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방극장, 대세는 男男 케미

여풍이 거세던 안방극장에 남풍이 불어온다. 특히 두 명 이상의 남자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조화, 즉 시쳇말로 '남남 케미'가 관전 포인트다. '케미'는 드라마나 영화 속 인물들이 잘 어울릴 때 사용하는 신조어로, 화학 반응을 의미하는 '케미스트리(chemistry)'의 줄임말이다. '남남 케미'로 정비된 안방극장을 살펴봤다.

▲라이벌과 조력자 사이… '정도전'&'닥터 이방인'&'갑동이'

명 연기의 향연이 펼쳐지는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극본 정현민ㆍ연출 강병택). 정치고수 이인임(박영규), 마지막 충신 최영(서인석) 등이 떠난 최근에는 정도전(조재현)과 정몽주(임호)의 대립이 본격화되며 흥미를 더하고 있다. 역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운명의 라이벌이다. 서로에게 강한 신뢰를 보여주던 두 인물이 시대의 풍랑으로 갈라지는 과정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5일 첫 방송되는 SBS 새 월화미니시리즈 '닥터 이방인'(극본 박진우ㆍ연출 진혁)은 두 남자 주인공의 갈등이 극을 이끌어 간다. 부조리한 현실이 드러나는 병원을 배경으로 탈북 의사 박훈(이종석)과 엘리트 의사 한재준(박해진)이 경쟁한다. 본능적인 박훈과 이성적인 한재준. 닮은 점 보다 차이점이 더 많은 두 사람이지만 시간을 거듭하며 적에서 동지가 된다. 두 한류 스타의 만남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미니시리즈 '갑동이'(극본 권음미ㆍ연출 조수원) 또한 마찬가지다. 미제 살인사건에 집착하는 두 형사 양철곤(성동일)과 하무염(윤상현). 두 사람은 범인 찾기라는 공동의 목표를 지녔지만, 악연으로 얽힌 뿌리 깊은 앙숙 관계다. 서로에 대한 의심과 분노가 깊어질 때 드라마의 긴장감도 높아진다.

▲복수의 대상이 되다… '빅맨' &'골든 크로스'

KBS 2TV 주중 미니시리즈 역시 남자배우들이 장악하고 있다. 월화미니시리즈 '빅맨'(극본 최진원ㆍ연출 지영수)의 강지환과 최다니엘, '골든 크로스'(극본 유현미ㆍ연출 홍석구)의 김강우와 엄기준 정보석이 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복수의 대상이란 것이다.

'빅맨'은 밑바닥 인생을 살던 남자의 뒤바뀐 인생을 담는다. 어느 날 갑자기 재벌 집안의 장남이 된 그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심장을 노린 음모라는 것을 깨닫는다. 가진 것은 따뜻한 심장뿐인 남자 김지혁(강지환)과 다 가졌던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남자 강동석(최다니엘). '빅맨'의 향후 행보는 두 남자의 치열한 두뇌싸움에 달려있다.

수목미니시리즈 '골든 크로스'는 악인열전이다. 경제기획부 금융정책국장인 서동하(정보석)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그로 인해 선량한 강도윤(김강우)의 가족은 무너진다. 상황을 배후 조정하는 마이클장(엄기준)까지 가세하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흘러간다. 세 사람의 관계는 원한과 갈등 등 다양한 감정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셈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좀 더 긴밀하게 진행되고 서동하와 마이클장의 악행이 강조될 때 후반부 강도윤의 복수가 빛난다는 제작진의 계산이다.

▲ 형제애 '트라이앵글'… 멘토와 멘티 '너포위'

5일 첫 방송되는 MBC 새 월화극 '트라이앵글'(극본 최완규ㆍ연출 유철용)은 어린 시절 헤어진 세 형제의 이야기다. 장동수(이범수) 허영달(김재중) 윤양하(임시완) 등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던 세 남자가 20년 만에 재회하는 과정과 그들이 만들어갈 멜로 등이 주된 줄거리다.

7일 첫 방송되는 SBS 새 수목미니시리즈 '너희들은 포위됐다'(극본 이정선ㆍ연출 유인식ㆍ이하 너포위)는 서울 강남경찰서를 배경으로 신입 형사들과 이들을 도맡게 된 강력반 팀장의 성장드라마다. 멘토와 멘티로 묶이는 두 인물은 신입 형사 은대구(이승기)와 베테랑 팀장 서판석(차승원)이다.

은대구는 천재적인 기억력을 지닌 인물로, 엄마의 살해범을 찾고자 경찰이 된 인물이다. 반면 서판석은 명실상부한 최고의 수사관이자 자나깨나 사건 생각뿐인 열혈 형사이다. 서판석의 가르침을 통해 진정한 형사로 거듭나는 은대구의 성장이 드라마의 메시지다.

이처럼 남자 배우 중심의 드라마가 봇물인 데 대해 여자 배우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설 곳이 없다는 불만이다. 일각에선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던 드라마의 장르가 확장되면서 벌어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김윤지기자 ja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