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예능프로 정면으로 다뤄이혼에 성숙하고 다양한 시각 제공
▲ 늘어나는 이혼남녀 콘텐츠
MBC 수목미니시리즈 '앙큼한 돌싱녀'(극본 이하나ㆍ연출 고동선ㆍ이하 앙돌), SBS 주말극 '세 번 결혼하는 여자'(극본 김수현ㆍ연출 손정현ㆍ이하 세결), 케이블채널 tvN 금토미니시리즈 '응급남녀'(극본 최윤정ㆍ연출 김철규). 방영 중인 세 작품의 공통점은 이혼이란 소재다.
이혼은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다. SBS '짝'은 종종 이혼남녀 특집을 진행하고, 지난 달 23일 첫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99명의 여자를 만족시키는 남자'(이하 99만남)는 99명의 이혼여성들을 패널로 내세웠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 '혼자 사는 여자'에 초청되는 혼자 사는 여자들 중에서도 이혼여성을 찾아볼 수 있다.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풍성해진 콘텐츠다. 비슷한 소재의 예전 드라마를 떠올려보면 '돌싱'이란 신조어를 남긴 SBS '돌아온 싱글'(2005),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SBS 드라마 '연애시대'(2006) 정도다. 예능프로그램에선 더욱 찾기 힘들다.
▲ 시청자의 공감대 확대-소재의 확장
이처럼 이혼남녀 콘텐츠가 늘어난 데는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있다. 이혼은 이제 가까운 이웃의 일이 됐다. 대한민국은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혼율 1위를 기록했다. 1시간에 14쌍이 이혼서류를 도장 찍고 있는 사회 현상이 반영된 셈이다. 그만큼 공감할 수 있는 시청자 층이 넓어졌단 이야기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이혼은 극적인 상황을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응급남녀'의 오진희(송지효)와 오창민(최진혁), '앙큼한 돌싱녀'의 나애리(이민정)와 차정우(주상욱)가 겪는 갈등은 평범한 연인들의 그것 보다 골이 깊다. 밑바닥의 감정까지 다 겪어 본 사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들이 서로에게 다시 호감을 느낄 때 좀 더 극적이다.
'응급남녀'의 기획을 맡은 이찬호CP는 주간한국에 "이혼부부이기에 가능한 스토리가 있고 극적인 장면이 있다. 감정적으로 더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 어떻게 다뤄져야 할까?
이혼은 하나의 소재이지만, 사회 현상이기도 하다.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서 반드시 올바르게 다뤄져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성숙하고 다양한 시각은 필요하다.
'앙큼한 돌싱녀'의 연출을 맡은 고동선 PD는 지난 달 2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혼남녀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돌싱'은 우리 사회에서 실패한 사람의 이미지로 각인이 되는 것 같다. 결혼이든 인생이든 사업이든 사람과의 관계이든,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진심이 있다면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반면 '응급남녀' 제작진은 이혼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 이찬호CP는 "이혼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들의 몫이다. 다만, 사랑에 대한 깊이와 다양한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극 중에는 '돌싱'도 있고, 결혼이 두려운 남자도 있고, 싱글맘도 있고, 청춘남녀도 있다. '돌싱'도 다양한 사랑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지기자 ja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