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은 있었지만, 희망도 남겼다. 지난 6일 대장정을 마친 케이블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트로트 엑스'의 이야기다. 주로 중장년층에 국한된 음악장르인 트로트를 수면 위에 올려 열풍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취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미스터팡, 벤, 임호범, 나미애, 지원이, 이지민, 레이디스, 구자억 등 최종 8인은 6일 오후 11시 CJ E&M 일산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최종회에서 화끈한 무대로 트로트의 맛을 일깨운 주인공들이다. 방송을 4일 앞두고 만난 이들은 침체된 트로트 분위기를 되살렸다는 자부심에 한껏 고무돼 있었다. 특히 8인 가운데 나미애와 미스터팡, 지원이, 이지민 등 트로트 가수 출신 도전자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30년 동안 무명 가수의 설움을 맛봤던 나미애는 '트로트 엑스' 출연 이후 트로트 가수로서 책임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무대에 임할 때마다 밤잠을 설쳤다"는 그는 "앞으로 가수란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게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트로트 가수가 저평가 되는 경향이 있는데,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제 이름을 걸고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트로트엑스'로 힘을 얻은 이는 나미애뿐만이 아니었다. 트로트를 포기하려고 했던 이지민은 '트로트 엑스'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그 동안 생계형 연예인이었다는 미스터팡은 "이제 트로트에 대한 사명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원이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외모와 이미지 때문에 제 실력에 편견을 가진 이들이 있었지만 이제 다시 보기 시작하더라"고 말했다.

아울러 나미애는 "트로트 가수들이 설 무대가 많지 않다. TV 프로그램도 많이 없어져 생계가 어려운 이들도 많다"고 토로하면서 "'트로트 엑스' 관련 기사에 댓글이 엄청나더라. 많은 관심을 주시는 만큼, 음악하는 사람들이 트로트를 진정성있게 부른다면 트로트도 대중에게 폭넓게 사랑 받을 수 있겠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대해 지적도 쏟아졌다. 트로트가 아닌 다른 장르의 음악으로 꾸며진 무대들이 등장했고, 정작 구수한 꺾기나 신나는 뽕짝가락을 선보인 이들이 탈락했기 때문이다. 가창 보다는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 도전자들이 선택 받았다. 애매모호해진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질문이 집중됐다.

김기웅 Mnet 국장은 "처음이라 서툴러서 그랬던 것 같다"며 "꼭 트로트만 하는 프로그램이기보다 대중음악에 있는 '뽕끼'를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트로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도전을 해봤다. 트로트와 다른 장르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트로트가 언젠가 주류에 들어갈 수 있으면 한다"고 밝혔다.

도전자인 레이디스 또한 "우리가 만든 무대가 완벽하게 트로트와 섞인 무대는 아닐지라도 미래의 트로트를 향해 가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색깔을 넣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트로트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다는 데서 '트로트 엑스'는 유의미했다. 김기웅 국장은 새 시즌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놨다. 김기웅 국장은 <주간한국>에 "시즌2로 이어질지, 제목부터 포맷을 모두 바꾼 새 프로그램으로 이어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트로트와 관련된 프로젝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지기자 jay@hankooki.com