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목드라마 '개과천선' 열연기억상실증 걸린 변호사로 변신 속사포 법정 공방신 너무 힘들어이번 작품은 내인생 '터닝포인트' 김상중 선배와 '꿀성대' 대결도

'명민좌'가 돌아왔다. '불멸의 이순신''하얀거탑''베토벤 바이러스'등의 히트 드라마를 이끌었던 김명민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변호사로 분한다. 법정에서 펼쳐지는 '본 아이덴티티'라 불리는 MBC 수목미니시리즈 '개과천선'(극본 최희라ㆍ연출 박재범)에서 그는 또 한번의 맹활약을 예고하며 안방극장 정복에 나섰다.

이번 드라마는 거대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인 김석주(김명민)가 우연한 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되돌아보고 사건을 수임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휴먼 법정드라마다. 전작'드라마의 제왕'과 영화 '간첩'의 부진을 딛고 다시 돌아온 그는 4월29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개과천선'에 대해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라 소개했다. 지금까지 연기해온 모습과는 다른, 그러면서 더 김명민다운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했다.

"전작들의 반응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고 부담이 안 될 순 없겠죠. 하지만 그것에 신경 쓰다 보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결국 독이 돼요. 소극적인 연기를 펼칠 수도 있죠. 시청자나 관객의 반응도 중요하지만, 이전에 배우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타 방송사 드라마가 시청률이 잘 나오건, 어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가에 관심을 쏟을 시간에 우리 작품에 열중해야죠."

"잘 될 때도, 때론 안 될 때도 있지 않나"라는 게 김명민의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맡은 역할에 항상 충실했다. 일상생활에도 극중 캐릭터에 몰입하는 일명 '메소드 연기'의 달인으로 불리는 건 이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 변호사로 분한 그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변호사를 찾아다니고 법정을 참관하는 등 노력을 거듭했다. 오죽하면 NG장면 조차 OK컷인 줄 알았다는 동료 배우들의 귀띔이 전해질까.

"법정 분위기를 파악하는 게 중요했어요. 변호사가 말하는 톤, 뉘앙스를 잡아내려고 노력했죠. 사실 법률 용어는 아직도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실제 법정과 100% 똑같이 그려내면 지루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극적인 요소를 가미했죠. 속사포 법정용어를 쏟아내는 장면은 왜 그렇게 힘이 드는지…."(웃음)

'개과천선' 법정 촬영엔 실제 변호사가 참가해 리얼리티를 살린다. 김명민은 앞서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 당시에도 지휘자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6개월간 연습에 매진한 바 있다. 그는 "평생을 해온 분들과 비교하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

호흡은 2012년 '닥터진'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박민영과 맞춘다. 로스쿨 출신의 정의감 넘치는 인턴 이지윤을 맡은 그는 기억을 잃은 김석주 변호사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조력자다. 그에 대한 김명민의 기대감은 컸다.

"법정 드라마라 칙칙할 수 있었는데 박민영 덕분에 화사해졌다"는 그는 "그 동안 실례가 될까 봐 후배들에게 연기지적은 하지 않았는데, 박민영은 달랐다. 마치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느낌이 들었다. 호흡이 안 맞을래야 안 맞을 수가 없었다"고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박민영 역시 "마치 연기 선생님과 연기하는 기분이다. 항상 필요한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주시는 분"이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김명민의 곁에 박민영이 있다면 뒤에는 김상중이라는 든든한 산이 버틴다.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 차영우펌의 대표로 분한 그는 정의를 구현하려는 김 변호사의 앞길을 방해하는 악역 역할을 담당한다. 드라마 '추격자'에서 선보였던 카리스마에 이은 호연이 기대된다.

김명민은 "김상중 선배의 에너지가 나를 긴장하게 한다. 나중에는 나를 분노하고, 폭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했다. 선배와 벌이는 불꽃 대결이 기대 할 만하다. 김상중 역시 "누가 더 '꿀성대'인지 대결도 지켜봐 달라"며 농담 섞인 대결 의지를 밝혔다.

'개과천선'은 '산부인과'과 '골든타임'을 쓴 최희라 작가와 '보고싶다''스캔들'을 연출한 박재범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기억을 잃은 김석주가 자신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변해가는 과정, 사건과 인물의 심리가 촘촘히 엮인다. 또 조직과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전한다. 또 박재범 감독의 영상미가 더해져 보는 재미도 더한다.

제작진은 "법정의 모든 장면을 한 번에 리허설을 하는 방식으로 장면 하나마다 연출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