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무로·할리우드 '과거'를 보다
충무로가 과거 한국 작품들을 재조명하고, 리메이크에 나선 것은 사실 최근 일은 아니다. 2010년 개봉한 임상수 감독의 '하녀'를 비롯해 홍콩영화 '천공의 눈'을 리메이크한 '감시자들'(감독 조의석 김병서), 30일 개봉한 '표적'(감독 창감독) 등이 대표적인 리메이크 작품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감독 민규동) 역시 아르헨티나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올해에는 이명세 감독의 출세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감독 임찬상)가 리메이크돼 올해 개봉한다. 강우석 감독은 자신의 대표 히트작인 '투캅스'의 조선판 리메이크 '두 포졸'을 기획했다.
충무로가 리메이크에 집중하는 사이 할리우드는 리부트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리부트란 이미 만들어진 영화, 혹은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하는 걸 의미한다. 이미 존재하는 영화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둔 채 새롭게 만드는 리메이크와 달리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2013년 슈퍼맨 시리즈 리부트 '맨 오브 스틸'이 국내 극장가를 휩쓴 가운데 올해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리부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가 승승장구 중이다. 새롭게 돌아온 '로보캅'을 비롯해 15일 탄생 60주년을 맞은 '고질라'가 새롭게 개봉한다. 여름에는 '혹성탈출' 리부트작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이 개봉할 예정이다.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스타로 만든 '터미네이터' 역시 새로운 3부작으로 만들어진다.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라 명명된 이 영화는 한국 배우 이병헌이 캐스팅되며 화제를 모았다.
▲ '소재 고갈' 리메이크 열풍으로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3RE 작품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소재를 찾으려는 움직임, 그리고 소재 고갈이 리메이크 열풍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할리우드의 리부트 열풍은 최근 슈퍼히어로 영화가 유행하고 있는 게 이유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J.J.에이브람스 감독의 리부트 '스타트렉 더비기닝'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리부트 배트맨 시리즈인 '다크나이트 라이즈' 등이 큰 인기를 얻은 것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소재 고갈에 대한 염려는 충무로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면서 과거 영화화됐던 작품들에 대한 재조명에 나섰다"며 "마블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DC코믹스 역시 과거 영화화된 시리즈 리부트를 기획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리부트 슈퍼히어로물이 쏟아질 것"이라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속편, 프리퀄, 스핀오프처럼 리부트, 리메이크, 리마인드 작품들은 관객에게 익숙한 플롯과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제작자들에게 안전한 프로젝트로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얼굴을 기용하고 다른 감독의 연출을 통해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했다.
또 사회적 이슈를 다룬 리마인드 작품들의 경우 원치 않는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변호인'은 특정 정치인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으며 '또 하나의 약속'은 상영관을 구하지 못하며 외압설에 시달렸다. 육영수 여사를 소재로 하는 '퍼스트레이디'(감독 한창학)와 이승만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건국대통령 이승만'(감독 서세원) 역시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선원들을 구출한 작전 '아덴만의 여명'을 영화화 하겠다는 기획도 나왔지만, 현재는 감감무소식이다.
이정현기자 sei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