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인물 통해 상상력 맘껏 발휘화려한 왕에서부터 민중 삶까지… 소재도 다양화되는 추세소품·분장 등 '품' 많이 들어가… 제작 비용도 100억원대 규모 커져

왕의 남자
사극의 시대다. 한때 대형 블록버스터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전쟁물 인기가 주춤한 가운데 조선 시대 벌어진 사건과 인물을 조명하는 사극 영화가 대세로 떠올랐다. 매해 제작편수가 증가하고 제작비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화려한 왕의 일상부터 밑바닥 민중의 삶까지, 소재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충무로는 왜 과거로 시선을 돌렸을까.

▲ 사극, 한계는 없다

조선, 혹은 더 이전의 시대를 조명하는 사극은 오래 전부터 사랑 받아 온 소재다. 역사책 속에서만 만나던 인물을 실제로 접한다는 점에서 관객의 흥미를 끌어왔다. 광해를 비롯해 세조, 연산군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왕들이 단골손님이다. 최근에는 이순신 장군 등 비교적 영화화되지 않았던 인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상상력을 가미해 새롭게 창조한 인물들의 이야기도 주목 받고 있다.

개봉을 앞둔 대형 사극영화 관계자는 "제약이 많아 보이지만 많은 영화적 상상력을 발할 수 있는 것이 사극이다"면서 자유로운 발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사극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역사 속에 실존하는 인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상상력을 통해 극화하는 것이 뼈대다. 기록에서 사라진 광해의 며칠간을 극화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ㆍ이하 광해)나 춘향과 방자가 사실은 연인관계였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감독 김대우), 동성의 광대에게 애정을 느낀 왕의 이야기인 ''(감독 이준익) 등이 대표적이다.

▲ 100억이 우습다, 커지는 규모

방자전
2011년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에서 시작된 사극 열풍은 이듬해 '광해'의 1,000만 관객 동원을 거쳐 지난해 '관상'(감독 한재림)의 900만 관객 동원으로 이어졌다. 매해 메가 히트작이 쏟아지자 제작편수도 급증했다. 올해에는 지난달 현빈 주연의 ''(감독 이재규)이 개봉한 것에 이어 여름 시장에만 ': 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 제작 월광, 이하 ) ': 회오리 바다'(감독 김한민ㆍ제작 빅스톤ㆍ이하 ) ':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ㆍ제작 하리마오 픽처스ㆍ이하 ) 등 대형 작품들이 줄지어 개봉한다. 여름 극장가는 사극으로 채워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편수 증가와 더불어 제작비도 덩치가 커졌다. 380만 관객을 동원한 ''은 100억여 원에 가까운 총제작비가 들어갔으며 '' 역시 비슷한 규모다. 최민식 주연의 해상 액션 사극 ''과 ''은 무려 150억여 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다.

''의 투자배급을 담당한 CJ E&M 홍보팀 윤인호 차장은 <주간한국>에 "'광해'가 1,000만 관객 동원을 기록하고, 지난해 '관상'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대형 사극 영화에 대한 투자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좋은 선례를 통한 학습효과가 연이은 사극 제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사극은 어려워

그럼에도 사극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상당히 품이 많이 든다. 현재 사용하는 생활 소품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현대극과는 달리 사극은 작은 소품과 의상, 그리고 인물의 분장에까지 철저한 고증을 거쳐야 한다. 자칫 고증에 소홀했다간 역사 왜곡 논란에 시달리거나 관객의 몰입도를 방해하는 등 부작용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해적
최근 불기 시작한 K-FILM 열풍에 동참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적 색채가 강한 사극은 해외, 특히 영미권 관객들에게 접근이 쉽지 않다. 국내 관객에게 쉽게 이해되는 장면과 소품 활용이 해외 관객들에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큰 것.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영화들이 '설국열차' 등 SF요소를 갖췄거나 혹은 현대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벽은 더 높게 보인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성규 팀장은 "사극 영화의 해외 수출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얼마나 눈에 띄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며 "해외 관객들에게 우리 사극은 생소한 소재지만 화려한 액션, 드라마의 완성도, 그리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 배우들의 스타파워를 이용한다면 성공적인 세일즈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 사극이라고 무조건 인기? NO!

사극이라고 무조건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품의 완성도가 전제 되야 하고 특색이 있어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여름 개봉을 앞둔 사극 작품들 역시 각자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담은 ''은 화려한 해상 액션을 무기로 한다. CJ E&M 측은 "사극 액션 영화는 있었지만, 해상 액션은 한번도 영화화된 적이 없다. 국민적 영웅의 활약상을 실사로 확인하고 싶은 관객의 욕구를 채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캐리비안의 '을 표방한 ''은 코믹 해상 어드벤처 장르를 내세웠다. 다른 사극과는 달리 코미디 요소를 적극 내세운 것도 특징이다.

명량
''는 액션 활극이 장점이다. 프로듀싱을 담당한 한재덕 PD는 <주간한국>과 만난 자리에서 "사극이라는 장르를 선택했다고 해서 반드시 관객이 극장을 찾는 것은 아니다. 작품의 특색을 어필할 수 있어야 티켓 구매로 이어진다"며 "''의 경우 액션 활극을 내세웠다. 단순 사극이라는 장르로 묶을 수 없는 작품이다. 관객들이 통쾌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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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