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핀 거리 '대중과 함께 걷는듯

버스커 버스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2012년 3월 발매된 버스커버스커의 1집 타이틀곡 '벚꽃 엔딩'은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각종 음원차트에 재등장했다. 지난해에 이어 3년째 차트 등장이다. 팬들은 봄만 되면 다시 인기를 얻는 이 곡에 대해 '벚꽃 좀비' '벚꽃 연금' 등 재미있는 별명을 붙였다.

시즌송. 이른바 특정 때가 되면 다시 사랑받는 곡들을 말한다.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를 사랑하는 이와 걷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 '벚꽃엔딩'은 3월 말과 4월 사이 다시 인기를 끈다. 크리스마스면 거리에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와 여름만 되면 인기를 끄는 듀스의 '여름 안에서', 쿨의 '해변의 여인', 가을의 이문세 '가을이 오면' 등도 대표적이다. 이들의 인기 비결은 뭘까.

▲ 히트공식 1, 계절 정서를 담아라

시즌송으로 사랑받기 위해 해당 계절의 느낌을 곡 속에 녹여야 하는 것은 필수다. '벚꽃 엔딩'의 경우 봄 느낌이 물씬 나는 가사와 보컬 장범준의 부드러운 음색이 잘 어울려 따뜻한 봄날의 거리가 연상된다. 여름 시즌송은 여행과 관련된 가사가 많다. 쿨의 '해변의 여인'은 바닷가에서 만난 묘령의 여인과의 떨리는 만남을 담았다. 듀스 '여름 안에서'는 사랑하는 연인과 찾은 여름 바닷가의 눈부심을 노래한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전통적이자 대표적인 시즌송이다. 외국곡을 번안한 곡이 주류를 이뤘던 예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새롭게 작곡한 곡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빠빠빠'로 인기를 끌었던 크레용팝은 '꾸리스마스'를 공개했으며 포미닛, 비스트 지나 에이핑크, 허각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는 소속 뮤지션이 다함께 부른 캐럴 곡을 발표했다. 대세 그룹 엑소와 시크릿도 스페셜 앨범 '12월의 기적'과 '기프트 프롬 시크릿'을, 씨엔블루 종현과 주니엘도 '로맨틱 제이'로 연말 음원차트를 달궜다.

▲ 히트공식 2, 계절별 인기 장르 달라

계절별로 시즌송 인기 장르는 달랐다. 봄과 가을의 경우 서정적인 어쿠스틱 곡들이 인기를 얻었지만 여름 시즌은 신 나는 댄스곡들이 주류를 이뤘다. 매해 사랑받는 DJ DOC의 '여름 이야기'는 비록 헤어진 연인을 바닷가에서 다시 만난다는 슬픈 내용이지만 경쾌하고 발랄한 리듬이 인상적이다. 바캉스 시즌을 맞아 드라이브 음악으로 좋은 곡들도 많다.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등이 대표적. '도시의 소음 수많은 사람 빌딩 숲 속을 벗어나봐요'라 노래하는 이 곡은 이후 이승기에 의해 리메이크돼 사랑받았다.

겨울 시즌송인 크리스마스 캐럴은 다양한 장르가 공존했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를 형상화한 빠른 곡 뿐만 아니라 성탄의 경건함,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과 조용히 연말을 보내려는 이들을 위한 발라드곡도 많다. 지난해 발표돼 2주 연속 SBS '인기가요' 정상에 오른 엑소의 '12월의 기적'은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낸 애절한 마음이 담겼다.

▲ 히트공식 3, 완성도가 스테디셀러로

업계 전문가들은 "시즌송으로서 스테디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음악성은 필수"라고 지적했다. 매해 시즌송을 노린 곡들이 쏟아지지만, 완성도가 바탕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벚꽃엔딩'이 3년 차, 쿨과 듀스의 곡들이 10년 넘게 사랑받은 것은 트렌드를 쫓기보다 음악적 완성도가 기반이 됐기에 가능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최영균씨는 "2000년대 이후 시즌송 개념이 희박해졌다. 여름에 발표되는 곡이라고 해서 어떤 정형화된 패턴을 따르는 경우는 없어졌다. 하지만 '벚꽃엔딩'가 히트하면서 시즌송에 대한 업계의 시선이 달라졌다"며 최근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벚꽃엔딩'의 성공사례에서 보듯 시즌송으로 사랑 받기 위해서는 음악성이 필수다. 트렌드에서 벗어난 서정적인 곡이지만 애잔한 봄의 정서를 잘 살린 것이 대중에게 사랑 받은 이유"라고 말했다.

또 크리스마스 캐럴 등 시즌송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많은 음원을 발표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기획사 의도가 대중의 요구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 유닛 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시즌송 시장도 활성화를 띄는 것도 한 요인이다. 한번 터진 시즌송은 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효자 노릇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