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2. 세월호 침몰 사고의 생존자 학부모들이 22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구조작업은 더디고, 지켜보는 부모의 가슴은 타 들어간다"며 "언론은 이슈가 아닌 진실을 보도해라. 언론 취재경쟁에 아이들이 상처받고 있다"고 촉구했다.
15일 진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고 언론의 보도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생존자 인터뷰 중 사망 소식을 전하거나, 실종자 가족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내용, 사실과 다른 인터뷰 등이 그것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해결이나 근본적인 대안제시 보다는 책임추궁과 무책임을 비난하는 데에, 실종자 가족에 대한 배려 없이 자극적인 보도에 집중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부정확한 내용으로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고 시청자들을 말한다.
안타까운 점은 재난 보도의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난 혹은 재해 발생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송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건 때는 정부와 시민 간의 갈등 구조를 만들었던 점,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는 사망자 보다 생환자에 주목했던 점,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 때는 뒤늦은 속보 등 늑장 대응이 지적 받았다.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한국기자협회는 20일 세월호 참사 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보도는 신속함에 앞서 무엇보다 정확해야 한다 ▦피해 관련 통계나 명단 등은 반드시 재난구조기관의 공식 발표에 의거해 보도한다 ▦진도실내체육관, 팽목항, 고려대 안산병원 등 주요 현장에서 취재와 인터뷰는 신중해야 하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해 보도한다 총 10개항으로 구성돼 있다.
아울러 기자협회는 세월호 참사 보도 가이드라인에 이어 정부 관계자, 재난 전문가,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재난보도 준칙 제정을 위한 실무위원회'를 출범, 오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이른 시일 내에 '재난보도 준칙'을 제정할 방침이다.
물론 늦었다. 하지만 재난보도의 문제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hankooki.com
김윤지기자 ja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