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콘텐츠 주도권 탈환 '화려한 컴백'감성적인 아날로그 문화와 첨단 디지털 문화가 융합 '새로운 진화'

리모컨 주도권을 10대에게 내줬던 4050세대가 돌아왔다. 한때 문화 트렌드의 중심에서 완전히 소외된 듯했으나, 복고 열풍과 함께 화려하게 돌아왔다. 특정 영역에서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영화, 대중음악 등 문화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이들의 입맛에 맞춘 콘텐츠 개발이 발 빠르게 진행되며 상승효과를 얻고 있다.

▲ 방송·음악·영화… 입김 세지는 4050세대

대중문화 트렌드를 이끄는 4050세대의 입김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중견배우들의 여행기를 담은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연출 나영석)가 인기를 끈 것을 비롯해 중년 여성과 젊은 남성의 스캔들을 담은 JTBC 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ㆍ연출 안판석)도 종편 채널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시청률 5%대를 넘었다. 예능프로그램 tvN '트로트엑스'(연출 김태은 외)는 중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트로트를 재해석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짚고 있다.

이러한 대중문화계 흐름은 방송뿐만 아니라 음악과 영화계에도 이어진다. 지난해 조용필 19집 '헬로'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중견 가수들의 컴백과 활약이 올해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아이돌 댄스 음악으로 가득 찼던 음원차트는 요동쳤고 기대 속에 컴백했던 아이돌 노래가 4050세대 가수의 신곡에 밀려나는 보기 드문 현상도 일어났다.

영화계에서 4050세대의 티켓 파워는 더욱 막강하다. 영화가 장기 흥행하기 위해서는 이 들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반 흥행은 젊은 층이 이끌지만 장기적인 흥행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장년층 지지가 필요하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기록한 '7번방의 선물'과 올 초 흥행한 '수상한 그녀'의 경우 4050세대가 흥행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최근 누적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인 '역린'(감독 이제규ㆍ제작 초이스컷픽처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젊은 층 보다 중장년층 지지도가 높다"는 자체 예매시스템 분석 자료를 내놓으며 흥행 추이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 수요 확인, 앞으로 더 늘어난다

4050세대를 잡으려는 대중문화계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방송가는 돌아온 이들의 취향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흐름에 발 맞추고 있다.

한 관계자는 <주간한국>에 "최근까지 자극적인 프로그램들이 범람하는 통에 4050세대가 즐길 수 있고, 다른 연령층과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줄어들었다. 또 메마른 현대 사회에서 잃어버린 옛 정서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며 "옛 문화를 통해 추억을 되살리는 등, 이른바 사람 냄새 나는 프로그램이 통한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했다.

음악계는 리메이크 등을 통해 4050세대와 젊은층 사이의 접점을 넓혔다. 후배가 선배의 명곡을 다시 부르는 KBS2 '불후의 명곡'(연출 권재영) 등이 인기를 끄는 것이 대표적. 또 대표적인 아이돌 가수인 아이유는 김창완, 윤상 등의 명곡을 리메이크한 앨범 '꽃갈피'를 16일 공개하며 세대간 교감을 노린다.

최근 대형 사극 영화 제작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4050세대를 극장가로 끌어들이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올해 '역린'과 '해적' 등 대형 사극 영화를 줄줄이 개봉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현재의 4050세대들은 더 트렌드에 민감하고, 풍족해진 경제여건으로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면서 "영화 마케팅 역시 젊은 관객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확대해 폭넓은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 진화하는 복고, 어떻게 발달할까

1970~80년대 문화 재조명에서 시작된 대중문화계의 시선은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초반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복고 주기는 계속 짧아지고 있으며 곧 2000년대 초반의 문화를 조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4050세대가 주목받는 대중문화계 흐름에 대해 전문가들은 7080 복고 바람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끄는 것에서 이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이전부터 이어져온 복고 흐름이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단계에 접어들었고 아날로그 시대의 문화를 현재로 가져오면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새로운 과제를 남기고 있다. 빈티지한 매력을 가진 복고 소재를 디지털기기와 어떤 방식으로 융합시켜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빚어내느냐가 첫째, 4050세대 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둘째다.

대중문화평론가 최규성 씨는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건축, 인테리어, 음식, IT에까지 4050세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계속 진화할 것이며, 수박 겉 핥기 식의 과거 조명이 아닌 심화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