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곤 PD
PD나 감독이 프레임 안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예전에는 터부시 되던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 예능프로그램에선 그렇지 않다. 푹 눌러쓴 야구모자에 점퍼 차림이지만, 제작진이 직접 화면에 얼굴을 비춘다. 때론 목소리로 등장하고, 출연진과 대결을 펼치지도 한다. 이제는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제3의 멤버가 된 PD들을 찾아봤다.

▲'꽃할배' 나영석PD

는 제작진을 적극적으로 화면 안으로 끌어온 인물이다. KBS 재직 당시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1'을 맡았던 그다. 그는 멤버들을 상대로 제안을 하거나 협상을 하면서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밀고 당기기에 탁월함을 보여준 나PD 아래 '1박2일'은 제작진과의 한 판 승부가 유난히 많았다. 멤버들과의 내기에서 진 스태프 80여 명이 빗 속에서 야외취침을 하는 '제작진의 난'이 발생하기도 했다.

나PD는 케이블채널 tvN에서 여행버라이어티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수장으로 나선 '꽃보다 할배'나 '꽃보다 누나'에서도 그의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걸 그룹과 함께 여행 간다'며 이서진을 섭외하고, 방황하는 이승기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은 모두 나PD의 몫이다. 그 과정이 그대로 화면에 잡히면서 그의 '깐족'입담도 빛을 발휘한다.

그는 지난 해 열린 11월 열린 '꽃보다 누나' 기자간담회에서 "여행 그 자체를 담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나뿐만 아니라 작가, 카메라 감독들도 왔다 갔다 한다. 출연진이 VJ들과 농담 따먹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을 굳이 막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유호진 PD
▲'1박2일' 유호진PD

'1박2일 시즌3'는 KBS 대표 예능프로그램의 부활을 보여주고 있다. 일등공신은 로 손꼽힌다. 유PD는 시즌1에서 신입PD로서 '몰래 카메라' 공격을 당했던 인물. 어느덧 7년여 세월이 지나 지난해 메인 연출자로 돌아왔고, '1박2일'의 본래 미덕을 되살려 호평을 받고 있다.

화면으로 보여지는 유호진PD의 이미지는 기존 스타PD들과 거리가 있다.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PD처럼 카리스마가 넘치는 것도 아니며, 그의 선배인 나영석PD처럼 푸근한 인상도 아니다. 조근조근한 말투 때문에 오히려 차분함과 신중함이 느껴진다. 때론 독하고 단호한 면모를 보여주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멤버들을 융화시키고 있다.

감성적인 기획력은 그의 장기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9일 방송이었다. 설 연휴를 맞아 멤버들은 서울에서 시간 여행을 했다. 평범한 미션 수행인 줄 알았지만 제작진의 숨은 뜻은 따로 있었다. 멤버들이 사진으로 남긴 서울의 곳곳은 그들의 부모님이 젊은 시절 추억을 남겼던 장소였던 것. 멤버들과 시청자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아빠!어디가?' 김유곤

나영석 PD
"어린이 여러분, 다 모였습니까?" MBC '일밤-아빠!어디가?'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이 멘트의 주인공은 주로 연출자 김유곤PD다. 앵글에 직접 잡히는 경우는 드물지만 목소리는 자주 들을 수 있다. 그의 목소리가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김유곤PD와 다른 제작진의 목소리를 구별하기도 한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그에게 다가가 '선생님'이라 호칭하며 질문을 던진다. 당황한 표정으로 쩔쩔 매는 그의 얼굴은 웃음을 안긴다.

김PD의 이런 따뜻한 성향은 프로그램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어린이 출연자들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배려 등이 그것이다. 기획을 맡은 권석CP는 "PD들은 분량에 대한 초조함이 있는데 김유곤PD는 억지로 개입하지 않고 지켜 본다. 리얼리티 보다 강한 재미는 없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2000년에 MBC에 입사한 는 조연출 활약할 무렵 현직 PD로서 '코미디 하우스'의 간판 코너 '노브레인 서바이벌'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당시 '웃기는 김PD'로 관심을 받은 그는 '개그맨을 웃기는 PD'로 유명했다. 이후 '일밤-나는 가수다''세바퀴''명랑 히어로''공감토크쇼 놀러와' 등을 연출했다.



김윤지기자 ja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