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엎질러 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잘 정리하느냐 따라 얼룩이 남을 수도 있고 마치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다. 스타들에게도 위기는 닥친다.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하느냐가 스타의 이후 행보가 달라진다.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도 하고, 이를 전화위복으로 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방법은 사안별로 천차만별이다. 스타들의 위기 관리법을 살펴봤다.

'사실은…' 적극 해명형
법정 싸움·기자회견 등 논란 정면 돌파

연예계에는 크고 작은 논란에 끊이지 않는다. SNS에 올라온 사진부터 방송에서 무심코 한 멘트까지,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연예인이기에 조용한 날이 없다.

유야무야 넘기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적극적인 해명으로 대응한다.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회견을 연다. 극단적인 예가 가수 나훈아다. 나훈아는 한때 신체훼손설, 여배우와의 염문설에 시달렸다. 오랜 잠적 끝에 2008년 기자회견으로 대중을 마주한 그는 "벗어야 믿으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믿으시겠습니까?"라는 말과 함께 단상 위에 올라가 바지 벨트를 풀었다.

이런 적극적인 모습의 이면에는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당당함이 있다. 배우 은 전 소속사 대표와 끝 없는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12년은 전 소속사 측이 제기한 무성한 논란이 절정이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은 우아한 자태를 과시하며 고소인 자격으로 경찰서를 찾았고, 공식석상에 나서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때 마다 취재진의 질문에 신중히 답하는 '쿨(cool)'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혜수
또 달라진 점은 법적 대응을 불사하지 않는다는 것. 꼭 법적 처벌을 원한다기보다, 엄포를 놓아 SNS와 모바일을 타고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가수 에일리는 지난해 누드사진 파문으로 마음 고생을 했다. 소속사 측은 일부 여대생들을 상대로 한 사기 행각에 의한 피해였음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유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사과·자숙…' 속전속결형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 논란 잠재우기

소문은 발이 없는 새다. 삽시간에 퍼지지만 때론 휘발성이 강해 대중의 기억에서 금방 사라지고 만다. 때문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해 논란을 빨리 잠재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룹 인피니트 엘과 쇼핑몰 운영자 김모씨의 열애설도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아 사태가 커진 사례다.

지난해 연말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불법 도박 사건은 금새 마무리됐다. 방송인 이수근과 탁재훈, 가수 토니안은 수억 원을 걸고 휴대전화 이용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을 한 혐의를 받았고, 검찰 기소부터 재판부 선고까지 약 43일이 걸렸다. 프로포폴 상습투약 혐의를 받은 여배우 3인이 약 8개월에 걸쳐 공판에 참여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조속한 결말이다. 또한 이수근 탁재훈 토니안 모두 항소 포기 의사를 밝혔고, 세 사람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형을 확정 받았다.

세 사람은 검찰 조사 당시부터 혐의를 시인했고, 법정에서도 진술을 번복하지 않고 선처를 호소했다. 사건이 알려진 후 일제히 출연 중인 방송에서 하차했으며, 자숙의 태도를 취했다. 세 사람에 앞서 불법도박 혐의를 받은 개그맨 김용만도 마찬가지였고, 재판은 한 번의 변론기일로 끝맺었다.

성현아
배우 는 지난해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KBS 2TV 드라마 '직장의 신' 방송을 앞두고 있어 정면 돌파가 불가피했다. 논란과 관련해 언급 자체를 피하려는 경향과 달리, 는 드라마 제작발표회를 통해 대중에 사과하고 석사 학위를 반납했다. 잘못을 인정했지만 품위는 잃지 않은 는 드라마의 성공으로 지난해 연말 KBS 연기 대상을 거머쥐었다.

'대중이 모르게…' 007형
취재진과 숨바꼭질… 재판도 극비리 진행

해명도 해명 나름이다. 사생활과 밀접한 스캔들은 좀처럼 공개하기 어렵다. 아무리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스타에게도 사생활은 있다. 그들이 숨기고픈 이야기가 드러날 경우,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혼 등과 관련된 사건은 최대한 극비리에 진행된다.

이혼소송 중인 김주하 MBC 기자는 지난 1월 27일 이혼 및 양육자 지정 소송에 대한 면접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돌연 연기됐다. 김주하가 직접 참석해야 하는 면접조사 일자와 시간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취재진이 몰릴 것을 예상해 조사절차를 비공개로 전환한 것이다. 김주하 뿐만 아니다. 대부분 이를 숨기려 노력한다. 결혼 13년 만에 2012년 파경을 맞이한 개그우먼 조혜련은 데뷔 이래 처음으로 방송을 전면 중단하고 중국으로 떠났다.

혹은 취재진과의 '숨바꼭질'이 벌이지기도 한다.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는 취재진들과 이를 피하려는 스타들의 신경전이다.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성매매)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는 지난 달 19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그가 정식 재판을 청구한 것으로, 이날 는 단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않았다. 당초 비공개 재판으로 전환한 데다 사건번호를 담은 안내문 마저 붙이지 않았다. 뿔테 안경에 수수한 옷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법무법인 직원들의 비호를 받았고 최소한의 동선으로 재빠르게 법정을 빠져나갔다.



김윤지기자 ja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