된 경우도 있다. '건축학개론'은 2012년 극장 상영 중으로 파일공유사이트를 통해 불법 영상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놀랍게도 사건의 진원지는 군부대나 해외 문화원이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일을 맡아온 문화복지업체였다. 그곳에 근무하던 A씨는 투자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로부터 건네 받은 영상 파일을 동영상으로 변환해 지인에게 이메일을 통해 전달했고, 이를 시작으로 파일이 퍼져나갔다. 피해액만 7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불법 영상으로 위장한 악성 바이러스는 2차 피해를 유발했다. '은교'는 파격적인 설정과 전개로 주목 받은 2012년 화제작. 불법파일이 온라인에 유출됐지만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발 빠른 대처로 삽시간에 진화됐다. 문제는 이를 이용한 악성 바이러스가 심어진 가짜 영화 파일들이 공유된 것. 호기심에 최신 영화 파일을 내려 받은 이용자들은 원하지 않는 피해를 입었다.

▲ 대응은 신속+강경하게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화 불법유통시장의 규모는 월간 700억 원, 연간 8,4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유통 영화의 실제 편수와 현실적인 웹하드 및 P2P 사이트 수를 고려할 경우 규모는 연간 3조 7,500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그만큼 영화제작사들의 대응도 신속하고 강경해졌다. '넛잡'의 레드로버, '겨울왕국'의 소니픽쳐스, '변호인'의 NEW는 모두 영상을 최초 유포하고 불법으로 게시한 사람은 물론 영상을 내려 받은 사람까지 법적 처벌을 요구할 것을 시사했다. 해당 사이트에 경고 조치를 취하고, 최초 유포자를 벌하는 데 그치던 과거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건축학개론'의 제작사 명필름은 불법파일 최초 유출자 A씨가 근무했던 문화복지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해 7월 재판부가 제시한 화해 권고에 따라 합의해 이르렀지만, 16개월 간의 소송은 창작자가 입은 피해 보상과 저작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시켰다.

▲ 불법유통 이대로 괜찮을까?

일각에서는 현재의 계도 수준으론 불법유통을 근절시키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작권자 보호를 내건 영파라치 제도가 2006년부터 실시되고 있긴 하다. 영화 포털사이트 시네티즌과 모 법무법인이 영화 수입·제작사로부터 저작권 보호 업무를 위임해 불법 다운로드 파일을 유포하는 네티즌을 신고한 이에게 대신 보상해주는 제도다. 최초 신고자만 포상 받을 수 있고, 대부분 법무법인과 당사자가 조용히 합의하는 경우가 많아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불법유통망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폐쇄적인 클럽형 웹하드나 모바일을 통한 확산은 접근이 쉽지 않아 모니터링조차 쉽지 않다.

영화진흥위원회 국내진흥부 양소은 대리는 주간한국과 전화통화에서 불법유통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과 이슈화를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꼽았다. 양 대리는 "웹하드 사이트를 무조건 불법으로 볼 순 없다"며 "대신 투명성을 높이고 양성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진위가 운영하는 특징점(Hash 및 DNA) 통합 DB 시스템인 영상물권리보호시스템이 그것이다.

아울러 영진위는 이런 모니터링 과정과 결과 등을 담은 보고서를 지난해 발표했고, "이런 이슈화가 불법유통 규모를 줄이는 데 실제 일조했다"는 것이 양 대리의 이야기다.

양 대리는 "새로운 형태의 불법 유통 등 변화하는 시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런 흐름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윤지기자 ja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