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공연ㆍ 1인시위로 ‘잊지말자’메시지 전해

문진오 손병휘 정민아 이광석 등

100여 팀 자발적 집단행동 나서

지난 주말 홍대 주변 거리에는 흔치 않은 풍경이 펼쳐졌다. 여러 대중음악가들이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버스킹(거리공연) 및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 분위기 여파로 인해 대중음악은 ‘유흥’, ‘딴따라 문화’로 폄하되며 침몰 상태가 됐다. 이에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어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는 자칭 ‘작은 음악가’들이 참사 이후 전개되는 우리 사회를 지켜보며 느낀 답답함을 털어내고 사고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뜻을 모았다.

대중음악가들의 이 같은 집단행동은 처음 경험했다. 그만큼 세월호 참사로 인해 대중음악인들과 대중음악이 겪은 불합리한 사회적 편견과 몰이해의 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지난 4일 싱어송라이터 사이와 정민아는 카톡 문자로 교감한 후 만나 음악가로서 메시지를 발표하는 버스킹과 1인 시위에 합의한 것이 발단이 됐다. 5일 페이스북 페이지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들의 선언’을 통해 행사를 제안하는 글이 올렸다. 이에 문진오, 손병휘, 백자, 김오키, 임혜린, 비틀쥬스, 모리슨호텔, 조동희, 이광석, 권나무, 강백수, 박혜리 등과 사진작가, 영화감독, 평론가까지 신청을 한 86개 팀과 별도의 신청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총 100여 팀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비바람이 거셌던 지난 주 일요일 홍대역 주변에서 이틀째 벌어진 작은 음악가들이 버스킹과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왔다. 몇 시간동안 지켜본 바로는 대중 음악가들의 전례가 없는 집단거리행위에 행인들은 대체적으로 무관심해 보였다. 이번 거사를 주도한 모던가야그머 정민아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합정역 출구에서 버스킹을 마치고 상상마당 건너편 거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은 노란 종이를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나마 노래를 하면 많이들 보고 가시는데 1인 시위 피켓을 들고 있으면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도 저는 대중 음악가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렇게라도 발언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정민아)

​ 세월호 참사 이후 발 빠르게 추모 곡들이 불리어지고 있다. 대중적으로 가장 각광을 받은 노래는 임형주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다. 이 노래는 망자가 화자가 되어 살아 있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내용의 일본 곡이다. 그리고 손병휘, 백자, 연영석, 윤민석이 창작 추모곡을 발표했다. 손병휘는 그동안 시류를 반영해 급히 만든 노래보다는 앨범으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피력해 온 싱어송라이터다. 그런 그가 이번엔 처음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자신의 독백과 세상을 향한 목소리를 담은 추모 곡 ‘잊지 않을거야’를 발표했다. 그가 이번 참사를 보며 얼마나 슬퍼했고 분노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홍대역 2번 출구 앞거리에서 추모 곡을 노래하는 그를 만났다. 동료가수 이광석이 우산을 들고 거센 비바람을 막아주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추모 곡은 미완성 상태였는데 지난 4일 밤 불현듯 나머지 멜로디가 떠올라 완성해 5일 안산 문화광장 추모 촛불집회에서 처음 불렀습니다. 저는 가수생활 20년 만에 지난 한 달 수입이 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기획에 뮤지션들이 호응이 높은 건 일이 없기 때문도 있지만 음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중에서 오락은 일부분인데 전부인양 음악가들 모두에게 가만있으라고 하는 사회적 인식에 화가 났습니다. 음악가들은 곡을 만들면서 자기 치유를 합니다. 그 곡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인데 아예 원천 봉쇄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울분을 토하고 발언함으로써 어떻게든 문제제기를 하려는 것이죠.”(손병휘)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의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중음악에 대한 폄하적 시선은 상업성 일변도의 뮤직비지니스가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또한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만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가 빚어낸 필연적인 슬픈 현실이다. 언제까지 이런 집단 멘붕상태가 이어져야 하는가. 이제는 일상의 회복이 중요한 시점이다.

글. 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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