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성의 대중문화산책] 공연 리뷰

써드스톤 박상도 롤링홀 공연
강허달림 2014 소리 그녀가 되다 금나래아트홀

강허달림은 2008년 정규 1집을 내기까지 10여 년의 무명생활을 이겨낸 질긴 생명력의 가수다. 그녀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그려낸 블루지한 자신의 창작곡들을 통해 한국 여성 블루스보컬의 적자로 평가받는 탁월한 아티스트다. 그녀의 노래는 슬픈 가사와 흥겨운 리듬이 절묘하게 합체되어 헤어나기 힘든 중독성을 발휘하는 매력적인 가락이다. 1집 타이틀 곡 '기다림, 설레임'은 대중음악SOUND에서 대중음악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진행한 '한국의 인디 100대 명곡'에 선정되며 명곡으로 공증되었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강허달림의 슬픈 노래에 감동을 받았을 때 "달림씨는 행복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행복해지면 이렇게 애절한 노래를 다시는 만들 수도 부를 수도 없을지도 모르니까"라는 말을 농담처럼 건넨 기억이 난다. 대중적 인지도가 넓어지면서 활동 초기에 느꼈던 페이소스 짙은 소울풀한 향내가 다소 흐려져 가는 것은 아닌 가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강허달림은 오랜 기간 갈망했던 사랑을 찾아 결혼을 했고 출신을 위해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었다.

출산 후 첫 단독공연에 다녀왔다. 재즈 질감의 세션 구성으로 연출한 담백한 연주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녀 특유의 소울이 되살아나니 오랫만에 노래에 집중할 수 있었다. 최대한 멘트를 줄이고 노래에만 집중하니 그녀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2008년의 감동이 되살아났다. 단단히 연습을 해서인가 이번에는 가사도 틀리지 않았고 멋있게 부르려는 나쁜 버릇도 보이지 않았다. 노래가 지닌 결과 본질을 가슴에 울리는 짙은 음색으로 들려주니 관객은 저절로 노래에 스며들 수 있어 좋았다. 무대를 장식한 영상과 너무 소박했던 무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빈자리를 강허달림은 진정성을 담은 자신의 소리만으로 꽉 채웠다. 정성을 다해 들려주는 노래말고 다른 것이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엄마가 된 강허달림은 그렇게 훌쩍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음을 성공적으로 신고했다.

록밴드 써드스톤 공감하고 싶어요 6회 공연 롤링홀

EBS 스페이스 공감의 축소 편성을 반대하는 음악인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릴레이 콘서트 '공감하고 싶어요'가 6회를 돌파했다. 연초 인디음악계를 뜨겁게 달궜던 'EBS 스페이스 공감의 축소 편성' 사태는 '주 4회 공연'으로 일단락됐다. 그럼에도 음악인들이 계속해 이 공연을 진행하는 이유는 '스페이스 공감'의 공익적 가치를 널리 알리려는 취지 때문이다. 공익적 여론형성이 목적이기에 이 공연의 입장료는 단 돈 5,000원으로 책정되었다. 헐값에 가까운 입장료이니 공연 내용도 헐렁했을까?

강허달림 출산 후 첫 단공
홍대 앞 라이브클럽 롤링홀에서 열린 2월 마지막 6회 공연에 다녀온 내 느낌은 정반대다. 그 어느 공연보다 관객 호응도가 뜨거웠고 뮤지션들도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최근 컴백한 록밴드 써드스톤의 공연은 인상적이었다. 이미 컴백작인 3집으로 진화된 이들의 음악을 경험했지만 4년 만에 새롭게 라인업을 구축한 써드스톤의 라이브무대는 음반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황홀경을 안겨주었다. 단돈 5,000원 입장료로 이런 극한의 음악선물을 받을 수 있다니. 그날 롤링홀에 온 관객들은 죄다 계를 탄 거나 다름없다.

박상도의 묵직하고 속 깊은 기타 리프을 중심으로 한두수의 베이스 리듬과 안성용의 드럼 비트가 합체된 한국적 싸이키델릭 사운드가 춤을 추는 동안 객석은 숨을 죽였고 고요한 공간 여기저기서 탄성이 배어나왔다. 써드스톤은 단 2곡을 들려줬기에 갈증이 난다. 3월 15일 홍대 앞 텅스텐홀에서 써드스톤은 들국화 오리지널 멤버인 조덕환과 조인트 콘서트를 연다니 거기에서 목이 타는 갈증을 해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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