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멤버 관리시스템 재고 시급엑소의 크리스 소송 파장외국인 멤버 관리 아닌 소통과 이해 우선하는 프로그램 마련돼야교육과 활동지원 전문인력 필요

엑소 크리스
한류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장기간 양성돼 투입된 중국계 멤버가 돌연 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독자행보를 걷겠다고 나서며 소동이 벌어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시장진입을 위한 통과의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넘을 수 없는 문화장벽과 이제서야 맞닥뜨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환기를 맞은 중국 한류시장의 오늘을 짚었다.

▲ '믿는 도끼에 발등' 멤버 이탈

문제의 발단은 15일 그룹 엑소의 중국계 캐나다인 크리스가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크리스 측은 소장을 통해 음식을 비롯한 생활에 어려움이 있었고 드라마ㆍ영화 등의 활동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문화적 적응 실패와 활동 제약을 이유로 든 셈이다.

일각에서는 5년 전 비슷한 이유를 들어 슈퍼주니어를 떠난 중국인 멤버 한경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팀에 홀로 속해 이국 땅인 한국을 무대로 활동했던 것과 달리 크리스는 다른 3명의 중국계 멤버들과 중국어권에서 활동하는 엑소-M의 리더였다는 점을 들어 사안 자체가 다르다고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데뷔 첫 단독 콘서트를 1주일 앞두고 소송을 제기한 점을 들어 팬을 볼모로 소속사와 송사를 벌였다는 점에 배신감을 느끼는 팬들도 적지 않다.

2PM 멤버인 태국 출신의 닉쿤
엑소 멤버들은 사태 초반 크리스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동요하는 모습이었지만 23일부터 열린 단독 콘서트를 공백없이 진행하며 건재함을 드러냈다. 팀의 해체나 위축 우려를 일축하는 모습이었다. "당황스럽다"가 첫 공식 멘트였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도 법정 공방을 준비하며 내부 단속과 외부 여론을 챙기고 있다.

▲ 개인의 부적응? 시스템의 부재?

2010년 전후로 K-POP이 해외시장에서 각광을 받는데 외국인 멤버의 공도 적지 않았다. 2PM의 닉쿤(태국)을 비롯해 미쓰에이의 지아 페이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엠버(이상 중국) 등이 대표적이다. 1월 데뷔한 그룹 갓세븐도 7명 중 마크(미국), 잭슨(홍콩), 뱀뱀(태국) 등이 해외 출신이다. 이밖에도 JJCC 피에스타에도 태국인, 중국인 등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기획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국내 그룹에게 외국인 멤버는 이제 필수 요소다. 의사소통과 해외 팬 흡수 등의 이점은 외국인 멤버가 가진 장점이다. 다국적 그룹을 표방하는 팀들이 2010년 전후로 대거 등장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 외국인 멤버들은 대부분 해외 오디션을 진행해서 어렵게 선발된다. 이후에는 소속사가 국내 적응을 지원하고 장기간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다. 공들여 애지중지 키우지만 팀을 이탈하고 현지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활동을 이어간다면 현재로선 이를 따로 규제할 장치도 없다. 혹여 전속 계약 문제를 비롯한 악재가 터져나오면 사안이 국내가 아닌 해외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위험요소가 있다.

미스에이 중국인 멤버 지아(가운데), 페이(오른쪽).
때문에 이번 사안을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국내에서는 다른 중국계 멤버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통해 크리스 개인문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개인의 부적응 혹은 일탈로 치부하는 것. 하지만 나라 밖 사정은 다르다. 일본 쪽은 한국 기획사의 양성시스템에 대한 문제 지적이 주를 이루는 것에 반해 중국 측 주된 반응은 '당랑거철'을 언급하며 거대 기획사에 맞서는 약자임을 자처한 크리스의 입장에 이입하는 모양새다.

▲ K-POP, 전환기의 파고를 넘어라

K-POP을 중심으로 재편된 한류시장. 한때 계약기간과 수익배분을 이유로 전속계약 분쟁이 이어졌지만 제도적으로 이를 보완하면서 2010년을 전후로 도약을 거듭했다. 최근 불거진 크리스 관련 소동은 확대된 K-POP의 영향력만큼이나 새로운 보완 요소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외국인 멤버의 관리 시스템에 대한 재고가 시급하다. 과거에는 발굴에 초점에 맞춰졌다면 밀도 있는 사후관리에도 관심을 둘 때다. 현지문화에 정통한 인력을 두고 멤버 개인을 집중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감시나 관리가 아닌 소통과 이해가 우선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불합리한 이유로 팀 이탈이나 독자행동 등을 벌였을 시 현지 법원을 통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이는 믿을만한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과 교류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외국인 멤버는 이제 국내 기획사의 해외진출 전략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발탁 이후에 교육과 활동 지원에 있어 전문 인력 도입과 시스템 마련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고 말했다.



김성한기자 wi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