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정규 12집… 국내 최고 이박사가 피처링 '파격 멜로디'온 국민에 '웃음바이러스' 전파하고 싶어콘서트 통해 옛 노래들 팬들과 함께 부를것

가수, 배우, 방송인, 희극인…. 임창정이란 이름 앞에 붙을 수 있는 수식어다. 1990년 영화 '남부군'으로 배우로 데뷔한 후 1995년 데뷔곡'이미 나에게로'를 발표하며 가수가 된 그는 연기와 노래를 겸업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 해왔다.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동네 건달도, 애절한 목소리로 이별을 이야기하는 것도, 영화 속 잔혹한 범법자도 그의 모습이다.

다양한 이력을 쌓아가던 그가 '가수'로 돌아왔다. 5년 만에 12집 '흔한 노래… 흔한 멜로디…'를 발표했다. 앨범 발매를 하루 앞둔 19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그는 "영화가 아닌 음악 담당 기자를 만나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며 자리에 앉았다. 특유의 유쾌한 화법은 여전했고 오랜만에 노래로 팬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다.

"이전에는 콘서트가 참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가수 생활을 꽤 오래했음에도 콘서트 경험이 거의 없을 정도다. 최근에 DJ DOC 콘서트에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팬들과 직접 호흡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내 오래된 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걸 깨달았다. 새 앨범을 내고 무대에 올라 소통하고 싶었다. 마침 준비 중이던 영화 촬영이 살짝 늦춰진 것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

프로듀서로 나서 완성한 15곡을 담은 이번 앨범에 대해 임창정은 "누구나 겪는 이별과 이로 인한 상처, 고민을 가장 흔하고 쉬운 멜로디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듣는 사람이 질리는 한이 있더라도 쉽게 이야기하고 싶었단다.

"이전에 발표한 '나란 놈이란'은 흔하지 않은 멜로디라 여러 번 들어야 익숙해진다. 이번에는 철저하게 쉽게 노래하려 했다."

지난해 발표한 발라드 '나란 놈이란'과 신나는 리듬이 인상적인 '문을 여시오'는 임창정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었다. 코믹한 내용의 뮤직비디오가 관심을 끌었던 '문을 여시오'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임창정은 "내 노래를 듣고 팬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니 저절로 힘이 솟더라"며 이번 앨범에도 코믹한 곡 '임박사와 함께 춤을'이란 곡을 수록했다. 이박사가 피처링을 맡은 이 곡에 대해 "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여러 장르가 믹스됐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도 흥얼거릴 수 있고 젊은 친구들이 클럽에서 들어도 이상하지 않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곡을 쓰고 요즘 가장 핫하다는 클럽 DJ에게 편곡을 맡겼다. '흥'측면에서 국내 1인자라 자부하는 이박사를 섭외했다. 만들다 보니 국적 불명의 곡이 나왔다. '문을 여시오2'로 봐도 된다. 듣는 분들이 웃음을 지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온 국민들에게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싶다."

"팬들과 호흡하고 싶다"는 임창정은 앨범 발매 후 전국 7개 도시에서 10회에 이르는 투어를 계획했다. '파격'을 약속한 그는 "제 옛 노래들을 팬들과 함께 부르고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예전에는 나이 먹고 '늑대와 함께 춤을'을 부르는 내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섣불리 은퇴를 이야기 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더 늦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부르고 싶다. 노래하는 임창정을 원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노래하는 게 맞다. 회사로 치면 배임이다.(웃음) 친하게 지내는 (김)창렬이도 말하더라.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걸 하라'고."

임창정은 "이제 한번 더 은퇴를 언급하면 창피해서라도 번복하지 못할 것"이라 말하며 웃었다. 음악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행복바이러스가 느껴졌다. "아주 오랫동안 음악을 할 것 같다. 하지만 지상파 음악 방송 출연은 줄이려 한다. 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내가 출연하면 후배 자리를 빼앗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그래도 누려본 사람이다. 후배들은 이 무대만을 바라보고 있다."

가수와 배우, 방송인 등 자신을 가리키는 여러 수식어 중에 어떤 것이 익숙하냐는 질문에 임창정은 "그걸 꼭 나눠야 하나요?"라 되물었다. 노래 할 땐 가수, 카메라 앞에 섰을 땐 배우,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땐 희극인이란다.

"굳이 나누자면 대중예술인이라 불러주세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느 곳이든 달려갈 거다. 그곳이 무대이건, 카메라 앞이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먼 훗날 대중 예술을 하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아직 개념이 확실하게 자리 잡히진 않았는데, 내가 열심히 하면 언젠가 대중예술가라는 직업이 자리잡지 않을까? 하하."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