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덤, TV로 오다스타와 팬 따뜻한 연대 그려 팬덤문화 인식 긍정적 변화팬클럽 문화도 발전해 가 대중문화 즐기는 팬덤 확산

별바라기
스타와 팬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스타에게 팬은 필수요소이며, 팬에게 스타는 삶의 비타민이다. 대중문화가 꽃을 피운 1990년대 이후, 특정한 인물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팬덤(fandom) 문화는 한층 두터워졌다. 이제는 일종의 취미로 인정을 받으며 TV 프로그램의 주된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 시각이 달라졌다, '빠순이'에서 ''로

그 동안 팬덤에 대한 시선은 부정적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빠순이'(오빠+순이)란 표현이다. 폄하에 가까운 의미로, 10녀 소녀들의 억눌린 자유의 분출구 정도로 팬덤은 묘사됐다. 스타의 일상을 집착에 가깝게 미행하는 일명 사생 팬들이 전부인 것처럼 소개됐다. 이들은 마치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저리'(1990)처럼 그려졌다.

최근엔 달라졌다. 과거와 달리 '팬덤=맹목적인 사랑'이 아니다. 스타를 응원하되 스타의 사생활도 본인의 인생도 존중한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삶이 풍요로워 지는 방식이다. TV에서도 그려지는 팬덤문화도 그러하다. 스타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거나 스타와 팬의 따뜻하게 연대하는 모습 등이 담긴다.

시초는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2012)다. 소재로 다뤄진 적 없는 팬덤문화를 주된 줄거리로 끌어왔다. 첫사랑에 대한 향수가 제작진이 기획의도였지만, 출발은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이었다. 지난해 방송된 ''는 농구 선수를 좋아하는 팬덤을 소재로 활용했다. 시대적 배경과 결합된 팬덤문화는 시대를 표현하는 효과적인 장치로 작용했다.

응답하라 1997
지난 1일 첫 방송된 M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는 팬들과의 소통을 담아냈다. 팬들만이 말할 수 있는, 스타의 생생한 이야기가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장가를)가셨으면 (이혼하지 말고) 잘 살기라도 하시지"라는 독한 멘트를 웃으며 던지는 만만치 않은 입담의 팬들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팬덤을 저변에 깐 프로그램도 있다. 종합편성채널 JTBC '히든싱어'다. 모창 도전자 가운데 원조 가수를 찾아내는 즐거움도 있지만, 원조 가수의 열정적인 팬인 모창 도전자들의 사연도 흥미를 더한다.

▲ 성숙해진 팬덤문화의 반영

팬덤은 어떻게 TV로 왔을까. ''를 연출한 황교진PD는 <주간한국>에 "팬덤은 이제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라며 소재로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팬덤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소재로 안착한 셈이다.

팬덤 문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데는 이들의 성숙해진 분위기가 한 몫을 했다. 아이돌 멤버들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곤경에 처하거나 궁지에 몰릴 때 그 원인을 제공한 출연자는 곧잘 "OO 팬들이 무섭다" 는 말을 종종 했다. 극성 맞은 팬들에게 공격받을 후환이 두렵다는 뜻이다. 요즘엔 아이돌 멤버들 또한 공개열애를 인정하는 시대이다. 그만큼 팬 문화가 성장했다는 의미다. 슬퍼할지언정 자신이 지지하는 멤버의 행복을 빌어주는 이들이 요즘 팬들이다.

응답하라 1994
팬클럽 문화도 진화하고 있다. 봉사활동과 기부, 헌혈 등 선행에 앞장서서 자신이 응원하는 스타의 이름을 빛낸다. 여객선 세월호 참사에 가수 보아와 배우 장근석 이준기 등 한류스타들의 팬클럽들은 성금을 모아 귀감이 됐다.

'조공'이라 불리는 선물 문화도 변했다. 과거 스타에게 특별한 날을 맞아 고가의 물건을 선물했다면, 요즘엔 의미 있는 무엇을 안긴다. 지난 6일 생일을 맞은 그룹 엑소의 멤버 백현은 서울 강남에 위치한 '강남숲'을, 배우 하정우는 강남에 위치한 늘벗 근린공원에 위치한 숲을 선물 받았다. 환경까지 보호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선물인 셈이다. 김아중은 지난 3월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일본 팬들에게 실제 존재하는 별을 선물 받았다.

▲ 팬덤문화의 중심, 이제 소비층으로

''의 극본을 맡은 황선영 작가는 그룹 신화의 열성적인 팬으로 알려져 있다. 누구보다 팬의 마음을 잘 아는 그이기에, 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는 팬덤 친화적이다. ''은 집필에 참여한 김란주 작가의 경험담이 담겼다. 김 작가는 극 중 주인공 성시원(정은지)처럼 실제 H.O.T.의 멤버 토니안의 열정적인 팬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학창시절을 대본에 고스란히 담아 생생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셈이다.

현재 대중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축은 30,40대다. 이들은 1990년대 10대 시절을 보내며 다양한 대중문화를 흡수하고 향유했다. 이들이 사회 중추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대중문화를 즐기는 팬덤은 일종의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PD는 오늘날을 '덕후(오타쿠ㆍ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의 시대'로 정의했다. 신PD는 <주간한국>에 "예전에 없던 다양한 취미가 존재한다. 팬들은 행복할 거리가 많은 사람들이다. 스타로 인해 인생이 행복하다면 가치 있는 일이다. 팬덤의 과한 측면도 존재하지만 긍정적인 면이 많다. 과거에는 누군가의 팬이라는 것이 자랑거리가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드러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윤지기자 ja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