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든 생활이든 '소통' 중요해"교사와 제자간의 위험한 사랑 다룬 '가시'로 돌아온 장혁격정 베드신, 부담 있었지만 감정에 집중좋은 아빠, 꾸준한 배우로 남고파

교사와 제자간의 위험한 사랑 다룬 '가시'로 돌아온 장혁
격정 베드신, 부담있었지만 감정에 집중
좋은 아빠, 꾸준한 배우로 남고파

지난 2013년의 장혁은 '핫'했다. 블록버스터 영화 '감기'로 극장가를 휩쓸더니 안방극장에서는 드라마 '아이리스2'와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로 대중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에세이집 '열혈남아'로 진솔한 이야기도 풀어냈다.

그리고 맞은 2014년, 장혁은 영화 '가시'(감독 김태균, 제작 브이에스1호문화산업전문회사 캠프비 뱅가드스튜디오, 4월10일 개봉)로 돌아왔다. 학교 선생님과 여고생 간의 위험한 사랑을 담은 이 영화를 통해 그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3월2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장혁을 만났다. 차기작 촬영을 위해 머리를 기르고 있는 그는 언제나 그렇듯 차분한 목소리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장혁을 만나본 이라면 누구나 그가 말하기 좋아하는 배우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채우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인간' 장혁을 말하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가시'는 체육교사와 여고생간의 위험한 사랑을 담았다. 부담스럽지 않았나.

=교사와 여고생의 사랑만을 다루지는 않았다.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설렘과 이어지는 파국이 주된 스토리라인이다. '이것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가 중요하다. 여고생 영은(조보아)와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아내 유진(선우선)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동적인 삶을 살았던 주인공이 정적인 무료함 속에서 설렘을 통한 일탈을 꿈꾸는 내용이기도 하다.

▲전작 '감기'와 비교했을 때 복잡 미묘한 감정 흐름을 다루는 작품이다.

='감기'가 주어진 상황에서 인물들이 벌이는 고군분투가 주가 된다면, '가시'는 배우들의 감정이 중요하다. 배우에게 더 많은 것들을 기대고 있는 작품이다. '감기'와 반대인 장르라 선택했다기보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오랜만에 만난 김태균 감독의 설득도 '가시'를 선택한 이유다.

▲아내와 제자를 사이에서 벌이는 갈등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배우로선 공감하지만 실제로는 공감키 어려웠다. 이해할 수는 있지만 동조는 못 한다.

▲인물의 감정을 놓고 김태균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을 텐데.

=현장에서는 모든 것이 설득의 과정이었다. '화산고'(감독 김태균)를 촬영했을 땐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없었다. 와이어 액션이 많아서 감정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말하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고, 들을 준비도 되어있었다. 비록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아 두 가지 버전으로 촬영하기도 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많이 들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들을 줄 안다는 것은 큰 장점 중에 하나다.

=예전의 장혁은 들을 줄 몰랐던 것 같다. 가정이 생기고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씩 귀가 트였다. 이번이 시작이 아닐 수도 있다. 훨씬 이전부터 혹은 이후일 수도 있지만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배우는 편집과정까지 관여할 순 없지 않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것은 촬영 현장이다. 많이 이야기하고, 현장에 집중하려고 했다.

▲조보아와 열정적인 베드신을 소화했다.

=베드신은 언제나 어렵다. 격한 액션보다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노출신이다. 캐릭터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임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정사 자체보다는 두 사람의 감정이 중요하다. '가시'에서는 익숙지 않은 감정이었고 조보아 역시 베드신 경험이 많지 않았다.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조보아와의 호흡은 어땠나.

=굉장히 용감하다. 젊은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많이 하는 배우다. 감정을 미리 파악하지 않으면 카메라 앞에서 우왕좌왕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 생각만 하기에는 쉬워도 행동으로 옮기긴 어렵다.

▲주인공 준기처럼 배우 장혁도 일탈을 꿈꾸나.

=가장 재미없는 답변이겠지만, 나에겐 촬영 현장이 일탈이다. 내 인생의 반이 현장이었다. 데뷔한지 19년을 맞았지만 현장이 주는 설렘과 두려움이 좋다. 마치 여행가는 느낌이다. 매번 다른 상황과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나. 또 촬영 스태프도 매번 바뀌기 때문에 '직장'의 개념과는 다르다.

▲'바른 생활 사나이'라더니, 너무 재미없이 사는 것 아닌가.

=결혼하고 난 후에는 그 이미지가 좋다.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일탈이 아니라 가정 안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예전에는 '남자답게 살자'가 인생 목표였는데 이제는 '우리 아버지만큼 살자'로 바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들을 줄 아는 남자였다.

▲이제 마흔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서른 아홉 살이지만 큰 의미부여는 하지 않고 있다. 스물 아홉과는 느낌이 다르다. 서른을 눈앞에 뒀을 때는 뭔가 '책임감'이라는 무게감과 어른이 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겪어보니 크게 다르지 않더라. 당시 군인 신분이었는데, 12월31일에서 1월1일로 넘어가는 과정이 아주 자연스러웠고 일상적이었다. 목표가 있다면 40대를 넘어 5,60대가 되더라도 현장에서 잘 버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배우는 자신의 기록을 쌓으며 사는 직업이다. 시간이 지난 후 뒤돌아 봤을 때, 괜찮은 길을 걸어온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워낙 부침이 잦은 곳 아닌가.(웃음)

▲지난해 장혁은 대중 앞에 한발 더 다가왔다. 올해의 활동은 어떨 것 같나.

=팬과 가까워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평행선 같은 관계다. 한쪽으로 기울어져 팬들과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좋지만, 그러면 언젠가 멀어지는 날도 오지 않겠나. 냉정하게 들릴 순 있지만 서로 평행선을 유지하며 적당한 간극 속에 서로를 바라보는 것도 좋을 거라 본다. 올해도 여러 작품을 준비할 예정이다. 배우는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아간다. 어떤 작품은 잘될 것이고 다른 작품은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 동요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저 열심히 연기하고 주시는 사랑에 감사할 뿐이다.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레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면 하는 일도 긍정적으로 잘 풀리더라.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