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효성·지나 등 속속 활동 재개엑소 미니앨범 '중독'으로 신호탄전효성, 싱글 '톱 시크릿' 발표 '성숙미+섹시미' 맘껏 발산god '미운오리새끼'로 깜짝 컴백세월호 참사 애도 기간 중 화려한 무대·이벤트는 자제키로

플라이투더스카이
세월호 참사로 얼어붙었던 대중음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룹 엑소가 7일 두 번째 미니앨범 '중독'을 발매하며 신호탄을 쏜 가운데 컴백을 미뤘던 가수들이 속속 앞으로 일정을 밝히고 있다. 결방됐던 지상파 3사의 음악방송도 정상화 수순이다. 그럼에도 '완전 정상화'를 언급하기엔 이르다. 다시 무대에 오르지만, 마음은 무겁고 팬들의 시선 역시 참사 전과는 다르다. '5월 컴백 대란'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 여전히 핫한 섹시(SEXY)

대중음악계는 다시 출발 선상에 섰다. 활동은 재개하지만, 부담은 있다. 당장 6월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가운데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 4월과 5월, 두 달 동안 이뤄져야 할 컴백이 한꺼번에 몰리며 '5월 대란'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살아남기 위한 기획사 간의 전략 다툼은 조용하면서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올해 초 화두였던 '섹시(SEXY)' 콘셉트는 여전히 유효하다. 5월 솔로 여가수들이 대거 컴백해 공방전을 치른다. 걸그룹 시크릿 멤버 효성은 12일 싱글 '톱 시크릿'을 발표하고 활동을 펼친다. 귀엽고 깜찍한 콘셉트를 앞세웠던 시크릿 활동과는 달리 성숙한 매력과 섹시 콘셉트를 겸비할 계획. '예쁜 속옷'이라는 독특한 제목으로 활동을 예고했던 역시 참사의 아픔을 딛고 티저 영상을 공개하는 등 팬들 앞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 가수들의 고민은 역시 수위조절이다. 의 경우 활동 프로모션을 대폭 줄였다. 소속사 관계자는 "당초 모델로 활동 중인 속옷 업체와 손잡고 대대적인 이벤트를 계획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적절치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애도 기간 중 활동을 자제해온 만큼 앞으로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박정현
▲ 시니어(SENIOR)가 나섰다

아직 눈치 보기 바쁜 후배 대신 선배들이 먼저 나섰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큰 인기를 얻었던 그룹 god(김태우 데니안 박준형 손호영 윤계상)는 8일 새 싱글 '미운오리새끼'를 발표하고 12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왔다. 데뷔 15주년을 기념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다. 감성 듀오 (환희 브라이언)도 20일 5년 만에 앨범을 발표한다. 가수 휘성 역시 새 미니앨범 '더 베스트 맨'(The Best Man)으로 돌아온다.

미디움 템포의 발라드나 R&B 계열 가수들의 컴백이 이어지는 것은 현재 국민 정서가 댄스 그룹과 맞지 않는 이유가 크다. 아이돌 후배의 빈자리를 다른 장르의 선배들이 채우는 셈이다.

god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싸이더스HQ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애도 기간 중 신곡을 발매하는 것이 옳은지를 놓고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음악으로 피해자들과 상처 입은 대중을 치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god는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콘서트를 제외하고 최소한의 활동을 계획했다. 수익금 역시 전액 기부된다.

▲ 애도(SORROW) 분위기 이어간다

전효성
그럼에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는 여전하다. 활동을 재개하지만, 희생자들을 애도(Sorrow)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새 음원을 발매한 그룹 엑소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컴백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애도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음원 발매 연기에 들어간 만큼 활동 방향에 큰 변화는 없다. 앞으로도 조심스러운 자세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래로 애도와 추모의 뜻을 전한 이들도 있다. 가수 김창완은 자작곡 '노란 리본'으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했다. 곡에는 아직 학교로 돌아오지 못한 어린 희생자들을 그리는 마음이 담겼다.

김창완은 "위로, 그 따뜻함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인 청춘들을 위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마련해야 하는 것은 희망입니다. '노란 리본'은 희망가입니다"라고 말했다. 팝테라 테너 임형주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헌정하며 재발매 수익금 전액을 유가족에게 기부했다. 피아니스트 윤한 역시 추모 연주곡을 공개했다.

애도 물결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어진다. 지난해 호주의 유명 오디션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해 주목을 끌었던 임다미는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위로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내한 쇼케이스서 '브릿지 오버 트러블 워터'(Bridge Over Troubled Waters)를 불렀다.

또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존 메이어는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공연 상품 수익금 전액은 희생자들을 위해 기부했다.

지나


이정현 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