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4 페스티발

옐로우 몬스터즈 공연
세월호 참사로 아사 직전에 이르렀던 대중음악계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이틀 동안 한강 난지공원에서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분위기를 고려해 일정을 연기했던 봄 시즌의 대표 페스티발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4'가 한 달 만에 열렸다. 5개 무대에서 넬, 장기하와 얼굴들, 전인권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 어반자카파, 피아 등 다양한 장르의 총 97팀에 이르는 국내 뮤지션이 열띤 사운드의 향연을 펼쳤다.

그린플러그드는 첫 날 아침부터 일정 연기의 후유증이 선명해 보였다. 지난해는 이른 아침부터 밀려든 인파로 장사진을 이뤘고 무료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1시간 이상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한가하게 보일 정도로 사뭇 다른 풍경을 연출해 페스티발의 성공여부에 암운이 감도는 듯 했다. 더구나 그동안 봄 소풍 같았던 그린플러그드의 첫 날은 33도가 넘는 이른 무더위로 마치 여름을 대표하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발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악조건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지난 한 달의 답답했던 심정을 토해내듯 무대에 오르는 밴드들의 열정과 관객들의 반응은 무더위보다 뜨거웠다.

그린플러그드는 늘 존재조차 몰랐던 미지의 밴드와의 만남을 주선해 즐겁다. 첫 무대를 장식한 오디션 슈퍼스타K 출신인 '조문근밴드'는 가창력은 뛰어났지만 창작곡이 아닌 커버 곡으로 페스티발 무대에 오르기엔 음악적 한계가 느껴졌다. 보통 야외 대형 페스티발의 라인업은 저녁 시간대로 갈수록 내공이 높은 밴드가 배치된다. 그래서 뜨거운 한 낮의 공연은 돗자리에 누워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 일상적이다. 그런 점에서 '피해의식'은 특별했다. 지난 해 7월 데뷔 EP를 발표한 이들은 2008년 삼지페스티발에 처음 등장했던 '장기하와 얼굴들' 이후 쉬려고 작정하고 누워있던 나를 무대로 견인한 두 번째 밴드다.

헤비메탈밴드 '피해의식'의 무대 의상은 '쌍팔년도'의 추억을 더듬게 만드는 저팬 록의 비주얼을 떠올리게 했다. '네미시스' 이후 이런 느낌의 밴드는 정말 오랜만이다. 저팬 록의 핵심 이미지는 '미소년'인데 '피해의식'은 그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루키임에도 음악내공은 상당했다. 고학력자들로 구성된 이들은 레이블에 소속된 밴드보다는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는 활동을 선호한다고 들었다. 리드보컬 크로크다일은 자유육식연맹의 총재이기도 하다. 슈퍼스타K에서 도중하차했지만 톡톡 튀는 여성보컬 유예리가 소속된 '예리밴드'는 예상대로 무대와 객석을 오가는 열정적인 무대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최근 정규 1집을 발표하며 컴백한 4인조 밴드 '파블로프'의 무대도 신선했다. 복고사운드를 들려준 음반을 듣고는 이들의 매력에 대한 반신반의를 했는데 이날 에너지 넘치고 독특한 무대 퍼포먼스와 사운드에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지난 해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낸 '아시안체어샷'은 한층 세련된 사운드의 신곡들을 들려주었고 '블랙백'의 리드기타 제프는 기흉 수술을 받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님에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했고 '써드스톤'의 베이스 한두수는 공연 후 탈진상태로 드러누웠을 정도로 혼신을 다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막강 그루브를 구사하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무대는 한강난지공원을 행복한 봄 소풍 분위기로 들썩이게 했고 국내 최강 펑크록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는 절정의 분위기를 연출하며 야외 페스티발의 매력을 유감없이 선사했다.

피해의식 공연
금년에 처음으로 도입한 '클리닝 타임'도 인상적이었다. 공연 중간에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를 하나의 놀이 형태로 승화시킨 이 프로그램은 클린 페스티발을 실천하는 긍정적 모습으로 평가할 만했다. 다소 한적했던 한강 난지공원은 오후로 접어들면서 관객들이 급증하기 시작해 헤드라이너 공연 때는 입추에 여지없이 관객들이 운집해 결국 예년의 모습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개최 연기라는 예상치 못한 난관과 이른 폭염으로 인해 조성된 우려와는 달리 양일간 약 2만5,000여명의 관객들이 몰린 것은 위기 속에서도 돗자리 위에서 즐기는 음악소풍 같은 페스티발의 매력이 정착됐음을 증명했다.


블랙백 공연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